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을 토큰화하는 이유

서문: 

이번주에 실물자산 NFT 거래 플랫폼 Mattereum의 CEO 비네이 굽타가 쓴 글을 읽으면서 자산 토큰화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링크 첨부: "At the Turning Point - How Crypto Interacts with Real World Assets"). 생각 정리차원에서 그리고 공유차원에서 다음 글을 작성합니다. 

본문: 

그동안 암호화폐 산업은 4년 마다오는 비트코인 반감기 (채굴되는 비트코인 수량이 절반으로 꺾어지는 현상)를 기점으로 상승과 하락의 사이클을 반복했었다. 역사적으로 새로운 업사이클에서는 매번 새로운 주인공들이 탄생했었다. 2017년에는 Defi 그리고 2021년에는 NFT관련 프로젝트들이 세간의 주목을 받았으며, 현재 암호화폐 산업이 한겨울에 있는 만큼 사람들은 다시 찾아올 Crypto Summer에는 어떤 프로젝트들이 주인공이 될지 궁금해하고 있다. 예단하기는 이르지만, 오늘 소개할 트랜드 "Asset Tokenization"는 다음 상승 사이클의 주인공으로 거론되는 유력후보 중 하나이기에 오늘 소개드리고자 한다. 

먼저, 자산을 토큰화하는 이유

세계 최대 글로벌 자산 운용사 블랙록 (BlackRock)의 수장 래리 핑크 CEO는 지난 12월에 "증권의 토큰화가 차세대 증권과 시장을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블록체인에 대해 보수적이었던 전통금융기업들이 점차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하지만 블랙록의 대표가 증권 토큰화라는 기술을 콕 찝어서 조명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증권의 토큰화가 Next Big Thing임을 예측하는 블랙록의 CEO 래리 핑크

무언가를 토큰화한다는 것은 특정 자산 (예: 주식, 채권, 부동산, 금, 와인, 라이센스 등)에 대한 소유권을 디지털 토큰으로 변환한다는 의미이다. 멀쩡한 자산을 토큰화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대표적으로 아래 이유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1. 비유동자산에게 유동성을 부여하기 위해

부동산은 대표적인 비유동자산으로 현금이나 주식과는 다르게 자산의 매입과 판매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부동산은 내가 팔고 싶어도 이베이나 거래소에 올릴 수 있는 품목이 아니기 때문에 구매자와 판매자가 매칭되기까지 많은 번거로움이 있으며 거래도 즉시 체결되지 않는다. 이런 비유동자산들을 토큰화할 경우 적합한 플랫폼만 생겨난다면 판매자와 구매자가 훨씬 더 쉽게 비유동자산들을 거래할 수 있다. 플랫폼이 생겨나면서 거래가 활발해지는것은 물론이며 블록체인 기술의 분산장부라는 특성을 활용하여 거래내역을 투명하게 기록하고 소유권의 이전 (Ownership Transfer)를 쉽고 빠르게 진행하게 되는 것이다. 

#2. 거래비용의 혁신 

이는 1번 내용과도 연계되는데 거래의 용이성은 물론이며 거래비용도 줄어들면서 거래비용의 혁신이 일어난다. 특히 토큰 거래는 온라인에서 이루어지기에 거래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크로스보더 거래에서 많은 이점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3. 1:N의 토큰화 (ie Invitation for mass adoption)

토큰화의 재밌는 점은 꼭 자산의 가치와 토큰의 가치가 1:1로 연동되어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가치가 높은 자산의 경우 이를 1:100, 1:1000 등의 비율로 쪼개서 판매할 수 있다. 이는 전통금융시장에서도 이미 사용하는 방식인데 예를 들어 Interactive brokers, Fidelity Investments 등 많은 투자 서비스 제공자들이 리테일 고객들을 대상으로 비싼 주식들을 부분매수 할 수 있는 상품들을 제공하고 있다 (예: 커피값으로 아마존 주식 투자하기). 1:N의 토큰화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가치가 높은 자산들에게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4. 신규자산의 편입 (즉, "자산"이라는 개념의 확장)

이는 필자가 가장 기대하고 있는 부분인데 우리는 이미 NFT라는 새로운 기술을 통해서 우리가 자산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이미지 파일이 수천만 원에 거래되는 것을 이미 목격했다. 사실상 모든것이 토근화 될 수 있기에 기술 특허권부터 화성의 땅까지,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유형/무형자산은 모두 토큰화될 수 있다. 

