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산업의 전기차 전략 재편: 이상과 현실 사이의 재조정

[AI요약] 미래는 ‘전기차 시대’로 불릴 만큼 전기차로의 장기적인 방향은 여전히 ​​명확하지만, 그 시기가 재조정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기적으로 미국 내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전기차 전략을 계속 조정하면서, 소비자의 현재 수요에 맞춰 하이브리드 모델을 대폭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전기차에 막대한 투자를 해온 자동차 회사들이 방향을 조정하고 있다. (이미지=GM)

미국 모빌리티 시장이 전기화(electrification)에 대한 기대와 실제 수요 사이의 간극을 인정하는 단계에 돌입했다.

테크크런치와 CNBC 등 복수의 매체가 23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2020년대 초 업계를 지배했던 전기차(EV) 낙관론이 현실적 조정 국면을 맞고 있다. 예상했던 소비자 수요 폭증은 발생하지 않았고, 오히려 시장은 정체 신호를 보내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유럽연합(EU)이 전기차 전환을 강력히 추진하는 글로벌 흐름 속에서, 정작 미국 제조사들은 역방향 선회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막대한 자본을 쏟아부은 후 미국 자동차 기업들은 대형 가솔린 구동 픽업트럭과 SUV로 회귀하는 모습이다. 업계 내부에서는 전기차 전환의 주도 세력이 소비자가 아닌 정부 정책이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GM처럼 전동화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기업들이 향후 12개월 동안 취할 전략적 결정이, 미국 전기차 생태계의 장기 궤적을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보조금 종료 이후의 진실

GM은 연방 정부의 전기차 구매 인센티브(최대 7,500달러, 약 1,112만원)가 지난 9월 종료된 이후, 시장의 '진짜 수요'를 파악하기엔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향후 6개월이 자연스러운 수요 베이스라인을 확인하는 관찰 기간이 될 것으로 본다.

GM은 전기차 사업 축소로 인한 16억 달러(약 2조 3,728억원) 손실을 공시한 이후에도 전략 재검토 작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추가 조정이 예고된 상태다.

당분간 GM은 신규 전기차 라인업 확대를 보류하고, 기존 생산라인 일부를 대형 픽업트럭과 SUV 제조에 재배정할 계획이다. 동시에 수년 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 투입 계획도 밝혔다.

포드는 지난주 사업 우선순위 재조정 및 전기차 투자 감축과 연계된 특별항목으로 약 195억 달러(약 28조 9,185억원)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발표했다.

포드의 새로운 방향은 명확하다. 순수 배터리 전기차(BEV)보다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에 자원을 집중하고, 차세대 대형 전기 픽업트럭 개발은 중단하는 대신 소형·저가 전기차 개발로 전환한다. 픽업트럭과 SUV 같은 현금흐름(cash cow) 제품군에 대한 투자 밸런스도 재조정 중이다.

시장 데이터가 말하는 현실

콕스오토모티브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전기차 판매 비중은 연방 보조금 종료 직전인 9월 신차 시장의 10.3%까지 상승했으나, 4분기 예비 추정치로는 5.2%까지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PwC를 비롯한 대다수 업계 분석가들은 이를 '전기차 시대의 종말'로 해석하지 않는다. 오히려 과도했던 기대치가 현실 수준으로 재조정되는 과정으로 본다. PwC는 전기차 산업이 점진적으로 회복세를 보이며, 2030년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19% 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한다.

이 전망은 기업들이 연구개발과 생산에 투자한 수십억 달러를 회수하기엔 불충분한 수준이다. 결과적으로 제조사들은 순수 전기차 외에도 하이브리드, 전통 내연기관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 옵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대폭 수정하고 있다.

핵심 문제는 기업들의 인프라 구축 속도가 실제 고객 수요보다 훨씬 앞서 나갔다는 점이다.

과거의 올인 압박, 현재의 다변화 전략

미국 내 수십억 달러를 전기차에 투자한 현대자동차는 경쟁사들과는 다른 복합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미지=현대자동차)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미국 자동차 업계에는 '전기차에 전력투구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기업 가치는 제로가 될 것'이라는 위기 담론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복수의 파워트레인 기술을 병행하는 포트폴리오 전략이 오히려 실효성 있는 접근법으로 입증되고 있다.

미국 내 전기차에 수십억 달러를 투입한 현대자동차는 경쟁사들과 차별화된 복합 전략을 구사 중이다. GM처럼 기존 모델 판매를 지속하면서도, 동시에 신모델 출시도 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포드와 유사하게 하이브리드 라인업 강화에 집중하며, 조지아주에 76억 달러(약 11조 2,616억원) 규모의 현대·기아 통합 생산 거점을 구축했다.

야심찬 전기차 로드맵을 공개했던 혼다, 닛산, 포르쉐, 볼보, 재규어 등 여타 제조사들 역시 미국 시장 대상 목표를 취소하거나 대폭 축소한 상태다.

CEO들의 솔직한 고백

메리 바라 GM CEO는 "우리는 정부가 설정한 규제 환경에 부응하기 위해 투자했지만, 이제 상황이 완전히 역전됐다"며 "180도 방향 전환이 두 번 연속 발생했고, 이것이 자동차 회사들이 직면한 현실"이라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짐 팔리 포드 CEO는 "우리는 시장을 평가했고 결론을 내렸다"며 "우리는 사람들이 예측한 위치가 아니라, 시장이 실제로 존재하는 위치로 움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밥 브로더도프 지프 CEO는 "전기차 수요가 어떻게 형성될지,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보는 중"이라고 언급했다.

김한수 기자

hanskim@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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