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의 혁신! 스마트폰에 부착하는 초저가 혈압계 나온다

찍찍이로 된 커프식 혈압계(왼쪽)와 미국 캘리포니아주립 샌디에이고대(UCSD)가 개발한 휴대폰 부착식 혈압계. (사진=아마존,UCSD)

현대인에게 가장 익숙한 만성질환, 한국인의 3대 만성 질환으로도 불리는 질환군으로 고혈압, 고혈당, 고지혈증이 꼽힌다. 이들은 자칫하면 심각한 합병증을 불러올 수 있는 위험한 질환군이다. 나머지 둘도 그렇긴 하지만 특히 혈압은 수시로 체크할 필요가 있는 대표적 질환이다. 미국에서도 성인의 47%가 고혈압을 앓고 있어 혈압 수치를 계속해서 확인해야 하는 필요성이 높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 샌디에이고 대학교(UCSD) 연구팀은 스마트폰과 불과 0.80달러(약 1000원)에 불과한 휴대폰 부착형 기기로 훨씬 더 편리하고 혈압을 측정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들은 상용화를 염두에 둔 벤처까지 만들었다.

UCSD 연구팀의 최신 발명품은 혈액의 흐름을 추적하기 위해 피부 압력과 광학기술을 사용하는 것으로서 간단히 스마트폰에 부착하면 된다.

BP클립(BPClip)이라고 불리는 이 최신 발명품은 팔주변을 감고 측정하는 전통적 찍찍이 커프 방식 혈압계와 달리 간단한 휴대폰 부착장치를 사용하지만 성능에서는 기존제품과 크게 유사한 판독값을 제공한다.

이 기기 구성은 기기의 전등과 스마트폰 카메라, 그리고 간단한 물리학에 의존할 정도로 간단하다. BP클립은 사용자가 기기를 압착할 수 있는 스프링 메커니즘이 있는 플라스틱 클립과 두 개의 광 채널로 구성돼 있다. 광채널 중 하나는 손전등을 손가락으로 향하게 하고, 다른 하나는 반사된 빛을 카메라로 향하게 해 이미지를 처리하게 된다. 맞춤 제작된 안드로이드 앱이 데이터를 처리하고 사용자에게 측정 과정을 안내한다.

BP클립의 자랑은 이미 기존 혈압계에 근접할 정도의 정확성을 가지고 있고, 사용하기 간편한데다 가격마저 엄청나게 싸다는 점으로 요약된다.

간단한 사용법

검은색 플라스틱 위주로 된 휴대폰용 부착품에 엄지 손가락을 대고 있는 손의 이미지. (사진=UCSD)
사용 과정을 보여주는 영상의 일부. (사진=UCSD)

사용자는 휴대폰 카메라와 연결된 BP클립 사용시 손가락으로 누르는 힘 범위를 조정한다.

손가락에 힘주지 말고 클립위에 손가락을 올려놓은 후 완전하게 눌러 원의 크기를 확인하고 혈압 측정을 시작한다.

누르는 힘을 조절해 붉은 선을 녹색 타깃라인과 나란히 정렬한다. (위 사진, 아래 첫 번째 영상) 이 때 붉은 색 지시기는 힘이 범위를 벗어난 것을 가리킨다. 노란색 지시기는 손가락 힘이 범위 내에 있다는 것을 가리킨다. 이 범위 내에서 2초간 힘을 그대로 유지한다. 그러면 녹색 지시기가 기록을 시작하며, 이 때 5초 동안 바가 진행되도록 놔둔다. 힘이 타깃 범위를 벗어나면 작동이 끝난다.

정확성, 간편성 갖춘 1000원짜리 혈압계

편리한데다 가격도 싼 혈압계인 BP클립 시제품 구조. (사진=사이언스)

이 논문의 수석 저자인 이난 슈안은 “이 연구의 주요 동기는 저비용 측면에 있다. 우리가 이 방향으로 가려는 주된 이유는 현재 실제로 저렴한 혈압 측정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편의점이나 약국에서 구할 수 있는 기존 혈압계들은 모두 커프 방식 혈압계인데 가격이 20~서 30달러(2만6000~3만8000원)다. 심지어 가장 저렴한 것들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이는 저소득층 혈압환자들에게 혈압 측정에 대한 재정적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해리엇 반 스폴 맥매스터 대학 심장학과 부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고혈압 환자의 3분의 1 이상이 진단되고 치료된다”고 말했다. 그녀는 “여성, 유색인종, 사회 경제적으로 빈곤한 사람들을 포함해 소외된 인구에 있는 사람들은 특히 진단과 치료에 취약한데 이러한 환자 중심 기술로부터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슈안과 그의 동료들은 만약 이 기기를 양산하게 된다면 치과의사들이 치실과 칫솔을 나눠주는 것처럼 BP클립도 의사들이나 비영리 단체에 의해 나눠질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들은 이미 빌리온 랩스(Billion Labs Inc.)라는 스타트업을 만들어 그들의 디자인을 더욱 다듬고 있다.

