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트업의 피보팅(pivoting, 사업전환) 또는 사업 영역 확장은 쉬운 선택은 아니다. 하지만 때로 이러한 도전적인 시도는 우연한 경험과 기회를 통해 성공하기도 한다. 그러한 경험과 기회를 제공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오픈이노베이션이다. 이런 의미에서 스타트업들에게 오픈이노베이션은 새로운 전기(轉機)를 마련하는 교두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12일 열린 트라이에브리싱 2025 둘째 날, 마크앤컴퍼니 ‘2025 Mark Growth Showcase’의 두 번째 세션 주제이기도 했다. 바로 ‘Bridge : 혁신 생태계를 위한 교두보’다.
시작은 전기차 화재 예방 및 진압 시스템을 개발한 시티아이랩 정종우 대표의 ‘공공 협력을 통해 찾은 스타트업 오픈이노베이션 사업화 전략’ 주제 발표였다. 시티아이랩은 열화상·가시광 센서를 활용해 모빌리티 데이터를 수집·가공하는 일에서 시작해 현재는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전기차 안전 관리 솔루션을 확장해 가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이어 진행된 패널토론에는 정종우 대표가 모더레이터를 맡고, 전종찬 서울경제진흥원 책임, 이상민 한국디자인진흥원 팀장, 진형석 한국무역협회 차장이 패널로 참여해 각 기관이 추진하는 오픈이노베이션 전략과 과제를 공유했다.
전기차 화재 예방, 복합 센서 기반의 ‘CITY.SAFE’ 솔루션

“시티아이랩은 열화상 센서와 가시광 센서로 모빌리티 데이터를 수집 중에서 가공하는 회사입니다. 최근에는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서 전기차 안전 관리 솔루션인 ‘CITY.SAFE’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정 대표의 발표는 전기차 보급 증가와 함께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는 안전 이슈를 짚는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오는 2030년 전기차 등록대수는 6130만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 판매 점유율도 57%를 넘어 운행되는 자동차의 절반이 전기차가 되는 시대가 된다.
문제는 시장 점유율 증가와 별개로 이렇다 할 뚜렷한 해법이 없는 배터리 화재 이슈다. 배터리 화재방지를 위한 BMS(Battery Management System)을 적용돼 있고 현재도 개선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외부 충격에 의한 배터리 팩 손상 등 수많은 배터리 시스템의 변수로 인해 다층적 안전 시스템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상황이다. 정 대표는 “수많은 변수로 인해 BMS를 통한 제어가 실패하는 사례가 다수 목격되고 있다”며 말을 이어갔다.
“전기차 화재는 2020년 24건에서 2022년 43건, 2023년 72건으로 급증하고 있으며, 사고의 심각성은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BMS에 의한 감지 영역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센서 기반 감지의 필요성이 점점 고조되고 있죠. 전기차 화재와 관련해 해결해야 할 과제 첫 번째는 골든타임 확보의 신뢰성 문제, 두 번째는 화재 시스템의 오작동 문제, 마지막은 IoT 기반 대응 시스템 부재입니다. 저희 시티아이랩은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세 가지 차별화 요소를 구축해 나갔습니다.”

