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윤상일 파인더스 대표 “보험 시장의 정보 비대칭 문제 해결, ‘눈팅’에 주목해 금융 소비자중심의 커뮤니티 만들고 있죠”

끊이지 않은 가입 권유 전화… 소비자 피로도 극대화 된 보험 시장의 페인 포인트에 주목
소비자 중심의 금융시장 목표, 보험 커뮤니티와 인슈어 챗봇으로 폐쇄적이었던 보험 정보 공유
보험 정보 확인, 전문가 상담 등 비대면 중심 서비스 구축… 중요한 것은 ‘재방문율’
보험의 기능은 위기에 직면했을 때 빛을 발한다. 하지만 보험 시장의 여러 페인 포인트로 인해 적잖은 사람들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금융 분야이기도 하다. (이미지=픽사베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필요성을 느끼지만 또 적잖은 피로감을 느끼는 금융 분야를 꼽으라면 단연 보험일 것이다. 요즘에는 어린시절부터 혹은 사회생활을 막 시작할 무렵부터 각종 보험을 가입하는 경우가 일반화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깨알 같은 글씨가 가득한 보험 약관을 마주하는 것은 매번 은근한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문제는 삶에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 보험 가입 이후에도 또 다른 스트레스가 간간히 이어진다는 점이다. 우선은 바쁜 일상 속에 수시로 울려대는 보험 가입 권유 문자 알림, 전화를 꼽을 수 있다. 또 막상 보험금을 청구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면 적잖은 사람들이 보험사들의 ‘태도 돌변’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럴 때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보험금은 매월 꼬박꼬박 납부했는데, 왜 이렇게 까다롭게 굴지?’

물론 개중에는 보험을 악용해 범죄를 저지르거나 편법적인 방법으로 보험금을 수령하려 하는 이들도 적지 않기에 보험사들의 입장도 일부 이해가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불편한 경험을 통해 사람들은 비로소 보험 시장이 소비자 중심이 아닌 보험사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럼에도 보험은 필요하다. 필요성을 느낀 사람들의 생각은 하나로 일치한다. ‘가급적이면 적은 돈을 납부하면서 보장은 좋은 보험’을 찾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보험이 필요할 때 ‘나 보다 잘 알고 있는’ 지인에게 자문을 구하곤 한다. 이왕이면 굳이 내가 아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나와 상황이 비슷한 사람이 어떤 보험을 가입했는지, 실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떤 보장을 받았는지, 매월 내야 하는 보험금은 얼마인지를 알고자 한다. 하지만 그런 정보들은 정확하지 않을 뿐더러 쉽게 찾을 수도 없다. 바로 금융, 그 중에서도 보험 시장에 고착화된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와 같은 정보 비대칭은 보험 시장을 ‘레몬마켓(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저품질의 재화,서비스만이 거래되는 시장 상황을 빗댄 표현)’으로 변질 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보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강화되고 소비자가 직면한 문제는 개선되지 않는 악순환은 반복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험의 페인포인트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스타트업, 파인더스가 제시하는 방법은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스타트업이 보험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결하기 위해 주목한 것은 소비자들의 ‘눈팅(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활동은 하지 않고 구경함 하는 이들의 행위)’이다.

여의도에 위치한 서울핀테크랩에서 만난 윤상일 파인더스 대표는 “내가 질문하지 않아도 남의 질문을 보고 내가 원하는 정보를 찾는 보험 소비자들의 방식에 주목했다”며 말을 시작했다.

보험은 ‘인본주의적’ 특성을 가진 금융상품이지만… 문제는?

여의도에 위치한 서울핀테크랩에서 만난 윤상일 파인더스 대표는 “내가 질문하지 않아도 남의 질문을 보고 내가 원하는 정보를 찾는 보험 소비자들의 방식에 주목했다”며 말을 시작했다. (사진=테크42)

윤상일 대표가 바라보는 보험은 다른 금융상품과는 기질적으로 다른 차이가 있다. 우선 그는 보험을 ‘그 가치가 전부 표현되지 않는, 인본주의적 특징을 가지고 있는 금융상품’으로 정의한다.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삶의 다양한 위험을 대비해 위험비용을 보험사에 맡게 놓은 후 실제 위험이 발생했을 때 금전적 손실을 보험금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보험의 본질 때문이다. 그 외에도 윤 대표가 바라보는 보험의 차별적인 특징은 다양하다.