이렇듯 자산의 토큰화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롭게 활용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기술이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의 리서치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 세계 GDP의 10%, 약 1.6조 달러에 상당하는 자산들이 토큰화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가 말하는 "자산"이라는 개념은 훨씬 더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유동자산과 비유동자산의 경계선은 점점 더 흐릿해질 것이다. 필자는 블록체인이 가져올 혁신을 크게 (1) 대체화폐와 대체금융 (Crypto & Defi) (2) 전 산업영역에서의 탈중앙화 (Decentralization, Web3) 그리고 (3) 자산개념의 확장 및 소유권 주장 (NFT and Tokenization)이라고 생각해 왔다. 재작년 전까지만 해도 3번은 크게 각광받지 못했던 분야였는데, 어쩌면 토큰화의 여파는 필자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혁신일 수도 있겠다. 

새로 생겨날 수 있는 기회들 

미래를 상상하는 일은 즐겁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나왔을 때 그 당시의 창업자들은 이 기술이 어떻게 인류를 바꿀지 상상하면서 창의적인 비즈니스들을 만들어냈다. 자산 토큰화의 관점에서 이 기술이 어떤 비즈니스 기회들을 가져올 수 있는지 생각해 보자.

*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기에 필자도 섣부른 예측보다는 생각해볼만한 질문들을 공유하는 것에 초점을 두도록 하겠다. 

(1) 자산 토큰화 (Asset Tokenization) 대상

I. 일반 증권 토큰화 (Security Tokenization, ST): 주식, 채권 등 전통자산 

II. 실물자산 토큰화 (Real World Asset Tokenization, RWA-T): 금, 부동산, 와인 등 실물 대체자산 

III. 그 외 특수자산 (Special Asset Tokenization, SAT): 기술 특허권 등 (아직은 미지의 영역. 원숭이 그림들이 NFT화되어 수억원에 판매되는것도 놀라웠는데 앞으로 어떤 자산들이 새로 편입될지 정말 궁금해지는 부분.) 

(2) 예상되는 핵심 플레이어들 및 주요 질문들

I. 자산을 토큰화하는 서비스 업체들 

- 사실 토큰화 자체는 어려운 기술이 아니다. 진출 기업들은 어떻게 유의미한 해자(Moat)를 만들어 경쟁자들과 차별화 될 수 있을까?

- 이들은 전통 금융시장의 Underwriter들과 비슷한 역할을 하게 될까?

- 토큰화 서비스 제공 사업자들은 토큰화뿐만 아니라 컨설팅 (발행 플랫폼, 수량등 상의) 및 1차 발행시장에서의 판매까지 역할을 해줘야 서비스 밸류가 있을 것 같다 (투자은행 업무와 비슷) 

- 규제의 지원은 필수불가결 (특히 증권화에 예민한 부동산 등의 자산들) 

- 기 존재하는 증권들을 토큰화하는 사업자들과 대체자산 및 신규자산을 토큰화하는 사업자들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II. 자산 토큰화 인프라 제공 업체들 

- L1 프로토콜들의 마켓셰어 전쟁 (이더리움, 솔라나 등): 어떤 프로토콜들이 우수한 기술력과 신뢰도를 기반으로 대중들의 선택을 받게 될까? 물론 생각보다 많은 프로토콜들이 공존하게 될 수도 있다. 

