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재진입 퇴짜 당한 인류 최초의 우주 제약 위성···무슨 일이?

인류 최초로 우주에서 약품을 제조해 지구로 가져오려는 미국 민간 우주기업의 약품 캡슐이 지구 궤도를 떠돌고 있다. 이유는 황당하게도 캡슐 착륙 허가를 담당하는 정부 기관들 간 조율이 이뤄지지 않아 착륙 허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이 민간 우주기업은 당초 계획을 변경, 기존에 발사한 위성과 같은 모델인 차기 우주 제약 위성 착륙지점을 호주 사막으로 정하고 협약 체결 사실까지 발표했다. 도대체 2년 후면 또다시 달에 인간을 보낸다는 세계 최고 우주강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원인 중 하나로 민간 우주 산업계의 급속한 팽창과 이를 받쳐주지 못하는 부족한 우주 기관 지원 인력이 꼽혔다. 이번 사태는 민간 미국 우주 기업들과 우주행정 지원 기관 간의 갈등이 표면화한 것이라 볼 수도 있다.

IEEE 스펙트럼은 지난 24일 바르다 스페이스 인더스트리(Varda Space Industries)라는 미국 우주기업이 우주산업 기관들로부터 위성의 지구귀환을 거부당한 배경과 실태를 고발했다.

이 매체는 “현재 이 위성은 시속 수천 km로 지구를 돌고 있지만, 지구상의 허가 절차는 달팽이의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우주에서 만든 인류 사상 첫 의약품의 지구 반입이 불발한 사태의 전말을 소개한다. 한마디로 행정기관의 지나친 ‘관료적 형식주의’(red tape) 때문이라고 요약해도 될 것 같다.

지구 상공 500km에서 만든 에이즈 치료제 캡슐 착륙 불가

바르다 우주산업의 위네바고 1 위성이 이제 궤도를 돌면서 지구로 돌아가기 위한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바르다 스페이스 인더스트리)

지구 상공 500km 지점에 있는 소형 우주선이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허가를 인내심 있게 기다리고 있다. 캘리포니아 토런스 소재 우주 스타트업인 바르다 스페이스 인더스트리가 만든 이 자동 귀환 캡슐은 지난달 초 유타 사막 외딴 곳에 착륙할 예정이었다.

이 회사는 계획대로였다면 우주에서 만든 약인 HIV(사람면역결핍바이러스, 에이즈 병원균)와 C형 간염 항바이러스제 리토나비르 몇 그램(g)을 지구로 가져온 최초의 상업 우주 회사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위네바고 1(Winnebago 1)’이라는 암호명을 쓰는 이 커다란 쓰레기통 크기의 위성은 거의 시속 3만 km 속도로 지구 궤도를 계속 돌고 있다.

이 지구 귀환 착륙이 지연된 것은 완벽하게 작동하는 것으로 보이는 이 회사 위성 자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모든 것은 지상에서 진행 중인 바르다와 미국 정부 기관 간 갈등과 연관이 있다.

바르다가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제출한 공개 서류에 따르면, 위네바고 1은 이르면 내년 1월 안에 대기권에 재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바르다의 개념 증명 차원의 우주 제약 공장이 제품을 인도했는지 알아보는 데 최소 4개월이나 지연되는 것이다.

이러한 대립은 우주 규제 기관들과 점점더 민간 우주 임무 감독 기관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는 미국 상업 우주 회사들 간의 긴장 관계를 조명시켜 주고 있다.

수년 간의 계획

바르다가 FCC에 제출한 이 문서는 바르다 우주 제약 공장(인공위성)이 착륙 가능한 장소인 유타 주의 군용 사격장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바르다)

바르다 우주위성의 임무는 미소 중력 조건에서 쉽게 만들 수 있을 의약품부터 시작해 지구 저궤도에 산업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를 설계하고 구축하는 것이다. .

딜리언 아스파루호프 바르다 공동 창업자이자 사장은 “위네바고 1 계획은 2년 반 전 쯤에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것은 로켓랩(Rocket Lab)이나 스페이스X 같은 위성 발사 파트너에 의해 우주로 발사되는 4개의 동일한 위성을 사용할 미션 중 첫 번째 미션이다.

