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무 반도체를?···스트레스받는 작물 신호 보내게 될 수도

세계 최초로 나무로 된 트랜지스터가 만들어졌다. 가로가 3cm이고 고작 1Hz 미만인 미약한 전류 신호를 보낼 수 있을 뿐이다. 이 목질 기반 반도체는 슈퍼컴퓨터에 전원을 공급하지는 못하겠지만 생분해성 컴퓨팅, 그리고 이를 살아있는 식물 재료에 이식하는 것을 포함한 전문적 응용 분야 적용 가능성을 도와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지난 2015년 스웨덴 린셰핑 대학교 연구진이 장미 잎에 전도성 화학물질을 주입해 전광판처럼 빛을 내고 색을 바꾸는 것을 확인한 이후 또다시 식물이 느린 성능의 반도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 성과로 꼽힌다.

나무로 만든 트랜지스터는 여전히 킬러 앱을 기다리고 있지만, 나무로 만든 전자 제품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그렇게 미친 생각은 아니다.

이는 식물이 가뭄이나 상처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 비명을 지른다(고주파를 발생시킨다)는 것을 확인한 지난 3월말 셀 저널에 발표된 연구내용과도 연관되고 있어 식물의 스트레스 등을 눈으로 보여줄 기초 연구 성과가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식물에 적용된 이 나무 반도체는 식물이 특정한 화학적 자양분(질소 등)이 부족하거나 메말라 있거나 상처를 입게 됐을 때 시각적 신호를 보낼 매개체 회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 성과는 미국 월렌버그 우드사이언스 센터의 미국·스웨덴 공동연구팀에 의해 이뤄졌고지난주 국립 과학 아카데미(NAS)의 출판물에 보고됐다.

나무 목질 관의 섬유소(리그닌)를 제거하고 관에 전도성 플라스틱(폴리머)을 채우다

세계 최초로 나무(열대아메리카산 발사 나무)를 기반으로 한 회로 부품이 개발됐다. 다음 단계는 살아있는 나무(living plants)에 통합하는 것이다. 세계최초의 나무로 된 반도체. (사진=린셰핑대)

나무(목재)는 높은 기공성을 갖고, 물과 영양분을 효율적으로 운반하는 동시에 구조적 안정성이 뛰어나다. 연구원들은 이러한 특성을 활용해 목재의 기공 내부에 전도성 채널을 만들고 침투성 전해액을 사용해 전도성을 전기화학적으로 조절했다.

나무 반도체를 개발한 이삭 엥퀴스트 린셰핑 대 유기전자 연구소 수석 부교수는 “우리는 전례 없는 원칙을 생각해냈다. 나무 트랜지스터는 느리고 부피가 크지만 작동이 가능하고 엄청난 발전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나무 트랜지스터 제작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전의 실험에서 나온 버전은 이온이 떨어지면 트랜지스터가 작동을 멈추는 것이었다.

반면에 이번에 개발된 새로운 트랜지스터는 지속적으로 작동하고 전기 흐름을 악화시키지 않고 조절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연구진에게는 전체적으로 균일하게 구조화된 입자가 없는 나무 전도성 재료가 필요했는데 이에 꼭맞는 조건의 나무가 바로 발사나무였다.

연구원들은 나무에 몇 가지 변화를 주었다. 그들은 리그닌(섬유소)을 제거했고 리그닌이 있던 곳에 채널이 있는 긴 셀룰로오스 섬유만 남겼다. 그리고 이 채널을 전기전동성 목재재료를 생성하는 폴리-폴리스타이렌 설포네이트(PEDOT:PSS)로 알려진 전도성 플라스틱(폴리머)으로 채웠다. 그런 다음 남은 셀룰로오스계 구조물을 전도성 고분자로 코팅했다.

나무 내부의 기공은 물을 운반하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PSS 용액은 수관(튜브)를 통해 쉽게 퍼졌다. 전자 현미경과 X선 영상으로 본 결과 이 폴리머가 수관 구조물의 내부를 장식했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 결과 나무 덩어리들은 그들의 섬유를 따라 전기를 전도했다.

이러한 변화는 전류를 조절하고 선택된 출력 레벨에서 연속적인 기능을 제공할 수 있는 나무 트랜지스터 제작으로 이어졌다.

신호지연과 무관한 분야에서 사용될 지속 가능한 온/오프 기능 반도체

이 나무 트랜지스터의 잠재적 장점은 독립적이라는 것이다. 즉, 기판을 인쇄하거나 증착공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반도체 업계는 여전히 지속가능한 재료로 생체 감지 및 생체 전자 공학 응용 분야에서 많이 연구되고 있는 다용도 장치인 ‘유기 전기 화학 트랜지스터’를 제작하고자 노력중이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지속 가능한 공급원이 아닌 유리나 다른 기질을 필요로 한다.

