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출생 시대, 고립된 육아 환경 속에서 '동네 육아친구 찾기'가 데이터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
육아맘 커뮤니티 플랫폼 '육아크루'를 운영하는 다이노즈(대표 이가영)가 15일 기업부설연구소를 열고 인공지능(AI) 기반 육아친구 매칭 기술 고도화에 나선다고 밝혔다. 보육 정책이나 시설 확충이 아닌 '관계 형성 알고리즘'으로 육아 고립 문제에 접근하는 시도다.
◇ 사용자 성향 분석해 '잘 맞는 육아친구' 연결
새로 문을 연 연구소의 핵심 과제는 '페르소나 태깅(Persona Tagging)' 기술 개발이다. 사용자가 앱에 입력하는 거주 지역, 자녀 월령, 육아 고민 등의 기본 정보는 물론 커뮤니티 활동 패턴, 게시글 키워드, 반응 데이터까지 종합 분석해 개인별 '육아 성향 프로필'을 만든다.
예컨대 "자연놀이를 선호하는 30대 중반 워킹맘, 24개월 자녀 둔 강남 거주자"처럼 세밀한 페르소나를 설정한 뒤, 비슷한 조건과 가치관을 가진 양육자를 우선적으로 추천하는 방식이다. 기존 단순 지역·나이 매칭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유사도까지 고려한 '정밀 매칭'이 목표다.
다이노즈는 이 기술을 통해 온라인 연결이 실제 만남으로 이어지는 비율을 현재 65%에서 8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앱에서 서로 '좋아요'를 누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동네 카페에서 함께 아이를 놀리고 육아 정보를 나누는 '오프라인 육아 공동체'로 발전시키겠다는 전략이다.
◇ 4,000명 직접 연결하며 쌓은 '데이터 자산'
이가영 대표는 창업 초기 직접 발로 뛰며 육아맘 4,000여 명을 일일이 연결한 경험이 있다. 당시 축적한 매칭 성공·실패 사례, 만남 후 피드백, 지속 관계 유지율 등의 데이터가 현재 알고리즘의 뼈대를 이룬다.
이 대표는 "초기엔 엑셀로 일일이 조건을 대조하며 '이 엄마와 저 엄마가 잘 맞을 것 같다'고 판단해 연결했다"며 "이제는 그 노하우를 AI가 학습해 자동화하고, 연구소를 통해 정밀도를 한층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 육아 빅데이터 플랫폼으로 확장 구상
연구소는 매칭 기술 외에도 육아 빅데이터 수집·분석 체계를 구축한다. 전국 13만 명 이상의 사용자가 앱에서 나누는 육아 고민, 지역별 놀이터 정보, 육아용품 추천 등의 데이터를 정제해 맞춤형 콘텐츠로 재가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 마포구에 사는 12개월 자녀 둔 엄마"에게는 근처 영유아 프로그램, 같은 월령 육아팁, 마포 육아맘들의 인기 장소 등을 자동으로 큐레이션해 제공한다. 육아 정보의 '넷플릭스 추천 알고리즘'을 만드는 셈이다.
◇ 글로벌 빅테크 육성 프로그램 잇따라 선정
다이노즈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아마존웹서비스(AWS)의 'VC Spotlight', 구글의 'Google for Startups Cloud Program', 깃허브의 'GitHub for Startups' 등 글로벌 IT 기업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에 연달아 합류했다. 클라우드 인프라와 AI 개발 도구를 무상으로 지원받으며 기술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올해 3월에는 애플이 주최한 '세계 여성의 날(International Women's Day)' 기념 행사에 한국 스타트업으로는 드물게 초청받기도 했다. 여성 창업가가 이끄는 사회적 가치 기업이라는 점이 주목받았다.
◇ "저출생 시대, 육아 외로움 해소가 핵심"
한국은 합계출산율 0.72명(2024년)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지만, 역설적으로 육아 고립감은 더 커지고 있다. 핵가족화·맞벌이 증가로 육아를 함께 나눌 이웃이나 친구를 찾기 어렵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불특정 다수와의 피상적 소통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육아크루는 이런 '관계 결핍' 문제에 주목했다. 정책적 지원이나 인프라 확충도 중요하지만, 육아 당사자들이 서로를 지지하고 정보를 나누는 '수평적 연대'가 실질적인 체감 만족도를 높인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육아크루 사용자 중 65%가 앱에서 만난 친구와 오프라인에서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으며, 이용자 만족도(NPS)는 96%에 달한다. 단순 정보 검색 앱이 아니라 '동네 육아 공동체'로 기능하고 있다는 평가다.
다이노즈는 현재 서울시가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 지원 시설인 서울소셜벤처허브에 입주해 있으며, 서울·경기·부산 등 전국 주요 도시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이가영 대표는 "연구소 설립으로 기술 기반을 단단히 다져 단순 매칭을 넘어 육아 라이프 전반을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육아가 외롭지 않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