샌디에이고대 초저가 혈압계의 원리

샌디에이고대가 개발한 초저가 혈압계인 ‘BP클립’은 혈액이 빛을 흡수한다는 간단한 판독원리에 의존한다. 피가 더 많이 흐르면 원은 더 흐리게 반사되고, 피가 덜 흐르면 원은 더밝게 반사된다. (사진=UCSD)

BP클립은 혈액이 빛을 흡수한다는 간단한 판독 원리에 의존한다.

어두운 방에서 휴대폰의 손전등을 손가락으로 가리면 빛나는 손가락에서 맥박이 뛰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손가락의 정맥과 동맥을 통해 흐르는 혈액을 보내는 실제 맥박에서 나온 것이다. 즉, 심장이 수축할 때 더 많은 혈액이 더 많은 빛을 흡수하고, 심장이 이완될 때 더 적은 혈액이 흐르면 더 적은 빛이 흡수된다.

BP클립은 휴대폰 카메라를 사용해 이러한 빛의 펄스를 기록한다. 앱은 캡처된 각 프레임의 밝기를 평균내는 것만으로 실시간으로 손가락을 통해 얼마나 많은 피가 흐르고 있는지 읽어낼 수 있다. 그러나 이 정보만으로는 혈압 측정값을 계산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BP클립은 손가락에 압력이 가해짐에 따라 이 혈류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아야 한다. 기본적으로 기존의 찍찍이 커프 기반 혈압계가 혈압을 측정할 때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프로세스다. 이 때 BP클립의 스프링이 사용된다. 스프링을 0에서 100%까지 점진적으로 압축함으로써 손가락의 혈관에 다양한 압력을 가할 수 있다. 이러한 압력은 혈압 측정값을 계산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 혈액의 흐름에 영향을 미친다.

사용자가 스프링을 끝까지 눌렀을 때를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압력으로 인해 손가락 혈관이 닫히고 혈액이 흐를 수 없기 때문에 카메라가 볼 수 있는 빛 펄스(맥박)가 없다. 사용자가 천천히 스프링을 놓으면 다시 혈액이 흐르는 지점에 도달하고, 카메라는 감지할 수 있는 빛의 펄스를 복원한다. 이는 심장 박동 중의 최고 혈압(수축기 혈압)에 해당한다.

사용자가 스프링의 압력을 계속 낮추면, 손가락을 통해 혈액이 점점 더 자유롭게 흐를 수 있고, 빛이 반사되는 정도가 바뀐다. 결국 손가락에 가해지는 압력은 더 이상 혈액의 흐름을 방해하기에 충분치 않게 되고 반사된 빛은 안정된 맥박이 된다. 이때 우리는 심장 박동 중에 최소 혈압인 확장기 압력에 이른다.

다양한 압축 수준에서 혈류를 보고 이러한 측정값을 손가락에 가해지는 힘과 일치시킴으로써 BP클립은 사용자의 수축기 및 확장기 혈압을 계산할 수 있다. (아래 첫 번째 동영상)

전자부품 사용하지 않고 손가락 힘 인식

서로 다른 손가락 압력을 주었을 때 그 변화에 따라 이미지가 달라진다. (사진=사이언스)

이때 시스템은 BP클립에 얼마만한 힘이 가해지는지를 알아야 한다. 어떻게 가능할까.

BP클립은 전자 부품 없이도 손가락에 가해지는 압력을 측정하기 위해 간단한 물리학을 사용한다. 손가락에서 반사된 빛은 핀홀을 통과해 카메라에 닿는다. 이것은 카메라가 받는 빛이 핀홀 투영이라는 것을 의미하며, 손가락이 핀홀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에 따라 크기가 달라진다.

스프링의 정확한 경도(硬度)가 알려진 경우 이미지 크기는 손가락에 가해지는 압력 계산에 사용된다.

또한 BP클립은 이 소프트웨어(SW)를 통해 각각의 측정에 앞선 내부 보정을 수행한다. BP클립은 이 기기의 스프링을 최대나 최소로 눌렀을 때의 반사광 밝기를 측정함으로써 손가락 고유의 빛 반사를 등록할 수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후속 측정에서 이 값을 제할 수 있는데 이는 최종 수치가 혈류에만 관련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플래시 밝기, 피부 톤 및 전체 혈액량의 차이를 모두 설명할 수 있다.

6◆해결과제···8mmHg 극복과 장착 방식 일반화

웨어러블 방식의 혈압계에 대한 아이디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혈압을 계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는 수많은 시제품이 있다. 그러나 이들 기기의 광범위한 사용을 방해한 핵심 이슈는 이들이 간접 측정방식을 사용해 혈압을 추정하기에 커프 혈압계와 달리 외부 보정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었다.