“보험은 다른 금융상품과 달리 사람이 매개체가 되는 ‘피보험자’라는 것이 반드시 담보돼 있어요. 기본적인 구조는 피보험자에게 어떤 위험이나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낸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받는다는 거죠. 반면 위험이 발생하지 않으면 낸 돈을 온전히 돌려받지 못하는 거고요. 그래서 보험은 위험에 직면해 보험금을 받아 본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는 굉장히 소중하지만,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에게는 실질적인 경제적 가치를 따질 때 후순위가 되는 거예요. 또 보험은 한번 가입해 놓으면 앱이든 사이트든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재방문할 이유가 없는 금융 상품이기도 하죠. 그런 이유로 보험은 태생적으로 오프라인 중심 시장으로 굳어졌고, 많은 부분이 온라인화 된 지금도 여전히 변치 않은 상황이예요.”

2019년 8월 설립된 파인더스는 소비자가 아닌 보험사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보험 시장의 문제를 '보험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해결해 나가고 있다. (사진=파인더스)

실제 보험이 오프라인 중심 시장이라는 의미는 여러 수치에서도 확인된다. 의무 가입해야 하는 자동차 보험은 온라인 가입 비율이 높지만 전체 보험에서 1% 정도의 비중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 윤 대표의 설명이다. 결국 99%의 보험 계약은 설계사와 직접 만나는 대면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문제는 보험사들의 영업 방식이다. 설계사가 고객을 대면하기까지 온라인에서 ‘마케팅 수 동의’ 등으로 수집된 다양한 개인정보를 활용된다. 수시로 보험 가입 전화나 문자가 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요즘에는 특정 서비스, 제품 구매와 연결해 보험 가입 시 할인 혜택을 주는 방식도 일반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윤 대표는 “소비자의 피로도가 높은 보험 판매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 보고 싶었다”며 말을 이어갔다.

“2019년 8월에 창업 한 이후 집중한 것은 오프라인 중심으로 형성된 보험 시장을 온라인으로 전화하는 것이었어요. 대부분의 설계사님들은 대면 서비스를 선호하지만 저희 서비스는 비대면을 중심으로 설계사와 소비자 간 앱을 통해 연결하는 방식을 택했어요. 하지만 쉽지 않았죠.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지고 대면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기대만큼의 서비스 확장은 이뤄지지 못했어요. 그나마 소비자가 겪던 피로감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하며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수준이라 할 수 있어요.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활용해 마케팅 수신 동의를 받은 다음 설계사와 연결하는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에 대한 고민도 있었죠.”

피보팅 감행, 보험 커뮤니티 구축에 집중했다

창업 이후 3년이 접어들었을 무렵 파인더스는 ‘소비자 중심의 금융시장을 만들겠다’는 최초 목표에 더욱 근접하는 과감한 피보팅을 감행했다. 그렇게 지난해 11월 선보인 것이 ‘커뮤니티형 인슈어플랫폼 파인애플’이다. 보험의 필요는 느끼지만,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소비자들, 대면 상담에 불편함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택하는 방식, 이른바 ‘눈팅’에서 착안한 서비스였다.

“보험 계약이 이뤄지려면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나야죠. 그래서 저희는 소비자와 소비자, 소비자와 전문가 간의 커뮤니케션을 가능하게 하는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파인애플’을 개발했습니다. 단, 여기서 소비자와 소비자 간 커뮤니케이션은 ‘눈팅’이라고 할 수 있어요. 내가 질문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의 질문에 대한 전문가의 답변을 보고 원하는 정보를 얻게 한 거죠. 여기에 올 초부터 ‘AI 인슈어챗봇’을 추가했습니다. 모든 것이 비대면이죠. 집중한 것은 커뮤니티 기능입니다. 특히 개인정보를 제공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이 보험을 어떤 식으로 활용하는지 볼 수 있고 질문을 하면 전문가가 답변을 받을 수 있도록 했어요. 물론 마지막 단에는 직접 상담을 원할 경우는 화상 상담으로 연결되도록 해 놨습니다. 모든 것이 소비자가 선택하는 방식으로 돼 있죠.”

올해 초부터 추가된 'AI 인슈어챗봇' 기능은 개인정보 제공 없이도 다양한 보험 정보 제공은 물론, 비대면 방식의 전문가 상담이 가능하다. (이미지=파인더스)

