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두부터 코로나 19까지, 전염병과의 전쟁 - 백신의 역사

2021년, 본격적인 코로나 19 예방접종이 이루어지면서 마스크를 벗을 날이 눈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전 세계에서 가장 접종률이 높은 이스라엘의 경우, 6월 초 방역 조치를 모두 해제하여 폐쇄된 실내에서만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하고 있다. 성인 인구의 약 81%가 백신을 완전히 접종하는 등 충분한 백신 접종률 덕분에 집단면역이 형성되어 현재 일일 평균 20여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8,000명의 확진자가 생겨나던 올해 1월과는 확연히 달라진 확진자 양상을 보인다.

올해 초만 해도 하루 사망자만 1,000명 이상 발생했던 영국 또한 6월에 들어서 처음으로 코로나 19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은 날을 맞이하게 되었다. 전체 인구의 63% 이상이 1회 이상 백신을 접종한 덕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접종 속도에 5월부터 본격적으로 불이 붙어 1차 접종을 완료한 인구는 27.7%(6월 19일 기준)에 도달했다.

천연두부터 코로나 19까지, 전염병과의 전쟁 - 백신의 역사

이처럼 코로나 19라는 역병으로부터 자유를 선사해 줄 과학의 마법, 백신. 백신은 기본적으로 우리 몸(체내 항원과 항체)에 싸워야 할 대상(병원체)을 알려주고 그 대상과 모의 전투를 시행하게 한다. 실제로 적이 몸에 들어왔을 때 제대로 싸울 수 있도록 해 조기에 질병으로부터 몸을 구하거나 적어도 중증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돕는다. 이는 생물의 생리적인 작용을 일으키는 기본원리인 방어작용을 이용하는 것으로, 이때 사용되는 백신은 약화한 병원체이다.

기원전 430년, 그리스 역사학자인 투키디데스는 필로폰네소스 전쟁을 기록하면서 “전염병에 걸렸다가 회복된 사람만이 같은 병에 걸린 환자를 간호할 수 있다.”라고 적었다. 이미 한 번 질병에 걸려 나아본(싸워본) 인간은 다시 그 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현상을 통해 인간은 이미 백신의 기본 원리를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것이다.

백신은 기본적으로 우리 몸에 싸워야 할 대상을 알려주고 그 대상과 모의 전투를 시행하게 한다.

하지만 이러한 자연현상을 백신이라는 형태로 만들어 사용하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걸렸다. 기원전 1600년 전에도 기록이 발견될 정도로 인류를 오랜 세월 괴롭혀온 천연두의 경우, 수포와 농포를 수반하고 치사율이 30%가 넘는 강력한 감염병이다. 20 세기 동안 천연두로 사망한 사람은 최소 3억 명에 달할 정도였다. 이때 영국의 의사 에드워드 제너는 우연히 소 젖을 짜는 여자로부터 소에서 발생하는 전염병인 ‘우두’를 앓았기에 천연두에 절대 걸리지 않는다는 말을 듣게 된다. 제너는 우두에 천연두로부터 인간을 보호해 줄 무언가가 있음을 캐치했다.

이후 제너는 임상시험을 통해 소천연두를 일으키는 우두는 인간에게는 비교적 가벼운 감염을 일으키지만, 치명적인 천연두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부여한다는 것을 증명하게 된다. 이 우두법이 개발되고 난 이후 천연두 사망자 수는 크게 줄어들었다. 우리나라에는 1880년, 지석영이 일본에서 우두묘 제조법을 배워 보급하고 5년 뒤에 우두법이 도입되었다.

자연현상을 백신이라는 형태로 만들어 사용하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걸렸다.

기초적인 방식의 질병 예방에서 실제로 질병의 원인이 되는 병원체를 분리 배양해 인공적인 백신을 만든 것은 프랑스의 미생물학자인 파스퇴르이다. 그는 특정 질병의 원인일 세균을 찾아내고 이를 추출해 배양하였고 이를 건강한 동물에 주입했을 때 똑같은 질병이 일어나는지 관찰했다. 그래야 병원체 그 자체를 없애거나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파스퇴르가 백신을 발견하게 된 것은 우연한 실수조차 연구에 반영했던 그의 끈질긴 탐구 정신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한창 닭 콜레라균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던 때, 연구실에서 배양하던 세균들이 실온에 오래 방치되는 실수가 벌어졌었고 약해진 세균들을 건강한 닭에 주입해보기로 한다. 이때, 닭에게 면역이 생겨 병에 걸리지 않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한번 병을 앓고 나면 내성으로 같은 질병에 걸리지 않는데, 그렇다고 직접 그 질병에 노출되는 위험한 방식을 취하기보다 독성이 약화한 병원체로 똑같은 예방 효과를 누리는 것이다.