더 좋은 것은 신호 지연과 무관한 응용분야에서 전원을 켜고 끌 수 있다는 점이다. 전원을 끄는 데는 약 1초가 걸리고 전원을 켜는 데는 약 5초 정도 걸린다.

최종 트랜지스터 채널은 상당히 크지만 연구원들은 이 트랜지스터가 일반 유기 트랜지스터보다 높은 전류를 견딜 수 있는 잠재적 이점을 가지며, 이는 특정 미래 응용 분야에서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스웨덴 린셰핑 대학의 이삭 엥퀴스트 교수는 “향후 더 높은 전류와 더 작은 장치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 나무 반도체는 복잡한 전자제품의 토대가 될 것 같지 않다. 그러나 이는 죽거나 살아있는 나무에 통합된 태양 전지, 배터리 또는 센서와 같은 다른 구성 요소의 온/오프 스위치로 사용할 수 있다.

연구원들은 트랜지스터를 조립하기 위해, 각각 길이가 3cm이고 높이와 폭이 수 mm인 전도성 나무 세 조각을 T자 모양으로 배열해 사용했다. T자 형의 맨 윗부분은 트랜지스터 채널 역할을 했고, 한쪽 끝에는 소스(전자공급원)가 있고 다른 쪽 끝에는 드레인 역할을 했다*. 채널은 두 개의 ‘게이트’ 조각 사이에 끼워져 T의 다리를 형성했다. 이들은 채널과 게이트 사이의 접촉점에서 겔 전해질을 적층했다. 게이트에 인가된 전압은 전해질 수소 이온을 폴리머로 전달해 폴리머의 전도성을 변화시키는 화학 반응을 유발했다. 이 반응은 가역적이며, 이 목재 기반 트랜지스터의 온-오프 작동을 허용했다. (*이에따라 마침내 소스, 드레인 및 게이트의 세 가지 주요 부분으로 구성되는 트랜지스터가 완성됐다. 소스와 드레인은 모두 일반적으로 실리콘과 같은 반도체 재료로 만들어진 전기 접점이다. 게이트도 전기 접점이지만 얇은 절연층에 의해 소스 및 드레인과 분리된다. 게이트에 전압이 가해지면 소스와 드레인 사이의 전자 흐름을 제어한다. 트랜지스터의 가장 간단한 형태는 소스와 드레인 사이의 전자 흐름을 허용하거나 차단하는 스위치 역할을 한다. 트랜지스터는 이같은 전자의 흐름 제어를 통해 신호를 증폭하거나 한 회로에서 다른 회로로 전원을 전환하는 데 사용된다. )

엥퀴스트 교수는 “우리가 전자 식물이라고 부르는 분야에서 선두에 있는 동료들이 있다. 그들은 살아있는 식물에 이 전자 기능을 통합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죽은 나무를 가지고 작업했지만 다음 단계는 살아있는 식물에 통합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말로 재생 가능한 재료나 숲 기반 재료 또는 바이오 기반 재료를 단지 첨가제로서뿐만 아니라 기기의 실제 구조적 구성 요소로서 사용하게 된다면 정말 흥미로운 공간을 열어줄 것으로 생각한다. 이것은 정말로 내가 믿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사이보그 장미는 스위치의 깜박임으로 색이 변할 수 있다

지난 2015년 세계 최초로 만들어진 살아있는 사이보그 장미는 스위치의 깜빡임으로 색이 변했다. 연구진은 최근 만들어진 나무반도체 회로부품이 향후 살아있는 나무에도 통합돼 작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진=린셰핑대)

이 나무 반도체를 어디에 사용할 수 있을까.

앞서 스웨덴 린셰핑대학교 연구진에 의해 선구적인 사이보그 장미 연구 성과에서 나무 반도체 활용의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저널은 지난 2015년 11월 20일자에서 스웨덴 린셰핑 대학의 과학자들이 실험실에서 최초의 전자 장미를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당시 연구진도 이번 연구에서처럼 수관에 반도체 성분을 주입해 장미잎의 색깔이 변화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다만 당시엔 살아있는 식물에 같은 도전성 재료를 주입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당시 연구성과는 최초의 똑똑한 장미로 여겨진다. 이 기술은 식물들이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알리기 위해 발광’하게 할 가능성이 있지만 당시 과학자들은 거기까지 가기엔 조금 멀다는 것을 인정했다.

이제 어떤 방식으로든 그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당시에도 연구원들은 사이보그 장미를 만들기 위해 정원 장미를 자르고, 장기가 물과 전기를 전도할 수 있는 폴리-폴리스타이렌 설포네이트(PEDOT:PSS)로 알려진 화학물질(전도성 플라스틱)을 흡수하도록 함으로써 식물의 관다발계에 매우 얇은 도선을 형성했다. 연구원들이 꽃을 금 탐침에 연결했을 때, 그들은 완전한 트랜지스터와 회로를 형성했고, 과학자들은 ‘꽃의 힘’을 조작할 수 있는 잠재적 능력을 갖게 됐다.