시티아이랩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복합 센서 기반의 예측 시스템을 도입했다. 배터리를 직접 관제하며 열화상, 가시광, 복합 센서를 통해 온도의 정확도와 신뢰성을 확보한 것이다. 또 다양한 센서를 통해 오작동을 최소화하고, IoT 기반 전기차 화재 대응 시스템으로 분사, 천장 낙하, 수조 담금 등 진압 시스템과 연계된다. 즉 복합센서 지능형 관제 시스템,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을 통해 통합 DB 관리 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정 대표는 구체적인 실증 사례도 공개했다. 현대건설, 강남구청에 이어 곧 금천구청, 성남시청 등과 협력해 충전소에 복합 센서를 설치하고 화재 전조 감지 시험을 진행 중이다. LG사이언스파크와는 81대 주차면에 열화상 감지 기반 진압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한 한국도로공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배터리 팩 실물 화재 시험과 열전대 설치 검증을 수행하며,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적용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저희는 복합 센서를 차량 하부에 배치해 직접 감지를 하게 하고 있으며 이 복합 센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위기 상황을 판단합니다. 단순히 온도가 올라간다고 화재 위험성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불꽃과 가스 등 다양한 센서를 통해 배터리 이상 여부를 판단하죠. 이런 경우의 수를 최적화해 줄여나가고 이를 토대로 전기차 화재 예측과 전조 증상 감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감지 시스템은 다시 다양한 진화 시스템과 연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2024년부터 1년 간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각 차량 제조사별 신뢰도 높은 모빌리티 안전 데이터를 확보하고 IoT 기반 시스템과 연동해 어떤 상황과 시점에 열폭주가 일어났는지에 대한 검증을 한 결과입니다. 그렇게 저희는 전기차 배터리의 화재 전주기적 감지를 위한 기준들을 마련해 나가고 있습니다.”
향후 시티아이랩은 융합센서 기반 IoT 온디바이스 AI 시스템 개발을 통해 전기차 뿐만 아니라 산불, 공장, 구조, 방위 등 다양한 시장으로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오픈이노베이션 전략과 과제

이어 정종우 대표가 모더레이터를 맡은 이날 두 번째 패널토론은 전종찬 서울경제진흥원 책임, 이상민 한국디자인진흥원 팀장, 진형석 한국무역협회 차장이 참여했다. 각 기관의 오픈이노베이션을 담당하고 있는 패널들은 저마다의 사례와 향후 계획을 소개하며 오픈이노베이션 생태계에서 공공의 역할을 설명했다.
우선 전종찬 책임이 소속된 서울경제진흥원은 연간 약 70여 개 대기업·중견기업과 협력하며 약 150개 스타트업의 PoC를 지원하고 있다. 주요 미션은 ‘서울의 경제 활성화’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의 경우 이상민 팀장은 산업육성실 소속으로 패션 뷰티 리빙 분야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스타일테크’ 프로그램을 2019년부터 7년째 운영 중이다. 진형석 차장이 일하고 있는 한국무역협회는 공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경제단체로 구분이 된다. 대기업부터 중소기업, 스타트업에 이르는 10만여 회원사의 사무를 대변하는 기관이기도 하다.
이날 세 기관 담당자가 마주한 첫 공통질문은 “공공의 역할이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도 오픈이노베이션에 주목하는 이유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전종찬 책임이 처음으로 운을 뗐다.
“서울의 창업 생태계를 활성화 시키는데 있어 저희가 반드시 추구해야 하는 가치는 ‘연결’입니다.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많은 대기업과 새로운 협력을 기획하고 스타트업에게는 어떤 식으로 도움이 될 것인가를 고민합니다. 그런 고민의 핵심은 그런 협업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고 지속 가능 하도록 하는 것, 그리고 투자 등으로 스타트업의 실질적인 성장으로 연결되는 것이죠.”

