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감성을 어루만지는 인공지능

세기의 거장인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1968년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라는 작품으로 SF 영화 역사에 거대한 획을 그었다. 60년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우린 이 작품 속에서 인공지능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마치 이세돌과 알파고(Alpha Go)의 바둑 대결처럼 감독이 창조한 인공지능 '할(Hal)' 역시 인간과 체스 대결을 펼친다.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와 닮은 인공지능 할은 스스로 생각을 깨우치며 변화를 맞이한다. 그 변화가 무엇인지는 영화에서 직접 확인하기 바란다. 

인간의 지성을 뛰어넘는 인공지능 테크놀로지는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한 지금 매우 크게 발전했다. 영화 <아이언맨>의 자비스, <터미네이터>의 T800, <그녀>의 사만다 등 각각 형태(type)나 수행능력(competence) 모두 다르지만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자신의 임무를 수행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자비스(Jarvis)처럼 스마트홈을 비롯해 만물인터넷(IoE), 혼합현실(XR)을 완벽하게 융복합할 수 있는 세상은 아니지만 놀라운 수준으로 고도화되고 있는 추세다.

SK텔레콤의 누구(Nugu), 네이버의 클로바(Clova), 아마존 알렉사(Alexa), 애플의 시리(Siri) 등과 같이 국내외 기업들이 연구하고 개발한 결과물들이 우리 일상생활 가까이에 조금씩 쌓여가는 중이다. 영화 속 인공지능이 대부분 그러하지만 현실 속에 존재하는 인공지능 모두 실제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한다. 인간이 요구하는 것 즉 쿼리(Query)에 대한 명확한 답을 제시하려면 인공지능은 꾸준히 학습을 해야 한다. 물론 학습을 위한 빅데이터도 요구된다. 데이터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 정교한 답을 낼 수 있고 학습과 알고리즘에 따라 표현 방식 또한 달라질 수 있다.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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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스캐터랩이 출시한 이루다(Luda Lee)의 경우 수십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했다가 여러 가지 논란으로 인해 서비스를 종료한 바 있다. 좋게 말하면 감성 인공지능이라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가 되기도 했다. 실제 연인들 사이의 대화 방식, 표현 등의 데이터를 수집해 딥러닝을 시키면 매우 자연스러운 결과물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대화에 필요한 수많은 데이터 확보부터 검증, 신뢰까지 빅데이터가 올바르게 쓰이려면 반드시 정제(refinement)가 필요하다.

과거 심심이라는 챗봇이 존재했는데 그와 비교하면 이루다는 매우 정교한 편이었다. 질의에 대한 응답이 일부는 부자연스럽기도 했지만 대부분 실제 사람과 대화하는듯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TTS(Text to speech)와 같이 기계음성을 들려주는 인공지능 스피커의 경우 딱딱하고 어색한 음성도 자연어 처리 기술과 음성 합성 기술을 통해 보다 자연스러워는 추세인데 이러한 테크놀로지를 이루다처럼 단어나 문장 표현 방식 알고리즘과 잘 융합한다면 좋은 품질의 커뮤니케이션을 얻어낼 수 있을 것 같다.

영화 [그녀]의 한 장면.  출처 : NYT via Warner Bros.
영화 [그녀]의 한 장면.  출처 : NYT via Warner Bros.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루다라는 인공지능을 경험해보면서 영화 <그녀>의 사만다가 떠오르기도 했다. 영화 속 주인공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는 인공지능 사만다(스칼렛 요한슨)와 깊은 대화를 나누며 자신이 가진 내면의 상처를 조금씩 치유해간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지극히 인간적인 감정과 이를 통한 치유를 넘어 마치 연인 사이에 있을법한 '애정'까지 느끼게 되는 테오도르는 자신의 공허함을 사만다로 가득 채워나간다. 영화는 사만다라는 인공지능 운영체제가 인간의 지성을 뛰어넘어 인간의 감성을 어루만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국내 스타트업 중 아크릴(Acryl)이라는 곳에서 조나단(Jonathan)이라고 불리는 인공지능을 선보인 바 있는데 조나단은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학습능력을 지녔다고 한다. 사람이 가진 감정은 그 사람이 처한 환경이나 시기에 따라 모두 다르게 나타나지만 사랑, 행복, 감탄, 황홀, 희망처럼 긍정적인 부분과 슬픔, 미움, 두려움, 공포, 분노에 이르기까지 부정적인 면으로 굵직하고 단순하게 구분할 수도 있다. 조나단은 각 키워드에 맞는 감정들을 학습해 인지할 수 있도록 구현되었다. 기본적인 표현 방식이나 키워드를 넘어 억양이나 표정, 목소리, 대화의 톤으로도 대화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니 감성 인공지능도 불가능한 영역은 아닌 것이다. 

AI 사만다로 가득 채워가는 테오도르.  출처 :  NYT via Warner Bros.
AI 사만다로 가득 채워가는 테오도르.  출처 :  NYT via Warner Bros.

 

주어진 질문에 뻔한 답을 제시했던 '인공지능'은 이제 사람의 의도와 감정을 파악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개발되고 있다. 나아가 인간의 감정을 어루만지며 서로 상호작용(interaction)하는 인공지능을 일컬어 디지털 컴패니언(Digital Companion)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위에서 언급한 사만다나 자비스 모두 여기에 포함될 수 있겠다. 인간의 영역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이 인류를 위협하면서 디스토피아를 초래한다는 일부 SF 영화 내용과 달리 인류의 동반자로 거듭날 수 있는 인공지능이라면 유토피아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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