당시 매그누스 베르그렌 공동연구자는 “[주저자인] 엘레니가 우리에게 이 아름다운 전선들을 보여준 검토의 순간이 있었다, 그것들을 보자마자 전자 회로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그들은 또한 PEDOT:PSS를 장미 잎에 도입했는데, 이것은 전광판처럼 빛을 내고 색을 바꿀 수 있었다. 연구원들은 이것이 언젠가는 자신의 질소 수치를 보여줄 식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식물이 자신들을 경작하는 농부들에게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것이다.

연구원들은 이 전자 식물들이 언제 꽃을 피울지 알려주는 신호를 보낼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반도체는 식물이 비명을 지를 때 신호를 보내줄까

이스라엘 아비브대 연구팀이 초고주파 마이크로 식물 스트레스 발생시 고주파 발생 상황을 기록하고 있다. (사진=아비브대)
이스라엘 아비브대 연구팀이 알아낸 식물 스트레스 발생시 고주파 발생 상관성 관계 그림. 정상적인 식물(맨왼쪽)은 고주파를 발생시키지 않았다. (사진=셀)

지난 3월말 과학저널 ‘셀(Cell)’에는 식물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기 상황을 알리는 비명을 지른다(사람에게 들리지 않는 40㎑~80㎑의 고주파 소음 발생)는 사실을 밝힌 연구결과가 소개됐다.

이스라엘 아비브대 연구팀은 식물이 일조량의 변화나 폭우·가뭄으로 인한 물 양의 변화, 뿌리 내린 토양의 염분, 균의 침범 등과 같은 여러 요인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내는 소리를 기록한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온전한 식물은 1시간에 한 번 미만의 소리가 발생했다. 하지만 물을 주지 않아 건조해졌거나 줄기에 손상을 입은 스트레스 받은 식물들은 1시간에 30~50번의 소리를 냈다. 중추신경도 귀도 없는 식물이 어떻게 환경 속 스트레스 요인의 세기와 파장을 감지하여 소리를 지르는 원리는 식물 줄기 내부의 관다발(양분이나 물을 운반하는 통로) 안에 기포가 형성됐다가 터지는 공동(cavitation) 현상 때문인 것으로 추정됐다. 즉, 빠른 속도로 액체가 운동할 때 액체의 압력이 증기압 이하로 낮아져서 액체 내에 증기 기포가 발생하는 현상 때문인 셈이다.

식물이 소리를 내고 반응하는 방식과 사이보그 장미, 그리고 이번 나무 반도체에 사용된 기술이 종합적으로 결합되면 다양한 농업용 신제품 센서 개발에 활용될 수 있지 않을까.

즉, 식물이 스트레스 받을 때 나타나는 컬러 변화를 통해 경고함으로써 작물에 물을 주고 부족한 양분을 보충해 안전한 수확을 보장해 줄 농업용 센서 개발 등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저작권자 © Tech42 - Tech Journalism by AI 테크42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야렉 쿠틸로브스키 딥엘 창업자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자체 LLM 기반 언어 AI 개발…번역, 글쓰기 이어 음성 번역 서비스도 선보일 것”

26일 딥엘의 창업자인 야렉 쿠틸로브스키 CEO가 직접 한국을 방문해 시장 진출 1년의 성과와 향후 전략을 발표했다. 쿠틸로브스키 CEO가 소개한 딥엘 라이트 프로는 딥엘의 자체 거대언어모델(LLM)로 구동되는 첫 서비스로, 기업이 사내외 커뮤니케이션, 계약서 등 기업이 글로벌 비즈니스 상황에서 더 명확하게 소통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몰레큘라이노베이션즈, 서울대기술지주로부터 2억 투자 유치

기술 창업 기업 몰레큘라이노베이션즈는 서울대기술지주로부터 2억원 시드투자를 유치했다고 26일 밝혔다. 몰레큘라이노베이션즈는 서울대 화학부 연구실에서 신물질 레스베라트론의 발견을 기반으로 신약 및...

자, 그럼 이제 ‘틱톡’은 누가 사게 되나요?

미국 의회가 틱톡을 미국에서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하루만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에 서명함에따라, 설마했던 미국 틱톡 금지가 현실화 되고 있다. 이제 미국 정부와 업계는 틱톡의 새로운 주인을 찾기 위한 전략을 빠르게 세우고 있다.

AI 프롭테크 기업 아키드로우, ‘신세계까사’에 3D 인테리어 솔루션 공급

AI 프롭테크 기업 아키드로우는 ‘신세계까사’와 3D 인테리어 솔루션 ‘아키스케치(archisketch)’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까사미아 전 매장에서 제공해온 ‘VR 3D 인테리어 서비스'에 솔루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