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 코엑스 그랜드볼룸을 가득 메운 1500여 명의 관람객들은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아산나눔재단이 주최한 제14회 정주영 창업경진대회(정창경) 최종 결선이 이날 열렸으며, 6개월간의 치열한 육성 과정을 거친 23개 팀이 투자자와 관객 앞에서 마지막 피칭 무대에 올랐다.
올해 대회는 '개척(Frontier)'이라는 키워드로 기획됐는데, 이는 현대그룹 창업주 고 정주영 회장의 유명한 말 "길이 없으면 만들면 된다"는 철학을 반영한 것이다. 대회를 개최한 아산나눔재단은 단순히 스타트업을 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후 문제 해결부터 글로벌 시장 진출, 사회적 다양성 확대까지 한국 창업 생태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데 주력해왔다.
행사는 모어사이언스 대표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엄윤미 이사장의 개회 인사에 이어 국내 뷰티 브랜드 에이피알(APR)을 이끄는 김병훈 대표가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김 대표는 자신의 창업 경험을 바탕으로 "성공을 위해선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며 "중도 포기하지 않는 집념, 계속 학습하며 진화하는 태도, 그리고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이 결합될 때 진정한 성공이 온다"고 강조했다. 그는 창업을 "아무도 가보지 않은 바다를 항해하는 것"에 비유하며 후배 창업가들을 격려했다.
본격적인 경연은 네 개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먼저 미국 시장 공략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부문에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데브옵스, 의료, 전자상거래 분야의 8개 팀이 참가했다. 기후위기 대응 기술을 개발하는 기후테크 부문엔 5개 팀이, 탈북 주민과 외국인 등 이주 배경을 가진 창업자들로 구성된 다양성 부문엔 3개 팀이 도전장을 냈다. 또한 대학생 및 대학원생 예비 창업자를 위한 부문에는 7개 팀이 참여해 총 23개 팀이 경합을 벌였다.
심사단은 국내 유명 벤처캐피털인 스파크랩, 앤틀러코리아, 인비저닝파트너스, 프린시플벤처파트너스 등에서 온 9명의 투자 전문가로 구성됐으며, 창업팀의 실행 능력과 사업 모델의 완성도, 창업가로서의 자질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심사단 중 한 명인 퀀텀프라임벤처스의 김범수 대표는 심사평에서 "결선에 오른 모든 팀의 수준이 매우 높아 순위를 매기기 어려웠다"며 "반년간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눈에 띄게 성장한 만큼, 앞으로도 각자의 분야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리더가 되길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총 3억7000만 원의 상금이 걸린 이번 대회에서 각 부문 1위를 차지한 팀은 다음과 같다. 글로벌 부문에서는 윤거성 대표가 이끄는 펄스애드가 대상을 받았는데, 이 회사는 아마존과 월마트 같은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의 광고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 관리하는 솔루션 '펄시AI'를 개발했다. 기후테크 부문 최고상은 현종현 대표의 하이드로엑스팬드가 차지했으며, 다양성 부문에선 탈북민 출신 창업가 김여명 대표의 여명거리가, 예비창업 부문에선 김상윤 대표의 스냅스케일이 각각 영예를 안았다.
특히 글로벌 부문 대상 팀인 펄스애드는 행사 후원사인 아마존으로부터 별도의 특별상도 함께 받는 영광을 누렸다. 윤거성 대표는 수상 소감에서 "정창경은 한국 스타트업에게 등용문 같은 존재"라며 "우리 아이디어를 믿고 함께 펄시AI를 만들어온 팀원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이 무대에 선 모든 창업가가 각자만의 여정을 만끽하며 즐겁게 도전하길 바란다"며 동료 창업가들을 응원했다.
대회에 참가한 모든 팀에게는 상금 외에도 실질적인 지원이 제공된다. 아산나눔재단이 운영하는 창업 지원 공간 마루(MARU)에 단기간 입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며, 투자자 연결 서비스, 1대1 전문가 멘토링, 그리고 약 14억 원 규모의 기업 파트너십 혜택 등이 포함된다.
엄윤미 이사장은 개회사를 통해 "창업은 스스로 길을 내는 개척의 과정"이라며 "여러분이 각자의 방식으로 새로운 가능성의 문을 열어가길 응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산나눔재단은 계속해서 젊은 창업가들의 도전 정신을 북돋우고 성장을 돕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정주영 창업경진대회는 2012년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마이리얼트립, 클라썸, 두들린 등 시장에서 주목받는 여러 스타트업을 배출하며 한국 창업 지원 프로그램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