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인의 일상은 무수히 많은 온라인 서비스로 채워져 있는 듯하다. 스마트폰 알람으로 잠에서 깨고 앱으로 날씨를 알아보고, 출근할 때는 대중교통 도착 시간을 체크한다. 출근 시간에는 온라인 뉴스를 보거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검색하며 직장에 도착하고, 업무는 컴퓨터로 보고서나 기획안을 작성하거나 메일을 보내며 처리한다. 그 와중에 무수히 많은 온라인 광고들이 무심코 사람들의 눈 앞을 스쳐간다.
그러한 이유로, 많은 이들이 지금을 ‘온라인 광고 시대’라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그들의 무의식에 적잖은 부분에 여전히 오프라인 옥외광고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은 간과한다. 특히 브랜드 홍보의 경우 옥외광고의 영향력은 과거에 비해 절대 줄어들지 않았다. 더구나 최근에는 기술 발달에 의해 실시간으로 타겟층의 이동과 시간대 별 집중되는 장소를 파악할 수 있게 되며 그 효과는 더욱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 역삼동 마루360에서 테크42 주최로 열린 ‘테크 이지 토크(tech easy talk)’ 일곱 번째 시간은 바로 이 오프라인 옥외광고의 혁신이 다뤄졌다. 이날 참석한 주요 기업 홍보를 담당하는 현업 마케터를 대상으로 양승만 애드타입 CSO(최고전략책임자, 이사)는 ‘데이터로 증명하는 옥외광고의 비즈니스 임팩트’를 주제로 발표를 시작했다.
인지되지 않은 광고는 ‘실패’…. 옥외광고에 적용된 과학

양승만 애드타입 이사는 11번째 창업을 거듭한 연쇄 창업가 출신이다. 적잖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몇 번의 성공도 경험했다. 그 과정에서 쌓은 노하우는 브랜드를 키우는 창업 컨설팅과 교육 프로그램 개발로 이어지기도 했다.
현재 그가 몸담고 있는 애드타입은 한국옥외광고미디어협회 회원사로서 국내 옥외광고 환경을 디지털 마케팅 환경 만큼 선진화시키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바로 데이터와 인지 과학을 활용해 옥외매체가 가진 가능성과 가치를 극대화하는 작업이다. 현재 애드타입은 국내외 각 분야 주요 브랜드사의 오프라인 매체 전략을 기획·집행하는 파트너사로 레퍼런스를 쌓아가고 있다.
이날 양 이사는 “옥외 광고를 활용한 브랜드 마케팅의 본질은 인지”라며 단순한 노출이 아닌, 기억으로 남는 인지 경험 설계와 옥외광고의 실행 과정에 적용되는 다양한 데이터가 존재함을 강조했다.
가령 한 사람이 하루에 접하는 광고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합해 수백개에 이르지만 기억에 남는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즉 ‘인지’되지 않은 광고는 실패한 셈이다. 그러면서 양 이사는 “브랜드 마케팅의 핵심 KPI(핵심성과지표)는 도달률이나 노출 수가 아니라 바로 ‘인지’ 정도”라며 틱톡, 메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등 다수의 글로벌 리서치를 인용, 인지도와 전환율의 상관광계를 언급했다.

“틱톡 내부 연구에 따르면 어떤 브랜드에 대해 인지도 높은 그룹, 중간 그룹, 낮은 그룹으로 나누고 광고 영향력은 인지도가 높은 그룹이 낮은 그룹에 비해 약 2.8배 높게 나타납니다. 즉 브랜드 인지도가 클릭률, 전환률, 구매의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다수 연구 사례를 통해 저희 업계에서는 이미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양 이사는 ‘인지’가 생기기까지 거치는 노출, 주의, 해석, 지각이라는 ‘인지의 4단계’를 언급했다. 여기서 ‘노출’은 기본적인 시각적 접촉을 의미하며 ‘주의’는 사람들이 광고에 주의를 집중하는 과정, ‘해석’은 광고의 메시지를 이해하는 단계를 의미한다. 이 과정들을 모두 거쳐야 비로소 광고는 사람에게 ‘기억(지각)’으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이 인지 단계 중 하나라도 빠지면 광고는 효과를 누릴 수 없습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오프라인에서만 100개 이상의 광고에 노출되고 있죠. 온라인까지 합하면 셀 수 없습니다. 다음으로 광고는 주의력을 할당해야 하는데 인간의 뇌는 주의력 자원에 용량을 갖고 있죠. 이 자원을 할당하려는 의사 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다음 단계인 해석으로 넘어가지 못합니다. 이후 해석 과정을 거치면서 단기와 장기, 맥락 기억 등 여러가지 기억의 형태로 넘어갈 수 있게 되죠. 결국 이 단계를 거치지 못한 광고는 실패라고 할 수 있죠.”
