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 AI 강자 일레븐랩스, 1년 새 몸값 3배…'대화형 시대' 주도권 쥐나

5억 달러 규모 ‘시리즈 D’ 투자 유치 기업가치 110억 달러
세쿼이아 주도 7천억원 투자 확정…음성 넘어 '멀티모달 에이전트' 개발 박차
음성 합성(TTS) 기술을 시작으로 텍스트-음성 변환, 음성 인식, 더빙, 배경음악, 대화형 AI까지

2022년 런던에서 창업한 음성 AI 스타트업 일레븐랩스(ElevenLabs)가 불과 3년 만에 기업가치 110억달러(약 15조7000억원)를 인정받으며 글로벌 AI 시장의 새 강자로 떠올랐다.

5일 일레븐랩스는 미국 실리콘밸리 유력 벤처캐피털(VC) 세쿼이아 캐피털이 이끄는 시리즈D 투자에서 5억 달러(약 7천억원)를 확보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작년 1월 평가액(33억 달러)과 비교하면 1년 남짓한 사이 몸값이 3배 이상 뛴 수치다.

창업 이후 지금까지 모집한 투자금 총액은 약 7억8000만달러에 달한다. 특히 이번 라운드에서는 기존 투자사인 안드레센 호로위츠(a16z)가 투자액을 4배로, 아이코닉(ICONIQ)은 3배로 늘리며 회사의 성장 잠재력에 대한 강한 신뢰를 보였다.

일레븐랩스의 가파른 성장은 실적 지표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2025년 한 해 연간반복매출(ARR)이 3억3천만 달러(약 4700억원)를 넘어섰다. ARR은 구독 기반 비즈니스의 수익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급성장 스타트업이 투자 유치 시 강조하는 수치다.

회사 측은 독일 통신사 도이치텔레콤, 핀테크 기업 스퀘어와 리볼트, 심지어 우크라이나 정부까지 고객으로 확보하며 기업 시장(B2B)에서 빠르게 입지를 넓혔다고 설명했다. 이들 고객사는 고객센터 응대, 온라인 쇼핑 상담, 공공 민원 대응, 사내 교육 등 다양한 영역에 일레븐랩스의 음성 AI를 적용하고 있다.

음성에서 멀티모달로…'대화하는 에이전트' 개발

일레븐랩스는 단순한 음성 합성(TTS) 기술에 머물지 않고 사업 영역을 빠르게 확장 중이다. 현재 텍스트-음성 변환, 음성 인식, 더빙, 배경음악, 대화형 AI까지 오디오 기술 전반을 아우른다.

이번 투자금은 '일레븐에이전트(ElevenAgents)'라는 대화형 음성 AI 플랫폼 고도화에 집중 투입될 예정이다. 이 플랫폼은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음성 기반 대화 봇을 구축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제공하는 B2B 서비스다.

최근에는 응답 속도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감정 표현력을 향상시킨 신규 모델 '일레븐 v3 컨버세이셔널(Eleven v3 Conversational)'을 선보이며 기술 경쟁력을 강화했다. 웃음, 한숨, 감탄사 같은 비언어적 요소까지 자연스럽게 구현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마티 스타니셰프스키 공동창업자 겸 CEO는 "우리는 음성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크리에이터들이 최고 수준의 오디오를 영상과 결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기업이 말하고 입력하며 실제 행동까지 수행하는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도록 역량을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최대, 유럽 2위…글로벌 거점 확대

이번 투자로 일레븐랩스는 영국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AI 스타트업으로 올라섰다. 유럽 전체로는 프랑스의 미스트랄AI(120억 달러) 다음으로 2위 규모다.

회사는 런던과 뉴욕을 중심으로 바르샤바, 더블린, 도쿄, 서울, 싱가포르, 벵갈루루, 시드니, 상파울루, 베를린, 파리, 멕시코시티 등 전 세계 주요 도시에 현지 팀을 배치하며 글로벌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아시아 시장에서는 한국을 핵심 거점으로 삼고 K-콘텐츠의 글로벌 현지화 지원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세쿼이아 캐피탈의 앤드루 리드 파트너는 이번 라운드에 참여하며 일레븐랩스 이사회에 합류했다. 그는 "마티와 피오트르(피오트르 담브코프스키 공동창업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팀과 함께 사람들이 기술과 소통하는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며 "이사회 합류를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레븐랩스는 회사 설립 당시에는 인간과 구분하기 어려운 자연스러운 음성 합성 기술 개발에 집중했으나, 이제는 음성을 넘어 기술과 인간의 전반적 상호작용 방식을 혁신하는 방향으로 비전을 확대하고 있다. 스타니셰프스키 CEO는 "수십 년간 인간이 버튼과 메뉴에 적응해왔다면, 이제는 기술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소통 방식에 적응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상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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