인공적인 백신을 만든 것은 프랑스의 미생물학자인 파스퇴르이다

이후에도 전염병은 끊임없이 나타났지만, 인류의 노력도 계속되었다. 1940년대에 아이들 사이에서 돌았던 전염병인 척수성 소아마비의 경우, 1952년에 조너선 소크 박사가 백신 개발에 성공해 종식에 이르게 된다. 당시 소크 박사는 2차 세계대전 종식 직후라는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인해 임상시험 대상자를 찾기 어려워지자 자기 자신을 포함한 자신의 가족들에게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이 살신성인의 정신에 감명받은 사람들이 동참하기 시작해, 2차 임상시험은 22만 명의 자원봉사자와 180만 명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진행할 수 있었고 결국 소아마비 백신 개발에 성공하게 된다.

“태양에도 특허권은 없다.” 소크 박사가 어느 방송에 출연해 한 말이다. 순탄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 수많은 사람의 도움을 통해 만들어졌기 때문일까. 소크 박사는 큰돈을 벌 기회였지만 제약회사에 넘기는 대신, 백신의 특허권을 포기하고 백신 제조법을 무료로 공개했다. 덕분에 전 세계의 모든 아이가 백신을 맞을 수 있게 되었고 1979년, 공식적으로 척수성 소아마비는 사라지게 된다.

이후에도 전염병은 끊임없이 나타났지만, 인류의 노력도 계속되었다.

이처럼 마법과도 같은 백신엔 항상 구구절절한 사연이 함께 하는데, 이러한 백신에 또 의심의 눈초리 또한 떨어지지 않는다. 최근 50년간 창궐한 바이러스성 감염병 중 약 3,790만 명의 사망자가 나와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한 에이즈의 경우, 면역체계 자체를 공격하는 특성이 있는지라 백신 개발이 더디기만 했다. 그런 와중에 영국 언론인 에드워드 호퍼가 쓴 <더 리버>에 중앙아프리카에서 소아마비 백신을 대량 배포하는 과정에서 에이즈가 퍼졌다는 내용이 담기게 된다. 그러자 에이즈의 기원에 대해 의문을 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음모론이 일었고 소아마비 백신에 대한 거부감마저 일어나게 된다.

결국 영국 왕립학회까지 나서서 소아마비 백신에 대한 오염은 없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나, MMR 백신은 자폐증을 일으킨다는 등의 다양한 백신 관련 음모론을 제기하는 목소리들이 남아있다. 심지어 자신의 아이에겐 백신을 접종하지 않겠다는 백신 반대 운동의 움직임마저 있다. 미국에서는 생후 19개월에서 35개월 사이의 백신 미접종 아동의 숫자가 점점 증가하여 2000년에는 24,073명을 기록했다.

코로나 19 백신의 경우도 마찬가지의 안티 백서들이 존재한다.

코로나 19 백신의 경우도 마찬가지의 안티 백서들이 존재한다. 미국의 경우 성인의 25% 이상이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 19 백신이 여성의 생리 주기를 바꾸거나 유산을 시킬 수 있고 심지어 마이크로 칩이 들어있어 조종을 당할 거라는 등의 황당한 음모론까지 돌고 있다. 브라질에선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나서서 백신을 맞으면 악어로 변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단순히 어처구니없어하며 넘길 문제가 아니다. 백신 접종률이 떨어지면 집단면역 형성에 영향을 미쳐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들마저 영향을 받게 된다. 백신을 통한 집단면역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최소 70~85%가 접종을 완료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때, 정부와 과학자들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백신의 영향뿐만 아니라 그 부작용까지도 사회 구성원과 투명하게 나누어 음모론 자체를 차단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러한 음모론은 마법과도 같은 효과를 낸다는 백신에 대한 이해 부족과 백신 접종 이후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으로 기인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백신을 아는 것이, 집단면역으로 가 질병으로 자유로워지는 지름길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김인수 오베이션 대표

insu@weinteract.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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