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지역 외국인 주민, 이제 AI가 통역사 역할 맡는다

(왼쪽부터) 조원일 전남동부이민외국인종합지원센터 센터장, 박윤지 클라이온 대표가 MOU를 체결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클라이온)

전라남도 곳곳에서 일하고 생활하는 외국인들이 이제 말이 통하지 않아 겪던 불편함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여수와 순천, 광양을 포함한 전남 8개 지역에서 인공지능이 실시간으로 통역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본격 가동에 들어간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AI 전문기업인 클라이온이 지난 27일 전남 지역 외국인 지원기관들과 손잡으면서 시작됐다. 여수에 자리한 전남동부이민외국인종합지원센터를 비롯해 영암군의 외국인주민지원센터가 파트너로 나섰다.

주목할 점은 단순한 번역 서비스를 넘어서는 접근방식이다. 박윤지 대표가 이끄는 클라이온은 자체 개발한 '엘엑스허브'라는 플랫폼을 통해 지역 실정에 맞춘 맞춤형 언어 지원에 나선다. 이 회사가 내세우는 강점은 행정 현장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와 표현을 AI가 미리 학습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은 민원 관련 서식 235가지의 여러 언어 버전을 시스템에 입력해 두었다. 덕분에 외국인이 주민센터나 관공서를 찾았을 때 복잡한 행정 용어도 정확하게 전달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술적으로는 검색증강생성이라 불리는 RAG 방식을 채택했다. 이는 일반적인 AI 번역과 달리 특정 분야에 특화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오역 가능성을 크게 줄인 방식이다. 음성을 인식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실수를 자동으로 바로잡는 기능도 갖췄다.

여수를 중심으로 한 동부 지역 7개 시군에 우선 적용되며, 영암까지 포함하면 총 8개 지역이 혜택을 받게 된다. 여수와 순천, 광양처럼 제조업이 발달한 곳에는 외국인 근로자가 많아 실질적인 도움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광주광역시의 외국인주민센터에서 시범 운영을 거쳤고, 전남 본청 산하 지원센터에서도 활용 중이다. 현장 반응을 토대로 병원이나 상업시설 등 민간 영역으로도 확장할 계획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박윤지 대표는 이번 협력이 단순히 기술을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선다고 강조한다. 낯선 땅에서 정착하려는 외국인들이 말이 통하지 않아 겪는 불안과 어려움을 덜어주는 것이 진짜 목표라는 것이다. 그는 지방자치단체와의 파트너십을 더욱 넓혀 소외되는 이 없이 모두가 기술의 혜택을 누리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전남 지역은 농업과 제조업 현장에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다양한 국가 출신 외국인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들이 지역사회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으려면 언어 문제 해결이 가장 시급한 과제였다. AI 통역 시스템 도입은 이런 현실적 필요에 대한 하나의 해법으로 평가된다.

다만 기술 도입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AI가 아무리 정교해져도 문화적 맥락이나 감정적 뉘앙스까지 완벽히 전달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인간 상담사와 AI 시스템이 어떻게 협력할지에 대한 세심한 설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전남 지역이 기술을 활용한 외국인 정착 지원의 선도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향후 전국 지자체로 확산될 경우 한국 사회의 다문화 수용성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광우 기자

kimnoba@tech42.co.kr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저작권자 © Tech42 - Tech Journalism by AI 테크42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채용 공고부터 추천까지 한 번에…AI로 묶은 ‘통합 채용 허브’ 등장

잡코리아가 AI 기반 통합 채용 솔루션 ‘하이어링 센터’를 공개했다. 채용 공고 등록부터 지원자 관리, 커뮤니케이션, 운영 관리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환경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핵심이다.

정답 아닌 과정 본다…AI 활용 역량, 다면 분석으로 판별

‘AI 역량평가’는 응시자가 AI를 활용해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 자체를 분석한다. 프롬프트를 설계하고, AI의 응답을 검증한 뒤 이를 보완해 최종 성과로 연결하는 일련의 단계가 평가 대상이다. 단순 정답 여부가 아니라 활용 과정의 완성도를 데이터 기반으로 측정한다는 점에서 기존 평가와 차별화된다.

마이크로소프트, AI 한 명 시대 접고 ‘집단 검토’로 간다… 코파일럿 리서처에 GPT·클로드 동시 투입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사 업무용 AI 서비스인 마이크로소프트 365 코파일럿의 심화 조사 도구 ‘리서처’에 복수의 대형언어모델(LLM)을 함께 활용하는 구조를 도입했다.

QAI-LG전자 등 4사 맞손… ‘양자·AI 결합 데이터센터’ 시장 선점 나선다

AI 연산 폭증 속 전력·효율 한계 대응… 차세대 인프라 협력 본격화 하이브리드 퀀텀 엣지 데이터센터 공동 구축… 역할 분담 기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