그러면서 양 이사는 “인지는 곧 전환 확률을 결정짓는 요인”이라며 "사람들이 전환하지 않는 이유는 그 브랜드를 몰라서가 아니라, 충분히 인지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즉 광고 캠페인의 성공은 결국 얼마나 기억에 남는지가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브랜드 인지도는 상기의 형태로도, 회상의 형태로도 나타날 수 있으며, 인지의 수준에 따라 고객의 구매 여정에서 머무르는 단계가 달라진다.
옥외광고가 효과적인 브랜드 마케팅 수단인 이유

양 이사는 "옥외광고는 디지털 광고가 결코 제공하지 못하는 인지 환경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집중 시간, 낮은 인지 부하, 반복 노출 측면에서 특장점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첫째는 ‘최소 노출 시간’이다. 옥외광고는 디지털 광고보다 평균 주의 시간이 길다. 틱톡 영상의 평균 시청 시간은 0.8초, 페이스북은 1.7초에 불과한 반면, 옥외광고는 평균 11초 이상 노출된다. 이는 인간이 정보를 처리하고 기억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주의 시간(2.5초)을 충분히 넘긴다.
둘째로 옥외광고에 노출되는 환경은 인지 부하가 낮는 점이다. 양 이사는 “우리가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는 이미 특정 목표에 몰입한 상태지만, 거리를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주변 자극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라며 이러한 조건이 옥외광고의 인지율을 높이는 핵심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셋째는 반복 노출의 긍정 효과다. 디지털 광고는 동일 광고의 반복 노출이 오히려 피로감과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반면, 옥외광고는 반복 노출이 브랜드 인지도와 긍정적 이미지 형성에 기여한다. 양 이사는 “5회 이상 반복 노출된 옥외광고는 응답자의 70%가 브랜드에 긍정적 감정을 느꼈다”는 해외 리서치 결과를 근거로 들며 "디지털에서의 피로감을 주는 광고는 오히려 오프라인에서는 신뢰로 전환된다"고 말했다.
“TV를 보거나 스마트폰 등의 디바이스를 이용하는 유저는 원하는 목적과 과제가 정확히 있는 상황입니다. 이 경우 특정 목적에 인지 자원이 집중된 상태라 디지털 광고는 방해 자극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또 대체로 평면 디스플레이레 노출되는 상태는 굉장히 높은 지각적 부화를 불러옵니다. 반면 오프라인 환경은 기본적으로 지각 정보가 매우 낮죠. 걷기와 대중교통 이용, 운전 등은 대체로 인지 자원의 극히 일부가 사용됩니다. 남은 인지 자원은 위험 등 주변 환경을 감지하는데 집중되죠. 그 상황에서 옥외광고에 적용되는 인지 자원은 높아지게 되고 때론 사람들의 무료함을 해소하는 자극이나 재미를 주는 대상이 됩니다.”
데이터 기반 옥외광고 전략: 동선, 상주지, 실시간 인구까지
그러면서 양 이사는 “이제는 감이 아닌 데이터로 광고를 설계하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옥외광고에도 데이터가 적용된다는 것이다. 양 이사는 “단순한 노출은 의미 없으며 인지가 발생하는 설계가 중요하다”고 언급하며 ‘동선’이라는 키워드로 말을 이어갔다.
“한국인의 동선은 생각보다 매우 패턴화돼 있습니다. 옥외광고를 하기에 좋은 환경이죠. 사람들의 3분의 1은 서울과 수도권에 몰려 있습니다. 주중에는 열심히 같은 동선으로 출퇴근을 하시고, 30대 이상으로 갈수록 퇴근하면 무조건 집으로 향합니다. 즉 대개 사람들은 주간과 야간에 일정한 장소에 상주하고, 정해진 루트를 따라 움직입니다. 이 흐름을 잡아내는 것이 한국에서 옥외광고 전략을 세우는 출발점입니다.”

