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 진입 장벽 낮춘다… 클라이온·DB아이엔씨, '구독형 보험 플랫폼' 맞손

박윤지 클라이온 대표(오른쪽)와 김상동 DB아이엔씨 신기술추진실장(상무)이 MOU를 체결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클라이온)

클라우드 전문기업 클라이온과 DB그룹 계열 IT 기업 DB아이엔씨(DB Inc.)가 보험 산업의 디지털 대전환을 위해 손을 잡았다.

양사는 14일 서울에서 클라우드 기반 소액보험 플랫폼 '예스슈어(Yes,Sure)' 고도화를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협약식에는 박윤지 클라이온 대표와 김상동 DB아이엔씨 신기술추진실장(상무)이 참석했다.

이번 제휴는 전통적으로 높은 진입 장벽으로 알려진 보험 산업에 '구독 경제' 모델을 도입해, 소규모 보험사들도 손쉽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예스슈어, 넷플릭스처럼 '쓴 만큼만 내는' 보험 시스템

DB아이엔씨가 2024년 9월 선보인 '예스슈어'는 보험 업계의 넷플릭스를 표방한다. 기존 보험사가 보험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수십억 원의 초기 투자와 1~2년의 개발 기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예스슈어는 '사용량 기반 과금(Pay-as-you-go)' 방식을 채택해 초기 비용 부담을 대폭 낮췄다.

소액단기보험사는 예스슈어에 접속만 하면 보험 가입 접수, 계약 관리, 보험금 청구 처리 등 보험 운영에 필요한 모든 기능을 클라우드 환경에서 즉시 이용할 수 있다. 마치 구독형 소프트웨어(SaaS)처럼 필요한 기능만 선택해 사용하고, 실제 이용량에 따라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다.

DB아이엔씨 관계자는 "예비인가 단계 보험사도 3개월 내 상품 출시가 가능하다"며 "기존에 6개월~1년 걸리던 시스템 구축 기간을 절반 이하로 단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협약에서 클라이온은 예스슈어의 '클라우드 인프라 설계자' 역할을 맡는다. 클라이온은 AWS 어드밴스드 파트너이자 네이버클라우드플랫폼(NCP) 전략 파트너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멀티클라우드 전문 기업이다.

협약에 따라 클라이온은 ▲금융권 보안 규제(전자금융감독규정, 개인정보보호법 등) 준수 아키텍처 설계 ▲AWS·애저(Azure)·NCP 등 멀티클라우드 환경 전환 지원 ▲트래픽 급증 시 자동 확장(Auto Scaling) 체계 구축 ▲24시간 모니터링 및 장애 대응 체계 운영 등을 담당한다.

특히 보험업은 금융위원회의 엄격한 클라우드 보안 가이드라인을 준수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 스타트업 서비스와 달리 전문적인 클라우드 아키텍처 설계가 필수적이다. 클라이온은 이미 공공기관과 금융권 프로젝트에서 축적한 컴플라이언스(규제 준수) 노하우를 예스슈어에 적용할 계획이다.

보험업의 '언번들링(Unbundling)' 트렌드

예스슈어의 등장 배경에는 보험 산업의 '언번들링(분해)' 트렌드가 있다. 과거 보험사는 상품 설계부터 시스템 구축, 영업, 보험금 지급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수행했다. 하지만 최근엔 각 단계를 전문 플랫폼이 분담하는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예를 들어 ▲보험 설계는 액추어리(보험계리사) 전문 스타트업이 ▲시스템은 예스슈어 같은 클라우드 플랫폼이 ▲영업은 디지털 채널이 ▲손해사정은 AI 기반 솔루션이 각각 담당하는 식이다.

이는 금융당국이 2023년부터 소액단기보험업 인가 요건을 완화하면서 더욱 가속화됐다. 자본금 30억 원만 있으면 소액단기보험사 설립이 가능해지면서, 여행·펫(반려동물)·자전거·골프 등 틈새 시장을 겨냥한 신규 보험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해외에선 이미 유사한 인슈어테크 플랫폼이 성공 사례를 만들고 있다. 미국의 '넥스트인슈어런스(Next Insurance)'는 소규모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을 위한 맞춤형 보험 플랫폼으로, 2025년 기준 기업가치 40억 달러(약 5조 7천억 원)를 달성했다.

영국의 '브룩리노(Brolly)' 역시 구독 기반 보험 통합 관리 플랫폼으로 주목받다가 현재는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클라우드 네이티브(Cloud Native)'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초기 비용을 최소화하고, 유연한 상품 출시를 가능하게 했다는 점이다.

금융 넘어 민간·공공으로 확장

양사는 이번 협약을 보험 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향후 금융·민간·공공 부문 클라우드 사업 전반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클라이온은 이미 행정안전부의 '디지털서비스전문계약제도(K-클라우드)' 사업자로 선정돼 중앙부처 및 지자체 클라우드 전환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최근엔 생성형 AI 검색 서비스 'CLP Search'를 개발해 공공 부문 AI 전환(AX) 사업에도 진출했다.

DB아이엔씨도 DB그룹 내 IT 인프라 통합 관리는 물론, 외부 기업 대상 DX(디지털 전환) 컨설팅 사업을 확대하고 있어 양사 간 시너지가 기대된다.

박윤지 클라이온 대표는 "클라이온은 그간 200여 개 클라우드 프로젝트를 통해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예스슈어의 안정적 운영을 지원하겠다"며 "이번 협력은 단순한 기술 공급을 넘어, 안정성과 혁신을 동시에 갖춘 금융 클라우드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동 DB아이엔씨 신기술추진실장(상무)은 "예스슈어는 보험업의 디지털 민주화를 실현하는 플랫폼"이라며 "클라이온과의 협력으로 멀티클라우드 환경에서도 안전하고 빠르게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소액단기보험 시장은 2023년 기준 보험료 수입 약 1조 2천억 원 규모로, 전년 대비 28% 성장했다. 2026년까지 연평균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필요한 순간에만 짧게 가입하는' 온디맨드(On-demand) 보험 수요가 급증하면서,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레거시(Legacy) 시스템으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고객 니즈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예스슈어 같은 클라우드 네이티브 플랫폼이 보험업 혁신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재엽 기자

anihil@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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