이상민 팀장은 앞서 언급된 ‘스타일테크’ 프로그램에 관해 시작을 떠올렸다. 2019년 시작 당시만 해도 오픈이노베이션은 대중적으로 많이 쓰이는 용어가 아닐 정도로 생소했다는 것이다. 이 팀장은 “진정으로 스타트업과 협업할 열린 마음을 가진, 의지를 가진 대기업들을 섭외하고 프로그램을 통해 파트너십을 맺게 하는 것에 집중했다”며 “한편으로 좋은 스타트업을 발견하면 저희 사업에 참여하도록 항상 후보군에 포함해 두고 관심을 쏟았다”고 돌이켰다.
한편 진형석 차장은 “오픈 이노베이션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고 지속 가능해야 하며, 투자와 성장으로 연결돼야 한다”며 “무역협회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이어주는 단순한 매칭을 넘어서서, 사업화와 후속투자까지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PoC(개념증명)가 끝난 뒤에도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도록 후속 지원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각 기관 별 스타트업 지원 전략과 관련해서도 의견이 공유됐다. 전종찬 책임은 “서울은 이제 진정한 글로벌 도시로 성장하고 있고, 수많은 역량있는 스타트업들이 매일 생겨나고 있고 글로벌 스타트업들 역시 들어오고 있다”며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대·중견기업과 스타트업이 연결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단계 더 나아가 글로벌로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민 팀장 역시 “디자인은 단순히 외형의 문제를 넘어서 사업 모델의 혁신으로 연결된다”며 “기술 스타트업이 디자인을 통해 더 빠르게 시장 진입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고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디자인을 통한 차별화를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팀장은 뷰티·패션 분야의 기술적 시도가 이뤄지기 쉽지 않은 산업이라는 인식과 관련해 ‘스타일테크 프로그램에서 강조하는 세 가지 지점’을 언급했다.
“초기 패션, 뷰티, 리빙 쪽 스타트업들은 디자인 주도로 성장해야 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그래서 디자인 컨설팅이나 디자이너 채용을 지원하기도 하죠. 또 디자인 멘토와 더불어 6개월간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되는지 면밀하게 지원하기도 하죠. 또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5년 전부터는 글로벌 진출도 굉장히 강조하며 지원하고 있습니다.”

한편 진형석 차장은 “무역협회는 스타트업과 대기업을 아우르는 오픈이노베이션 중개 역할을 하고 있다”며, 개인정보 비식별화 기술을 보유한 ‘딥핑소스’ 사례를 언급했다.
“딥핑소스의 개인정보 비식별화 기술은 CCTV를 비롯해 사진 등 각종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완전히 비식별 상태로 처리해 AI 기술 개발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입니다. 무역협회는 협업하고 있는 미국 액셀러레이터를 통해 딥핑소스의 기술을 어떻게 실증하고 PoC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를 탐색했어요. 결국 미국 물류기업, 광고회사와 실증을 거쳐 미국과 일본 시장에 진출하도록 도왔죠. 최근에는 딥핑소스는 일본 KDDI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저희와 민간 파트너가 중요한 역할을 함으로써 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테스트와 검증이 쉽지 않은 스타트업을 도운 대표적인 오픈이노베이션 성공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이어진 질문에서는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원활한 협력 문화 구축과 의사결정 과정의 문제 등이 언급됐다. 전종찬 책임은 “오픈이노베이션이 잘 되는 대기업은 내부적으로 공감대가 맞춰져 있고, 담당자가 성격도 좋고 다른 사람 마음을 잘 얻어낸다”며 “결국 오픈이노베이션은 사람의 일이고, 담당자가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따라 성과가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상민 팀장은 “민간 기업과 적절하게 협업하고, 좋은 기업을 계속 선정하는 것이 장기 운영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대기업과 협업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며 “대기업이 원하는 데이터를 제시하고, 신뢰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진형석 차장은 “구조가 잘 짜여져 있으면 큰 이슈가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중개 기관이 중재 역할을 하며 신뢰와 소통을 확보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러면서 진 차장은 “대기업은 의사결정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에 스타트업이 직접 접근하기 어렵다”며 “무역협회와 같은 기관이 들어가면 프로세스를 간소화하고, 스타트업이 기다리지 않도록 빠르게 연결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패널토의 말미에는 각 기관의 내년 계획에 대한 이야기도 오갔다. 전종찬 책임은 “중견기업과 협력을 확대하고 투자까지 이어가겠다”고 했고, 이상민 팀장은 “디자인테크 기업 지원 신설과 글로벌 진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진형석 차장은 “7년간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꾸준히 오픈이노베이션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