BP클립은 압력을 독립적으로 측정할 수 있어 이 분야의 다른 발명품들과 차별화 된다.

연구를 주도한 슈안은 BP클립에 대해 “(그럼에도)분명히 개선의 여지가 있다. 현재 정확도는 진단 단계가 아닌 저울질 단계에 있다. 현재 버전의 BP클립 측정값은 커프 방식 혈압계 판독값과 최대 8mmHg 차이가 날 수 있다. 이는 특정 상태를 진단하기에는 정확하지 않을 수 있지만 사용자가 의사에게 추가 조언을 구하도록 유도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UCSD 연구팀은 현재 구글 픽셀 4에서만 사용되고 있는 BP클립이 휴대폰에 장착되는 방식을 일반화해야 한다. 물론 이 기기는 최소 200만 화소 카메라가 장착된 모든 스마트폰에서 작동토록 설계됐다. 내부 보정을 통해 플래시 파워와 카메라 감도 간 차이를 보정할 수 있다. 즉, 카메라 어레이의 물리적 레이아웃만 고려하면 된다는 의미다.

이 때 플래시와 가장 가까운 카메라 렌즈 간 거리는 측정 중 빛이 이동해야 하는 전체 거리를 결정하기 때문에 핵심 매개 변수가 된다.

연구팀은 BP 클립이 최대 16mm의 플래시-렌즈 거리를 가진 스마트폰에서 작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는 그들이 생각했던 50개 휴대폰 중 4개를 제외한 모든 휴대폰이 포함된다.

결론적으로 UCSD연구진은 BP클립의 출시 전 해결해야 할 사소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큰 잠재력을 가진 개념증명 연구성과를 과시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유용하게 쓰일 이 시제품의 조기 상품화 및 양산이 조속히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UCSD팀의 연구 내용은 아래 네이처 사이트(5월29일자)에 소개돼 있다. 함께 첨부한 2편의 동영상은 샌디에이고대가 공개한 것으로서, 순서대로 BC클립의 작동법과 작동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저작권자 © Tech42 - Tech Journalism by AI 테크42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AI로 ‘한 세대 한번’ 뿐인 기회를 잡은 ‘구글·유튜브’

구글이 지난해 법무부가 기소하면서 시작된 반독점 재판과 기업이 야심차게 출시한 새로운 AI 도구가 사실상 흥행 실패한 가운데, 알파벳은 사상최초로 배당금 700억달러 자사주를 매입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다양한 악재 속에서도 알파벳은 적극적으로 생성형 AI 프로젝트에 리소스를 전환하면서 ‘한 세대 한번’ 뿐인 기회를 잡았다.

[생성형 AI 붐 시대①] 생성형 AI 산업 대폭발과 그 주변

AI 인덱스 보고서가 보여주는 AI 분야 경쟁 트렌드와 활용 및 과제 등을 포함하는 주목할 만한 15개 지표는 ▲생성형 AI투자 폭발 ▲폐쇄형 모델이 개방형 모델 성능 능가 ▲이미 매우 비싸진 파운데이션 모델 ▲미국이 파운데이션 모델 분야에서 선두 국가로 자리매김 ▲구글이 파운데이션 모델 경쟁 기업 가운데 독주 ▲AI 경쟁에 따른 무거운 탄소 발자국 발생 부작용 ▲AI 개발자들의 인종적 다양성, 일부 진전 ▲포춘 500 기업 조사결과 최소 1개 사업부가 AI 구현 ▲AI를 사용한 기업들의 비용 축소 및 매출 증가 ▲업계가 새로운 AI 박사 학위자들 채용 ▲기업들의 AI리스크 인식 ▲아직까지 인간을 능가하지 못한 AI ▲잇단 AI 책임 규범 개발 ▲법이 AI를 활성화하는 동시에 한편으로 제약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AI로 요약된다.

야렉 쿠틸로브스키 딥엘 창업자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자체 LLM 기반 언어 AI 개발…번역, 글쓰기 이어 음성 번역 서비스도 선보일 것”

26일 딥엘의 창업자인 야렉 쿠틸로브스키 CEO가 직접 한국을 방문해 시장 진출 1년의 성과와 향후 전략을 발표했다. 쿠틸로브스키 CEO가 소개한 딥엘 라이트 프로는 딥엘의 자체 거대언어모델(LLM)로 구동되는 첫 서비스로, 기업이 사내외 커뮤니케이션, 계약서 등 기업이 글로벌 비즈니스 상황에서 더 명확하게 소통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몰레큘라이노베이션즈, 서울대기술지주로부터 2억 투자 유치

기술 창업 기업 몰레큘라이노베이션즈는 서울대기술지주로부터 2억원 시드투자를 유치했다고 26일 밝혔다. 몰레큘라이노베이션즈는 서울대 화학부 연구실에서 신물질 레스베라트론의 발견을 기반으로 신약 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