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결정이 어려울 땐 어떻게 해요?

의사결정이 어려울 땐,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 봐요.

고객에게 명확한 하나의 선택지를 주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두어 개 정도 넉넉히 챙겨주는 게 좋을까요? 우리가 고객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경험이 '간편함'이라면 최소한의 선택지를 제공해 줄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왠지 선택지를 두어 개 정도 주는 쪽이 고객의 상황을 존중하는 것 같기도 하고, 하나를 줬을 때 보다 더 많은 변수에 대응할 수 있게 되어,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할 것처럼 보이기도 해요. 고객 데이터, 모두 알 필요가 있을까요? 어디까지 알아야 할까요?

고객에게 두 개의 선택지를 주면 우리가 얻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 데이터를 가지고 우리가 이후에 어떤 것들을 해 볼 수 있을까요? 만약 여기서 얻어지는 데이터가 추후에 도움이 될만한 데이터라면 받아두는 게 좋을 것이고, 그렇지 않고 불필요한 개발 리소스만 늘리게 되는 상황이라면 다시 한번 재고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날짜와 시간을 예로 들어볼게요.

우리 고객은 서비스를 예약할 때, 날짜와 시간을 선택할 수 있어요. 날짜나 시간을 선택할 때, 하나의 선택지를 줄지 여러 개의 선택지를 줄지 고민이 되잖아요. 날짜를 하나만 선택하게 만들까? 아니면 두 개를 선택하게 만들까? 시간은 꼭 받아야 하는 데이터일까? 날짜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예약을 위해 날짜는 필수이고, 시간은 선택사항이긴 해요. 추후에 조율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사실 이건 날짜도 마찬가지이긴 해요.) 그렇다면 우리는 시간 데이터를 받을 필요가 없는 걸까요?

날짜부터 볼게요.

과거의 데이터를 찾아보니, 우리 고객은 대체적으로 하나보다는 두어 개의 날짜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했어요. 그렇다면 고객에게 여러 개의 날짜를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할까요? 그러나, 여러 개의 날짜를 선택하도록 만들면, 다음 단계에서 flow가 여러 갈래로 나뉘면서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했어요. 결과적으로 앱뿐만 아니라 외부 채널의 경로까지도 커버해야 하는 정도로 볼륨이 커졌어요. task의 볼륨이 커지면 빠르게 적용하기 힘들어져요. 게다가 다른 프로젝트들 사이사이에 끼워 넣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task를 여러 단위로 쪼개서 단계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어 보였어요.

그래서 질문해 봤어요. '고객이 날짜를 여러 개 선택하면, 그 데이터를 가지고 우리는 뭘 할 수 있지?' 그런데, 우리 입장에서 날짜를 두어 개 받아야 하는 명분이 명확하지 않았어요. 개발 공수에 비해 데이터의 쓸모가 크지 않았어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되어버렸죠. 결국 '고객에게 간편한 경험'을 주고 '적은 리소스로 개발'해야 한다는 두 가지 이유에 따라 날짜는 하나만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다음은 시간대예요.

우리 고객이 예약할 때 선호하는 시간대가 있었을까요? 그렇지 않았어요. 그들은 오전/오후/저녁 혹은 아무 때나 예약하기를 원했어요. 어느 한 구간이 튀지 않고 골고루 흩어져 있었죠. 그리고 프로세스상 앱에서 시간대를 선택하는 것은 생략 가능한 단계였어요. 하지만 이번에도 동일한 질문을 해보기로 했어요. '고객이 어떤 시간대를 선택하는지 데이터로 볼 수 있으면, 그걸 가지고 우린 뭘 할 수 있지?'

그런데 이번엔 다른 답이 나왔어요. 현재는 응답이 산발되어 있어 고객이 선호하는 시간대를 파악하기 어려운데, 더 정확한 데이터를 알 수 있게 된다면, 우리는 그 시간대에 배치 인원을 늘리거나 집중 근무시간을 설정할 수 있게 될 거예요. 그렇게 되면 성수기가 오기 전에 더 탄탄하게 대비책을 세울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리고 우리가 배치 인력의 시간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게 된다면, 그때는 이 시간 데이터를 더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리고 아마도 이전에는 흩어져 있어 보지 못했던 데이터의 어떤 패턴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는 것 같아요.

날짜와는 다르게, 시간 데이터는 우리가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그려졌어요. 때문에 고객 입장에서 하나의 선택지를 더 거치게 만들지라도 개발할 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사실 좀 그래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또 하나의 방법을 익힌 것 같아 기뻤어요.

본 글의 원문은 여기에서 볼 수 있습니다.

두부언니

mm2@kakao.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저작권자 © Tech42 - Tech Journalism by AI 테크42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숨기면 약점, 드러내면 팀워크를 촉진하는 취약성의 마법

약점, 실수, 실패…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취약성을 감추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조직행동론 전문가들은 구성원들이 자신의 취약성을 드러내면 팀워크가 더 좋아진다고 말하는데요. 취약성과...

야놀자는 어떻게 글로벌 시장을 공략했나?

이제는 더이상 일상에서의 숙박 예약에 갇히지 않고, 여행을 위해 떠나는 사람들에게 여행을 준비하고 향유하는 순간, 모든 과정을 디지털로 전환해주는 여행 플랫폼으로 전환한 것입니다. 사람들은 야놀자를 통해 여행지의 숙소를 예약했을 뿐만 아니라, 여행지에서 무엇을 탈지, 무엇을 즐길지 야놀자 안에서 찾아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키는 야놀자 클라우드에 있었습니다.

Claude3이 작성한 엔비디아 GTC 2024 리뷰

GTC 2024에서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가속 컴퓨팅과 생성형 AI를 핵심 화두로 삼아 기업의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본고에서는 연설의 주요 내용을 짚어보고, 엔비디아의 전략이 산업계에 미칠 파급효과를 가늠해본다.

알리익스프레스, 1.5조 원 투자의 진짜 목적은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의 모회사 알리바바그룹이 한국 시장에 향후 3년간 11억 달러(약 1조 4,400억 원)를 투자한다고 합니다. 우선 2억 달러(약 2,600억 원)를 들여, 올해 안에 통합 물류센터를 지을 예정이라 하고요. 한국 셀러의 글로벌 판매 지원에도 1억 달러(약 1,300억 원)를 사용할 계획이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