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만 잊혀졌던 샤오미의 반격…삼성, 스마트폰 위태로운 1위

샤오미를 잊고 있었다. 한 때 '대륙의 실수'라고 조롱 받던 샤오미는 제법 괜찮은 전자기기들을 아주 싼 값에 제공하며 서서히 스며들었다. 그리고 중국 기업 답게 경쟁사의 제품을 대놓고 베끼는 수준에서 벗어나, 이제 삼성전자와 애플을 위협하는 존재가 됐다. 특히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최근 약진은 놀라울 정도다.

2일(현지시간) 시장조사업체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샤오미가 2분기 유럽 스마트폰 시장에서 25.3%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샤오미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대비 67.1% 증가한 1270만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점유율이 7% 감소, 1200만대를 출하해 시장점유율 24.0%로 2위로 밀려났다. 올해 1분기까지만 해도 삼성전자는 유럽 시장에서 32% 점유율로 1위였다. 전년 동기인 지난해 2분기에도 삼성 35%로 선두였었다. (삼성은 유럽시장 상위 5개 제조사 중 유일하게 출하량이 감소했다)

같은 기간 유럽 시장 3위는 애플로 960만대 출하량으로 15.7% 성장, 19.2%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샤오미의 레이 쥔 회장 (사진=바이두)

글로벌 2위 꿰찬 샤오미...더 이상 '대륙의 실수' 아니다

샤오미의 약진은 유럽시장에서만이 아니다. 올해 2분기 기준으로 샤오미는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을 제치고 2위 자리를 차지했다. 지난 2010년 창사 이후 처음 맞이하는 대기록이다.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1위는 삼성전자(점유율 19%)이며, 샤오미는 점유율 17%로 2위를 기록했다. 3위는 14%의 애플이다. 이어 4위는 오포(10%), 5위는 비보(10%) 순이다.

샤오미의 약진 원인은 다양하지만, 표면상 드러나는 원인은 화웨이의 빈자리를 샤오미가 흡수한 것이다. 미국 정부의 제재로 스마트폰용 반도체 칩을 못구한 화웨이는 시장점유율이 급락해 5위권 아래로 떨어졌다. 최근 플래그십 스마트폰 신제품을 발표했지만 5G폰이 아닌 LTE폰으로 다운그레이드한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삼성과 애플을 맹추격하던 화웨이의 자리를 샤오미가 고스란히 이어받은 것이다. 화웨이의 빈자리를 삼성과 애플이 가져오지 못했다기 보다는, 샤오미가 그 빈 틈을 잘 메꿨다고 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SA 측은 "삼성전자가 갤럭시 A시리즈 5G 신형 모델로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애플, 보급형 시장에서는 중국 제조사들과의 경쟁이 치열해 화웨이의 빈자리를 차지하는 데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샤오미는 삼성전자를 노리고 있다

지난 5월 샤오미의 루웨이빙 부사장은 애플을 넘어 스마트폰 2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2분기 전망을 밝혔고, 현실이 됐다. 특히 그는 오는 2023년에는 1위 삼성전자도 넘어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현재 추세를 보면 중국 특유의 '허풍'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샤오미의 올해 2분기 점유율은 17%로, 삼성전자와 불과 2% 차이로 좁혀졌다. 삼성전자는 기존 30% 수준의 점유율이 19%로 뚝 떨어졌다. 애플은 프리미엄 및 매니아층을 대상으로 13~16%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애플의 경우 40%대의 마진율로 시장점유율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샤오미 역시 '넘사벽' 애플 보다는 삼성전자의 자리를 넘보는 것이 현실적이며, 스마트폰 왕좌 차지라는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

실제 샤오미의 스마트폰 라인업은 삼성전자를 위협하도록 구축돼 있다. 삼성전자가 프리미엄폰 시장에서 애플과 격전을 벌이고 있는 사이, 샤오미를 중심으로 한 중국 제조사들이 중저가폰 시장을 휩쓸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샤오미의 제품은 '아주 싼 값에 제법 쓸만한' 가성비를 갖추고 있다. 저가폰 시장에서 샤오미 프리미엄폰의 잠재고객들을 상당수 확보한 셈이다.

샤오미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미11'

샤오미의 스마트폰 라인업은 10만원대 초저가폰인 '홍미 20X'부터 100만원대의 프리미엄폰 '미11 울트라' 까지 촘촘하게 구성돼 있다. 올해 삼성전자가 미는 폴더블폰 시장에서도 이미 3월에 경쟁작 '미믹스 폴드'를 출시한 상황이다.

올해 3월 출시된 샤오미의 폴더블폰 '미믹스 폴드', 삼성전자 폴더블폰의 강력한 경쟁자다.

샤오미가 무서운 이유는 저가 전략만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샤오미의 기술력은 삼성전자를 위협할 만큼 성장하고 있다. 올해 초 출시한 프리미엄폰 '미11' 시리즈는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샤오미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1억 800만 화소의 카메라, 화면 아래에 카메라가 내재된 언더디스플레이카메라(UDC) 기술, 8분만에 완충되는 배터리 기술 등은 독보적이다.

샤오미의 약진은 이러한 기술력과 가성비에서 만들어 졌다. 샤오미의 과감한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샤오미는 2020년에 100억 위안(약 1조 7800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2021년에는 130억 위안이 넘는 금액을 연구개발에 투자할 것이라고 레이 쥔 샤오미 회장이 공언하기도 했다.

한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미국과 기술패권 경쟁에서 샤오미 또한 피해를 입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미국의 제재를 피했느냐는 점이다.

물론 샤오미 또한 화웨이처럼 미국 정부의 공격을 받았다. 올해 1월의 일이다. 미국 정부는 샤오미 역시 '국가 보안'을 핑계 삼아 블랙리스트 기업으로 올렸다. 중국군과 연계돼 있다는 시나리오로 화웨이와 같은 절차를 밟았다. 그러나 샤오미는 즉각 소송을 제기했고, 5월 워싱턴DC 연방법원에서 승소했다. 바이든 행정부 하에 진행된 일이므로 타이밍도 좋았다. 이 판결 이후 미국 정부는 샤오미에 대한 추가 이의 제기를 하지 않기로 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이처럼 샤오미는 글로벌 시장에서 빠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경우 '삼성 아니면 애플'이라는 편협성 탓에 샤오미를 잊고 있었지만, 향후 글로벌 스마트폰 패권, 더 나아가 글로벌 IT기기 패권 다툼에서 삼성전자가 가장 경계해야 할 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효정 기자

hjkim@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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