- L2 프로토콜들의 속도 전쟁 (루프링, 아비트럼 등): 수많은 토큰들이 생겨나고 거래되면서 트랜섹션의 양이 비약적으로 증가한다. 더 싸고, 더 빠르게 데이터를 처리할 프로토콜들은 누구인가?

- 데이터 스토리지 (파일코인, 알위브 등): 탈중앙화된 데이터 저장 플랫폼들은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가?

- 그 외 생각할 부분들: 스마트 컨트랙트, 오라클 기반 서비스들, 보안설루션, 오딧 등 

III. 새로 생성된 토큰들을 보관/수탁하는 업체들 

- 토큰화하는 서비스와 수탁하는 서비스 기업들은 동일 기업일까? 

- 보관/수탁만 전문적으로 하는 회사들이 생겨날까? 어쩌면 현재 암호화폐 수탁사들 (예: Bitgo, Copper 등)이 그 역할을 하게 될 수도.

- 해커들의 위협 속에서 토큰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 수탁 기업이 자체적 보안기술을 보유하거나, 보안을 돕는 기업들의 역할도 중요할 듯. 

- (번외상상) 독일에 위치한 회사 A가 자신들이 가진 100톤의 금을 토큰화했다고 가정해보자. 내가 만약 1kg의 금에 해당되는 토큰을 샀고 나중에 독일에 여행갔을때 내가 구매한 금을 찾고 싶다면 무작정 회사로 찾아가면 되는건가? 토큰 소유주의 인증절차는 정확히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IV. 토큰 유통 (판매) 서비스 사업자들 

- 주식시장은 1차 발행시장과 2차 유통시장으로 구분된다. 토큰도 마찬가지로 1,2차 시장이 생겨날까?

- 다양한 자산들이 토큰화될 수 있다 - 그렇다면 자산별로 신규 거래소들이 생겨날까? 사람들이 곡물은 시카고상업거래소에서 거래하고 코인을 바이낸스에서 거래하는 것을 생각하면 신규 에셋 클래스는 새로운 거래소 비즈니스를 탄생시킨다. 

- 전통 금융시장을 생각하면 시장의 탄생은 구매자와 판매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플레이어들을 유입시킨다. 마켓 메이커, 브로커, 토큰 세일즈, 토큰 애널리스트, 토큰 가치분석 분석툴 제공자 등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생겨날 듯. 

워낙 중요한 기술이어서 앞으로 위 기회들 관련 재밌는 글이나 생각이 있으면 종종 공유하도록 하겠다. 

끝으로.. 최근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생각들 

사실 암호화폐 산업에 들어오고 나서 좋았던 기억보다는 나쁜 기억들이 훨씬 더 많았다. 생각보다 훨씬 더 Shady 한 곳이고, 사기꾼들이 기승을 부리며 윤리에 어긋나는 일들을 너무 많이 목격했다. 그래서 이 업계에 대해 어느 정도 환멸을 느낀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암호화폐 산업의 사건사고들은 작동하는 시스템의 기술적 결함보다는 비윤리적인 Bad Actors로 인해 발생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프로젝트들의 돈을 털어간 해커들, 사기 NFT 프로젝트들을 만들고 도주한 사기꾼들, 고객들이 예치한 돈을 허락 없이 마음대로 사용한 거래소들 등 사람이 문제였지 발밑의 시스템들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다. 지난 몇년동안 우리는 블록체인이 어떻게 JPEG파일과 같은 디지털 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증명하는지, 어떻게 탈중앙화된 거래소에서 코인이 거래되는지, 어떻게 Defi를 통해서 기존에 금융서비스들에서 소외되었던 사람들이 자산을 대출받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엊그제 회전초밥집에서 봤던 컨베이어 시스템과 비슷하다. 기계는 문제없는데 상한 재료를 사용한 나쁜 셰프들이 문제였던 것이다. 앞으로는 손님들에게 맛있는 초밥을 만들어주고 싶은 좋은 셰프들이 업계에 생겨나길 바라며 글을 마무리한다. 

본 기사의 원문은 이곳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홍콩 금융인 리아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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