양 이사에 따르면 옥외광고의 타겟팅은 단순히 연령과 성별을 기준으로 매체를 고르는 방식이 아니다. 양 이사는 ‘주간 상주지’와 ‘야간 상주지’라는 개념으로 사람들의 실제 머무름의 양과 시간을 기준으로 세분화된 타겟 설정 방식을 소개했다. 주간 상주지는 직장, 학교, 카페 등 하루 4시간 이상, 한 달에 20일 이상 머무는 장소이고, 야간 상주지는 거주지 중심의 휴식 공간이다.
“예를 들어 직장인은 강남역 근처에서 근무하면서 저녁엔 은평구에 거주한다고 하면, 그의 하루는 8시간 강남, 12시간 은평으로 배분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침 출근길과 저녁 퇴근길의 동선에 따라 지하철, 버스, 아파트 엘리베이터 등 매우 뚜렷한 노출 지점들이 생겨납니다.”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통신사와 공공기관이 제공하는 ‘실시간 생활 인구 데이터’다. 서울시는 115개 핵심 지역의 시간대별 유동 인구 데이터를 제공하고, 통신사들은 통신망 기반의 5세 단위 성별 인구 분포와 동선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지오비전’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양 이사는 이를 기반으로 광고 노출 지점, 시간대, 반복 빈도를 정밀하게 설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한 방식으로 캠페인을 설계할 때 시작은 타겟의 ‘일상 흐름’을 시간 단위로 분할하는 것이다. 출근길, 점심시간, 퇴근길, 주말 외출 등으로 세분화해 브랜드의 반복 노출을 설계한다. 양 이사는 “옥외광고는 단 한 번의 노출로 승부 보는 매체가 아니라 최소 5~8회 이상의 반복 노출이 돼야 기억에 남는다”며 “우리가 어떤 브랜드를 기억하는 이유는 단순한 임팩트보다 반복 노출에서 오는 상기 효과가 더 크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애드타입은 서울 20~30대 여성을 타겟으로 한 캠페인에서 통신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반복 노출 경로를 추출했고, 이 경로에 따라 지하철 스크린도어, 버스 정류장, 아파트 엘리베이터 매체 등을 정교하게 배치했다. 이 결과, 해당 타겟의 약 62%가 8회 이상 광고에 노출되었고, 해당 브랜드 제품의 매출은 유의미한 상승세를 보였다.
옥외광고가 고비용 매체라는 인식에 대해서도 양 이사는 오해를 바로잡았다. 물론 억대 비용이 소요되는 비싼 지역도 있지만, 옥외광고 역시 디지털 광고처럼 소규모 타겟팅이 가능하다. 또 특정 지역, 특정 타겟을 집요하게 공략할 시 적은 비용으로도 충분히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 양 이사의 설명이다.
이어 양 이사는 데이터 기반 옥외광고 배치 전략 외에도 실무 마케터를 위한 몇 가지 실전 팁을 공유했다. 첫째가 시즌 전략이다. 예를 들어 영어 교육 시장은 12월, 뷰티는 3~4월, 다이어트는 여름 직전이 성수기다. 양 이사는 “시즌 2~3개월 전에 옥외광고를 집중 투입해 상기 효과를 유도해야 실제 매출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둘째, 소재 교체 주기다. 같은 소재를 12개월 내내 쓰면 효과는 급감한다. 적어도 2개월에 한 번은 교체해야 반복 노출이 부정적 피로로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셋째로는 예산의 집중이다. 매월 일정 금액을 쓰기보다는 3~6개월 단위로 집중 투입하는 전략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그 외에도 양 이사는 이날 발표에서 옥외광고 역시 타겟팅을 비롯해 메시지 구성, 집행과 측정까지 전체 퍼널이 설계되야 한다는 점. 광고 전후 브랜드에 대한 타겟층의 태도 변화와 전환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략을 수립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우선 확인할 것은 브랜드의 인지 정도다. 브랜드의 인지도에 따라 옥외광고의 퍼널과 타 매체 간의 미디어 믹스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이날 발표 말미, 양 이사는 “옥외 매체를 활용한 캠페인은 브랜드의 현재 인지도 레벨과 이미지 레벨을 진단했을 때 다양하게 시도할 수 있다”며 다시금 인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