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가 지원하는 실증사업을 통해 동대문구의 한 중학교 급식실이 첨단 수질관리 체계로 전면 개편됐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히 정수 장비를 교체하는 수준을 넘어 건물 전체의 수도 인프라를 데이터 기반으로 관리하는 방식으로, 국내 교육시설 중에서는 상당히 선도적인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주목할 점은 기존의 포인트형 정수 방식에서 벗어나 급식 공간 전체를 하나의 통합 수질관리 존으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음수대나 조리대 등 특정 지점에만 필터를 설치해 관리했지만, 이제는 급식실로 유입되는 모든 수원을 입구에서부터 체계적으로 처리한다. 이를 통해 조리용수뿐 아니라 설거지, 세척 등 모든 용도의 물이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유지하게 됐다.
기술적으로는 몇 가지 흥미로운 접근이 눈에 띈다. 우선 외부에서 유입되는 이물질과 오염원을 초기 단계에서 차단하고, 배관 내부에 축적된 부식물이나 생물막(biofilm), 미네랄 침착물 등을 제거하는 물리적 처리 과정이 선행된다. 이후 자외선과 전기화학적 방법을 조합한 이중 살균 체계를 거치며, 마지막으로 6가지 수질 지표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센서 네트워크가 상시 가동된다. 이 데이터는 클라우드로 전송돼 관리자가 원격으로도 수질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시공 측면에서도 기존 교육시설에 적용하기 적합한 방식이다. 배관을 전면 교체하는 대신 기존 인프라에 시스템을 결합하는 방식이라 공사 기간이 하루 정도로 짧고, 수업이나 급식 운영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됐다. 이는 노후화된 학교 시설 개선 사업에서 중요한 요소다. 많은 학교가 예산과 시간 제약으로 인해 위생 인프라 개선을 미루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단기 시공 방식은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번 사례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기술 도입을 넘어서 공공시설의 위생 기준을 어떻게 끌어올릴지에 대한 하나의 모델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추진 중인 학교 시설 현대화 정책의 맥락에서 보면, 이런 방식의 위생 인프라 업그레이드는 건물 리모델링이나 에너지 효율화와 함께 고려될 만한 영역이다. 학교 급식의 경우 식재료 안전성만큼이나 조리 과정에서 사용되는 물의 품질도 중요한데, 그동안 이 부분은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아왔다.
학교 측 담당자는 "학생들이 직접 마시는 물뿐 아니라 급식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모든 물이 안전하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며 "특히 실시간 모니터링 기능 덕분에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이 교육기관으로서는 큰 안심 요소"라고 말했다. 실제로 시스템 도입 후 진행된 공인 수질검사에서 음용수 기준을 충족하는 결과를 받았다고 한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워터테크 스타트업 지오그리드는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해당 솔루션을 소개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도 시도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과 삼성전자의 사내벤처 지원 프로그램으로부터도 투자를 받으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현재는 국내 교육시설 외에도 동남아시아와 중동 지역으로 수출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이런 방식의 수질관리 시스템이 더 많은 학교에 확산될 수 있을지는 예산 확보와 정책적 지원이 얼마나 뒷받침되느냐에 달려 있다. 서울산업진흥원이 주관한 이번 실증사업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신기술의 현장 적용 가능성을 검증하고, 이를 바탕으로 확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실증사업의 목적인 만큼, 이번 경희여중 사례가 다른 교육시설로 확대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기현 지오그리드 대표는 "공공기관의 지원 덕분에 실제 교육 환경에서 솔루션의 효과를 입증할 기회를 얻었다"며 "학교마다 건물 구조와 배관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맞춤형 접근이 필요한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적용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