하지만 수많은 민간 위성들이 그러한 상업용 로켓에 실려 발사됐지만 지금껏 어느 것도 단번에 지구로 돌아오지는 못했다.

사실상 모든 인공위성들은 수명이 다하면 지구 대기권 재진입 시 완전히 타버리도록 설계된다. 이들과 궤도 상에 있는 활동 위성들과의 충돌을 피하거나 지구상의 재산이나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힐 위험성을 피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바르다는 우주에서 만든 의약품(이 실린 캡슐)의 재진입 허가를 신청한 첫 번째 회사였다.

아스파루호프는 IEEE 스펙트럼에 “우리는 여기서 완전히 개척자다. 그리고 여러분은 그동안 이 협력이 얼마나 어려웠는지 상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90kg짜리 캡슐이 지구에 착륙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착륙 장소를 선택하는 것이었다. 이 캡슐은 극초음속으로 대기를 뚫고 곤두박질치다가 착륙을 위해 속도를 줄이려고 낙하산을 펼치게 될 것이다. 이 회사는 솔트 레이크 시티에서 서쪽으로 약 80마일(약 129km) 떨어진 미국방부가 통제하는 200만 에이커(약 809k㎡) 면적의 사막에 있는 유타 시험 및 훈련 사격장(UTTR)을 선정했다.

바르다는 군의 승인을 받은 것은 물론 미 연방항공청(FAA)의 두 개의 사무소와 함께 일해야 했다. 한 곳은 지구로 재진입하는 동안 캡슐이 접근하는 항공기를 피하도록 하기 위한 항공 교통 통제를 다루는 곳이고, 다른 한 곳은 재진입 절차 자체의 안전을 다루는 곳이다.

FAA는 바르다가 모든 법적 및 안전 요건을 충족했다고 결정했을 때에만 이 재진입 허가를 내준다.

비행 안전

안전 분석은 바르다의 향후 위네바고 2 우주선이 지구 재진입 시 오작동할 경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위치(왼쪽)를 보여준다. 그리고 항공기에 탑승한 사람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위치(오른쪽)도 보여준다. (사진=바르다)

여기에는 재진입 시 잘못될 수 있는 모든 것들과 그리고 항공기, 지상, 심지어 배 위에서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후속 위험을 상상하는 비행 안전 분석(Flight Safety Analysis) 문서를 만드는 것까지 포함된다.

위네바고 1호의 비행 안전 분석 문서는 공개적으로 볼 수 없다.

다만 IEEE 스펙트럼이 위네바고 2호의 비행 안전 분석 문서를 입수한 내용을 보면 위네바고1호의 계획을 살펴 볼 수 있다.

이에 따르면 바르다 스페이스 인더스트리는 내년에 위네바고 1호와 동일한 우주선을 발사할 계획이며, 당초 계획은 유타 시험 및 훈련 사격장(UTTR)에 착륙할 생각이었다.

바르다가 제출한 문서는 만약 자사의 지구 재진입 로켓이 실수로 작은 캡슐을 잘못된 방향으로 쏠 경우 가장 위험한 사건은 재진입 과정 초기에 일어날 수 있는 사건들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 문서에 보여지는 한 장의 지도는 멕시코 북부에서 캘리포니아를 거쳐 라스베이거스 근처까지 펼쳐져 있는 충격받을 가능성이 있는 다양한 위치를 보여준다.

다른 위험한 시나리오로는 지구 대기권 재진입 시 극심한 열기를 받는 동안 캡슐이 깨지거나 낙하산이 너무 일찍 펴지는 경우가 꼽혔다.

그러나 위네바고 1의 경우 인명사고 확률은 엄청나게 작은 ‘1만 4600 분의 1’로 계산됐다. 이는 미항공우주국(NASA)이 요구하는 기준인 ‘1만 분의 1’ 확률보다 작다.

아스파루호프 사장은 “우리가 지구 재진입을 위해 마련된 규제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도전은 안전 및 규제 부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것은 바로 이런 종류의 상업 활동을 하지 않은 군사 포탄사격장 들 사이의 조정 문제로 귀결된다”고 말했다.

