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AI 규제는 세계 수준, 투자 생태계는 '밑바닥'"…세일즈포스 16개국 비교 분석

글로벌 AI CRM 기업 세일즈포스는 글로벌 AI 경쟁력과 국가별 준비 수준을 심층 분석한 '글로벌 AI 준비 지수(Global AI Readiness Index)'를 31일 발표했다.

CRM 솔루션 기업 세일즈포스가 최근 발표한 글로벌 AI 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의 명암이 극명하게 갈렸다. 7월 31일 공개된 '글로벌 AI 준비 지수' 리포트는 한국이 AI 기술 적용에서는 선두권이지만, 혁신 생태계 조성에서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진단했다.

16개 주요국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평가는 AI 경쟁력을 5개 부문으로 나눠 측정했다. 법제도 정비, 산업 현장의 실질 활용도, 연구개발 생태계 성숙도, 자금 조달 환경, 전문인력 양성 체계가 그것이다. 조사 대상국에는 미국, 영국, 싱가포르, 독일, 캐나다 등이 포함됐다.

리포트가 주목한 것은 AI 발전 단계의 전환점이다. 초기 예측 모델에서 시작해 생성형 AI를 거쳐, 이제는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AI 에이전트'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 단순 업무 자동화를 넘어 전략적 의사결정까지 지원하는 단계로 진화 중이며, 기업의 AI 에이전트 채택률은 2년 안에 현재보다 3배 이상 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번 보고서의 연구조사 대상은 한국을 포함한 미국, 영국, 싱가포르, 독일, 캐나다 등 16개국이며, △규제 프레임워크 △산업 및 정부 전반의 AI 도입 수준 △AI 생태계 △투자 환경 △인재 및 역량 개발 등 다섯 가지 영역을 기준으로 국가별 AI 준비 수준을 종합 분석했다.

한국의 성적표를 살펴보면 극단적 양극화가 눈에 띈다. 법제도 부문에서는 10점 만점에 9점을 받아 싱가포르, 영국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국가 AI 전략 수립과 데이터 관리 체계가 잘 갖춰진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산업 현장 적용 부문도 6.7점으로 양호한 편이다. 제조, 스마트시티, 물류 분야에서 AI 활용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문제는 혁신 생태계와 투자 환경이다. 연구개발 성과, 스타트업 활동, 산학 협력을 평가하는 생태계 부문에서 한국은 1.8점에 그쳤다. 기본 인프라와 응용 기술은 괜찮지만, 대규모 컴퓨팅 파워나 기초 AI 모델 개발에서는 해외 플랫폼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다.

더 심각한 것은 투자 환경이다. 민간자본 유입과 벤처투자 활성화를 측정하는 이 부문에서 한국은 0.8점으로 조사 대상국 중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세일즈포스는 "자금 접근성과 투자 네트워크 부족이 한국 AI 산업 확장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스타트업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면 전방위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나라들도 각자의 장단점을 드러냈다. 미국은 R&D 투자와 스타트업 생태계 덕분에 혁신과 자본력에서 압도적이다. 싱가포르는 규제, 인재, 확산 전 영역에서 균형 잡힌 모델을 보여줬다. 영국과 캐나다는 의료·공공서비스 AI 적용과 데이터 거버넌스가 돋보였고, 독일은 제조 강국답게 산업 적용력은 뛰어나지만 투자 유치에서는 아쉬운 모습이었다.

세일즈포스는 리포트를 통해 정부와 산업계의 긴밀한 협력을 주문했다. 공공 부문에서 AI 에이전트를 적극 활용하고, 글로벌 규제 기준을 맞춰가며, 상호 호환 가능한 거버넌스 체계를 만드는 것이 성공의 열쇠라고 봤다.

손부한 세일즈포스코리아 대표는 "AI 경쟁을 자동차 레이스에 비유하면, 일부 국가는 이미 트랙을 질주 중이고 일부는 아직 엔진을 정비하는 단계"라며 "우리는 국내 기업들이 빠르게 준비를 마치고 생산성 혁신과 새로운 비즈니스 가치를 실제로 만들어낼 수 있도록 파트너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세일즈포스는 자사의 AI 에이전트 플랫폼 '에이전트포스'를 통해 기업들이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AI를 도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데이터 클라우드 기반 통합 환경과 아인슈타인 트러스트 레이어를 통한 보안 체계가 핵심이다. 최근에는 핸즈온 워크샵, 해커톤 등 실무 교육과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혁신 사례를 공유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정재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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