온라인 금융 약관 "다 읽으셨나요?"...규제는 온라인 편의도 오프라인의 불편함으로 만든다

보험 등 주요 금융 상품에는 설명 의무 등 '6대 판매 규제'라는 지침이 있습니다. 금융소비자법(금소법)에 포함된 6대 규제는 상품 판매시 적합성·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불공정 행위·부당 권유·과장광고 금지 등의 원칙입니다. 이 6대 판매 규제의 취지는 금융 소비자가 은행 등 금융 기업의 상품의 가입 전에, 해당 상품에 대해 빠짐 없이 정확하게 무조건 전달되어야 한다는 게 의무의 취지죠.

하지만 설명해야 할 게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다 읽고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길고 작은 글씨의 상품 약관은 이 규제의 적절성에 대해 여실히 보여줍니다. 쌀 한 톨 보다 작은 글씨로 적힌 계약 약관은 10페이지를 족히 넘기는 데다가, 하나의 문장이 300자를 넘어 가독성도 심각하게 떨어지니까요.

지난 2019년 열린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 보험약관 마련을 위한 간담회’ 당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저도 제 보험계약 약관을 끝까지 읽어보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따로 읽지 않고 직원에게 구두로 설명을 듣고 대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설명 의무는 금융 상품을 판매 대리하거나 중개하는 기업에도 적용됩니다.

이 때문에 지난 달 9월 개정된 금소법은 카카오페이 등 핀테크 플랫폼 내 금융상품 가입 프로세를 단순 광고가 아닌 중개로 적용하기도 했습니다. 금융 분야의 경우, 소비자와 판매자 사이의 정보 비대칭성이 가장 큰 분야입니다. 게다가 단순 가입만으로도 직접적인 금전적 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에 설명 의무는 소비자 보호의 우선적 조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상품에 대한 설명은 하나라도 빠지지 않고 전달되어야 한다'

피해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지난 2020년 옵티머스자산운용은 증권사를 통한 펀드 가입 권유를 통해 투자자 2900명을 끌어 모았습니다. 공공기관 매출채권 등 안전한 자산에 투자한다며 1조 5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모였지만, 결국 영업 손실을 막대해져 환매 중단 사태에 이르렀습니다.

옵티머스 펀드의 약 80%를 NH투자증권이 판매했고, 피해 규모가 커지자 판매사인 증권사 측은 옵티머스 펀드 일반투자자 고객들을 대상으로 100% 원금 지급을 결정했습니다. 오프라인으로 의무를 부과해도 이런 사태가 발생하는데, 온라인 비대면 가입 프로세스에 이마저도 적용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게 개정 금소법의 입장입니다.

그래서 금소법 개정된 결과, 이제 신규 개설자가 상품 가입 시 작성해야 하는 서류는 최대 40개에 달합니다. 10차례가 넘는 각각의 설명 과정은 녹취되어야 하고, 개설자는 그 확인 서명을 별도로 해야합니다. 그 종류만 해도 본인확인서와 투자자별 투자정보설명서, 목적확인서, 약관 및 간이투자설명서, 주식거래확인서 등 수 가지, 수 십 페이지가 넘습니다.

"일반적인 이용자 행동에 맞춰서 규제 수준을 재조정해야"

하지만 온라인으로 이동하게 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만약 온라인에서 상품 가입 전에 1시간 동안 설명을 들어야 하고, 모든 설명을 읽어야 한다면 그 상품의 가입률은 0%에 가까울 것입니다. 이 때문에 은행 애플리케이션에서 상품 가입 시 제공되는 상품 설명서는 해당 문서를 오픈하기만 하면 가입자가 읽었다고 가정하고 가입 과정을 진행합니다.

모바일앱을 이용한 비대면상품 가입의 경우는 녹취나 상품설명서 서면 발급 등의 의무가 크지 않기 때문에 향후 더욱 모바일 영업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 토스뱅크 출범으로 다시 주목 받고 있는 인터넷 전문은행도 강화된 금소법으로 인한 의외의 효과를 얻을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시중 금융권에 비해 피해 정도가 크지 않은 상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출처: 토스

그런데 문제는 금소법의 영향이 플랫폼을 거쳐 사용자 서비스 불편으로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입니다. 앞서 카카오페이 역시 금소법의 영향으로 금융 상품 추천 서비스를 중단한 바 있습니다. 더 우려되는 부분은 향후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상품 가입이 확산되었을 때, 현재의 일방적 내용 전달 방식이 과연 금융 서비스 이용자에게 더 적절하고 안전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느냐는 것입니다.

금소법 개정 결과, 카카오페이, 네이버파이낸셜 등 관련 라이센스를 받아야만 이전과 같은 금융 상품 추천이 가능해집니다. 하지만 가입 과정에는 이전보다 추가된 사용자 확인 과정이 이뤄진 것으로 예상됩니다.

4차산업혁명위원회 데이터 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인 고환경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애플리케이션에 적어두고 알아서 읽고 판단하라고 한다면 소비자한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거랑 다를 바 없다"고 지적하며, "정말 중요 사항만 발췌해 설명하고 확실하게 주지시키고 나머지 부분은 일반적인 이용자 행동에 맞춰서 규제 수준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석대건 기자

daegeon@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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