파인더스가 커뮤니티형 서비스를 강조하는 이유는 또 있다. 다름 아닌 ‘재방문율’이다. 한번 가입 후 이슈가 있을 때만 확인하는 채널이 아닌 보험과 관련된 정보를 얻고 활용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자주 방문해 소통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모인 사용자가 3만명 정도다. 주목할 점은 이 중 2만명이 피보팅 이후 확보한 신규 사용자라는 것이다. 이렇듯 고집스레 고수한 ‘소비자 중심 보험 커뮤니티 서비스’라는 비즈니스 모델이 작동된다는 것을 증명한 이후 파인더스는 올해 프리 A 투자 유치에도 성공하며 그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수익 파이프 라인이 다양하다는 점도 관심을 끈다. 우선 ‘파인애플’은 소비자가 아닌 보험 전문가, 설계사 등에게 월 구독료를 받는다. 그 외에 자체 개발한 챗봇 노하우를 활용해 각 보험사의 니즈에 맞춰 커스터마이징 방식으로 인슈어 챗봇을 개발해 제공하는 비용도 있다. 이 챗봇을 통해 보험 계약이 체결되면 파인더스에게는 ‘광고 대행료’ 명목으로 수익이 돌아온다. 그 외에도 커뮤니티가 확장되고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수익화 여지는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 윤 대표의 설명이다.

보험 설계사로 10년만에 36억 수익

한참 이야기를 듣던 와중 문득 보험 분야에 대한 윤 대표의 남다른 인사이트에 놀라움이 느껴졌다. 물론 보험 분야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스타트업을 창업한 입장이니 당연할 수도 있지만, 그 이상 디테일한 상황을 너무도 잘 파악하고 있던 탓이다. 알고 보니 그는 창업 이전 10년 간 외국계 보험사 소속 설계사로 활약한 경력이 있었다. 홍익대학교 도시공학과를 졸업하고 ROTC(학군군간부후보생)로 병역을 마친 후 선택한 길이었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어린시절을 보내진 못했지만, 살던 지역은 소위 ‘강남 8학군’이라 불리는 곳이었어요. 선입견이 생길 수도 있었지만, 제 경우는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아요(웃음). 열등감 보다는 눈 높이가 올라갔고,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거든요. 그래서 장교로 근무하던 군시절부터 접한 보험설계사라는 직업에 승부를 걸어 보기로 한 거죠. 물론 당시에 보험설계사는 기피하는 직업 중 하나였지만, 2008년 무렵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며 설계사도 증권사 상품 취급이 가능해졌다는 점에 주목했죠. 당시에는 초기라 실제 증권사 투자 상품을 판매하는 사례는 없었어요. 아마도 증권사 코드와 보험사 코드를 동시에 내서 판매했던 것은 제가 최초였다고 봅니다. 포장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정말 돈을 많이 벌고 싶었어요. 당시 대기업 연봉이 많아봐야 3000만원~4000만원 수준이었지만 보험설계사는 잘만하면 비교도 안되는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확신했거든요. 빠르게 자산형성을 하고 싶었고, 정 안되면 그때 다시 취직을 하면 된다고 생각했죠.”

인터뷰 말미, 윤 대표는 ‘개인정보를 요구하지 않고 보험 정보를 제공해주는 커뮤니티 서비스’라는 차별성을 기반으로 금융 소비자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들을 풀어갈 계획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사진=테크42)

그런 그의 판단은 결과적으로 옳았다. 10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는 보험설계사로서 총 36억원의 수익을 달성했고, 800명의 후배 설계사를 양성해 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사례가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나름 목표를 달성해 만족하며 일하는 설계사도 있지만, 굉장한 불만을 가지고 업계를 떠난 사례도 많습니다. 감정노동도 심한 직종이고요. 보험 설계사가 대략 40만명 정도인데, 그 10년의 기간 동안 36억 정도를 번 설계사는 많아봐야 100명 정도가 고작일 겁니다.”

그런 그가 남다른 목표를 달성한 이후 창업을 택한 이유는 뭘까? 윤 대표는 “판매자의 입장에서 경험한 보험의 문제를 소비자의 입장에서 해결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이러한 새로운 목표는 창업 이후 이어진 시행착오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흔들림이 없다.

“창업을 후회한 적은 없습니다. 기존에 저는 판매자의 영역에 있었지만, 지금은 판매자와 소비자가 함께 활동할 수 있는 공간, 커뮤니티 플랫폼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요.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고통이 깊을수록 보상은 더 크게 온다고 확신합니다. 누구보다 많이 실패했다는 것은 앞으로 실패하지 않는 방법을 안다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저희 미션은 ‘소비자 중심의 보험 커뮤니티를 만든다’입니다. 이를 위해 챗GPT를 연결하는 방식도 고려하고 있고요. 저희의 확실한 차별성은 소비자에게 개인정보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제까지 금융 각 분야를 비롯해 많은 보험 서비스들이 나왔지만, 기본적으로 개인정보 활용 동의를 받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는 보험 정보를 얻을 수 없었죠. 앞으로도 저희는 ‘파인애플’의 ‘개인정보를 요구하지 않고 보험 정보를 제공해주는 커뮤니티 서비스’라는 차별성을 기반으로 금융 소비자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들을 풀어갈 계획입니다.”

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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