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세운 한국 스타트업도 정책 안으로… ‘국외 창업기업’ 제도화의 의미와 남은 과제

국내 법인 중심 창업지원 체계, 해외 설립 한국계 스타트업까지 확장
“해외 창업→글로벌 성장→국내 환류”… 정책 패러다임 전환 본격화
지분 요건·행정 해석·투자 규제… 제도 실효성 좌우할 핵심 쟁점 부상

한국 스타트업 정책의 경계가 바뀌고 있다. 국내에 설립된 법인을 중심으로 작동해온 창업지원 체계가 이제는 한국인이 해외에서 세운 기업까지 제도적으로 포괄하기 시작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8일 발간한 이슈페이퍼 '국외 창업기업 지원제도의 의의와 쟁점'은 이 변화를 단순한 지원 대상 확대가 아닌, 글로벌 창업 현실을 정책이 공식적으로 수용한 전환점으로 규정한다.

핵심은 관점의 변화다. 그동안 해외 창업은 ‘국부 유출’이라는 프레임으로 해석되곤 했지만, 이번 제도는 이를 뒤집는다. 해외에서 성장한 한국계 스타트업의 성과가 투자, 고용, 기술, 네트워크 형태로 국내에 돌아오는 ‘환류’ 구조를 정책의 중심 논리로 삼았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낸 기업이 국내 경제에 기여할 수 있다면, 창업의 위치는 더 이상 본질적인 기준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이 같은 변화는 이미 현실에서 시작됐다. 플랫폼과 딥테크 산업에서는 창업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을 전제로 사업을 설계하는 ‘본 글로벌(Born Global)’ 전략이 일반화됐다. 해외 법인 설립이나 본사 이전 역시 더 이상 예외적 선택이 아니다. 실제로 미국에 본사를 둔 한국계 스타트업은 약 200개에 이르며, 이 중 80% 이상이 처음부터 미국 법인으로 창업을 선택했다. 더 큰 시장, 대규모 투자, 유연한 규제 환경이 그 배경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정책은 이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 기존 창업지원 체계는 국내 설립 법인을 전제로 설계돼 있었고, 그 결과 해외 법인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한국계 스타트업은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였다. 한국인 창업가가 실질적으로 기업을 지배하고 국내 인력과 사업 기반을 유지하더라도, 지원 대상 여부는 불명확하거나 사업별로 다르게 해석되는 경우가 많았다.

정책 패러다임 전환… ‘내수 보호’에서 ‘경제 영토 확장’으로

이러한 간극을 메우기 위해 정부는 2023년 8월 ‘스타트업 코리아 종합대책’을 통해 정책 방향을 공식화했다. 핵심은 창업 정책의 범위를 국내에서 글로벌로 확장하는 것이다.

리포트는 이를 ‘내수 보호’에서 ‘경제 영토 확장’으로의 전환으로 해석한다. 해외 창업을 배제하는 대신,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이 국내 경제로 이어지는 구조를 정책적으로 설계하겠다는 의미다.

제도화 과정도 빠르게 이어졌다. 2024년 2월 「중소기업창업 지원법」 개정을 통해 ‘국외 창업’과 ‘국외 창업기업’이 처음으로 법률에 명시됐고, 같은 해 8월 시행령 개정으로 지분 30% 이상 보유와 최대주주 유지, 국내 경제적 연관성 등 세부 기준이 구체화됐다. 이후 벤처투자조합의 투자 인정 기준과 관련 고시가 정비되며 제도의 틀이 완성됐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해외 법인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국내 창업지원 정책의 대상이 된다는 점이다. 국외 창업기업은 설립 후 7년 이내(신산업 분야는 최대 10년) 기업을 기준으로 하며, 한국인이 의결권 지분 30% 이상을 보유하고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 여기에 국내 사업장 운영이나 거래 관계 등 경제적 연관성 요건도 요구된다.

이는 형식적 국적이 아니라 실질적 통제와 국내 기여 가능성을 중심으로 기업을 판단하겠다는 구조다. 동시에 창업지원사업, 신산업 육성 프로그램 등 주요 정책을 국외 창업기업에도 적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해외 설립 한국계 스타트업은 제도권 안으로 편입됐다.

제도화의 의미… “회색지대에서 정책 대상로”

리포트는 이번 제도의 가장 큰 의미를 ‘회색지대 해소’로 본다. 그동안 정책적으로 다루기 어려웠던 해외 설립 한국계 스타트업을 공식적인 지원 대상으로 포함시켰다는 점에서다.

이는 단순한 지원 확대를 넘어 정책 운영 방식 자체를 바꿀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정부는 이제 해외 창업기업이 국내 경제에 어떤 방식으로 기여하는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스케일업 정책을 설계할 수 있게 된다. 즉, 이번 제도는 ‘지원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창업을 어떻게 국가 경제 전략과 연결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첫 번째 제도적 답변에 가깝다.

문제는 제도의 설계와 현장의 작동 사이 간극이다. 가장 큰 쟁점은 지배력 판단 기준이다. 현재 제도는 지분 30% 이상 보유와 최대주주 유지라는 기준을 핵심으로 삼고 있지만, 이는 스타트업의 성장 구조와 충돌할 수 있다. 투자 유치가 반복되는 과정에서 창업자의 지분은 자연스럽게 희석되기 때문이다. 특히 딥테크나 피지컬 AI와 같이 자본 집약적 산업에서는 성장 단계가 높아질수록 이 기준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결과적으로 글로벌 확장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오히려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다.

행정 해석의 불일치도 현장의 불확실성을 키운다. 해외 본사 명의로 투자금을 유치해 이를 국내 고용과 연구개발에 사용하더라도, 한국 법인이 직접 투자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실적이 인정되지 않는 사례가 보고된다. 지원사업마다 기준이 달라 동일 기업이 사업별로 상반된 평가를 받는 문제도 발생한다.

투자 제도 역시 정비가 필요한 영역이다. 공공 LP가 참여하는 펀드에서 국외 창업기업 투자가 주목적 투자로 인정되는지 여부가 일관되지 않고, 개인투자조합의 경우 해당 투자 자체가 의무투자 실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한계가 존재한다.

‘제도화’ 이후가 진짜 시작

이번 국외 창업기업 제도는 분명한 방향 전환이다. 해외에 설립됐다는 이유만으로 정책 밖에 두기보다는, 한국 경제와 연결된 성장 주체로 인정하겠다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다만 리포트가 강조하듯, 이는 완성된 제도가 아니라 ‘진화 중인 정책’이다. 지분 기준의 유연화, 실질 중심의 행정 해석, 투자 규제 정비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제도는 선언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결국 관건은 '해외에서 성장한 한국계 스타트업의 성과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국내로 연결할 수 있는가'이다.

‘해외 창업→글로벌 성장→국내 환류’라는 정책 구상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제도의 틀을 넘어 실제 작동 방식까지 바뀌어야 한다. 지금의 제도화는 그 첫 단계일 뿐이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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