오류의 여지가 없음

바르다의 우주 궤도를 도는 우주 제약 공장 위성은 암호명 ‘위네바고’로 불린다. (사진=바르다)

위네바고 1호가 지난 6월 ‘로켓 랩 포톤’ 미션을 띠고 발사됐을 때 바르다는 여전히 유타 시험 및 훈련 사격장(UTTR)으로부터 지구 재진입 허가를 받지 못했다. 이 회사는 우주 공장(제약 위성)이 가동되는 동안에도 FAA 및 국방부와 계속 통신했지만, 날짜는 9월 7일로 빠르게 확정됐다.

아스파루호프는 “그 날짜에는 흔들릴(바뀔) 여지가 거의 없었다. 발사 지연 시를 생각해 본다면 한 시간 또는 하루의 지연에 대비할 수 있다. 하지만 재진입의 궤도 역학에서는 모두가 좁은 작동 창에 정렬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FAA는 지난달 6일 IEEE 스펙트럼에 바르다의 지구 재진입 허가를 거부한 이유에 대해 “이 회사가 승인된 캡슐 착륙 위치를 갖지 않은 것을 포함한 규제 요구 사항을 준수하지 않았기 때문에”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아스파루호프는 “그것(착륙허가)이 작동하지 않게 만든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군 포탄 사격장의 일정부터 착륙 면허를 다루는 FAA의 AST 사무소, 그리고 FAA의 ATO 항공 교통 사무소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준수했다. 이것은 궁극적으로는 조정의 문제였다”고 말했다.

바르다는 지난달 8일 FAA에 이 기관의 결정을 재고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아무 일도 즉각 일어나지는 않았다. 바르다는 지난달 중순 미연방통신위원회(FCC)에 위네바고 1호와의 무선통신 허가를 6개월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바르다는 “우리는 그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는 조건이 허락하는 대로 궤도를 이탈(해 지구로 진입)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달 12일 바르다는 FCC에 또 다른 희망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바르다는 “우리는 FAA와 적극적으로 관여해 최신 정보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주에 UTTR은 내년 1월 지구 재진입을 제안했고, 구체적 착륙 날짜를 잡기 위한 UTTR과의 논의는 FAA와 협력해 10월에서 11월까지 계속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호주로 위성 캡슐 착륙지 이전 계획까지

하지만 바르다 스페이스 인더스트리가 위네바고 1을 지구로 귀환시키려고 고군분투하고 있음에도 향후 위네바고 임무 수행을 위한 캡슐착륙지 계획을 변경하고 있다.

이달 19일, 바르다는 내년에 발사될 위네바고 2에서부터 시작될 향후 위성 캡슐 지구 재진입 운영을 위해 호주군과 호주 남부의 쿠니바 시험사격장(Koonibba Test Range)을 사용하는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아스파루후프는 “인근 인구 집중지가 적고 상공을 오가는 상업 항공편이 적은 쿠니바를 사용하는 것은 운행에 대한 제약이 적음을 의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FAA는 호주에서조차 여전히 미국의 우주 임무 우주선들의 재진입을 규제할 것이다.

아스파루호프는 “우리는 단지 FAA가 더 대응 능력이 있는 기관이길 원할 뿐이다. 그리고 그것은 분명히 상업 공간에서의 (우주)활동이 엄청나게 증가하는 데 부응하지 못한 자금투입 및 인력 수준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구호는 지난주 미 상원 청문회에서 스페이스X, 블루 오리진, 버진 갤럭틱에 의해서도 되풀이됐다. 여기서 빌 게르스텐마이어 스페이스X 부사장은 로켓 발사 허가를 담당하는 FAA의 상업용 우주 사무소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원의 최소 두 배를 필요로 한다”고 증언했다.

아스파루호프 바르다 사장은 “위네바고 1 제약 임무 위성이 당초 유타주에 착륙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해외(호주) 작전으로의 전환은 위네바고 1에겐 너무 늦은 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IEEE 스펙트럼은 “현재 위네바고1 캡슐이 시속 수천 km로 지구를 돌고 있지만, 지구상의 허가 절차는 달팽이의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르다는 유타주에 있는 UTTR과 협상을 계속하고 있고, 그리고 FAA는 우주 공장(캡슐)의 착륙 허가를 거부한 결정에 대한 재검토를 시작하지도 않았다”고 썼다.

지난 20일 FAA는 IEEE 스펙트럼에 “바르다는 여전히 재심 절차를 시작하기 위해 필요한 (위성 캡슐 착륙) 허가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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