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기획사들, 이제 팬심 변화까지 예측한다…데이터 분석 플랫폼 고도화

케이팝 팬덤 관리가 감과 경험 중심에서 벗어나 정밀한 데이터 과학 영역으로 진화하고 있다. 팬덤 플랫폼 전문기업이 지난 6일 내놓은 새 버전 분석 도구는 기획사와 레이블들이 팬층의 이동 패턴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콘텐츠 반응을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게 설계됐다. 이번 업데이트의 핵심은 과거 6년간 누적한 팬 활동 기록 10억여 건을 인공지능 엔진과 결합해 예측 분석력을 끌어올린 점이다. 기존 시스템이 단순히 '얼마나 많은 팬이 있는가'를 보여줬다면, 신규 버전은 '어떤 팬이 언제 유입되고 어디로 떠나는가'까지 해부한다는 게 개발사 측 설명이다.

새 플랫폼이 제공하는 기능 중 눈에 띄는 건 가수들의 대중적 이미지를 2차원 좌표 위에 배치하는 시각화 도구다. '청량한', '카리스마 있는', '친근한' 같은 수십 가지 이미지 키워드를 축으로 삼아 각 아티스트가 팬들 인식 속에서 어느 위치를 차지하는지 지도처럼 보여준다. 기획사 입장에선 자사 아티스트의 브랜드 포지셔닝을 경쟁자와 비교하면서 마케팅 방향을 조율할 수 있는 셈이다. 또 다른 신기능은 핵심 지지층의 증감을 자동 감지하는 알고리즘이다. 앨범 발매나 예능 출연 같은 특정 이벤트 전후로 열성 팬 수가 어떻게 요동치는지를 그래프로 추적하면서, 어떤 활동이 팬 결속력을 높였고 어떤 전략이 실패했는지 역추적할 수 있다.

콘텐츠별 효과 측정 기능도 한층 정교해졌다. 유튜브 뮤직비디오나 틱톡 챌린지 같은 개별 콘텐츠가 팬 반응 정점을 찍는 시각과 그 원인을 AI가 자동 포착해 보고서 형태로 정리해준다. 예컨대 특정 안무 구간이 밈으로 확산되면서 신규 팬이 급증했다거나, 특정 국가 팬들이 특정 곡에 유독 몰입한다는 식의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여러 아티스트를 동시에 좋아하는 '멀티 팬덤' 구조 분석도 가능해졌다. 한 가수의 팬층이 동시에 어떤 다른 가수를 지지하는지 연관망을 그려내면서, 협업 기획이나 합동 공연 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조합을 찾아내는 데 활용된다.

이 회사는 2019년부터 글로벌 팬덤 동향을 지도 형태로 공개해온 선례가 있다. 당시 국내 시장이 전체의 10%에 불과하고 나머지 90%가 해외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수치로 입증하면서 업계 화제를 모았다. 이후 트위터, 틱톡 같은 글로벌 플랫폼과 데이터 제휴를 맺으며 분석 범위를 확대해왔고, 현재는 유튜브와 각종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의 재생 기록까지 통합해 입체적 분석을 수행한다. 팬 성향에 따라 랭킹을 재구성하는 기능, 앨범별 활동 내역을 자동 요약하는 AI 기능도 이번에 추가됐다.

전통적으로 케이팝 업계는 음악방송 순위, 음반 첫 주 판매량, 예능 출연 횟수 같은 지표를 성공의 척도로 삼아왔다. 하지만 미디어가 다변화되고 팬들이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스트리밍 앱을 오가며 콘텐츠를 소비하는 환경에서 과거 지표만으론 실제 팬심 강도를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많은 기획사가 여전히 온라인 커뮤니티 댓글이나 포털 검색량 같은 간접 지표에 의존해 분위기를 짐작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신규 플랫폼은 이런 불확실성을 줄이고 '우리 팬은 정확히 누구이며, 동시에 어떤 다른 아티스트를 좋아하는가', '어떤 경로로 유입되고 어떤 계기로 이탈하는가' 같은 구체적 질문에 답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운다.

김홍기 대표는 "케이팝이 글로벌 문화 산업으로 성장한 만큼 이제는 직관이 아닌 데이터에 기반한 전략 설계가 생존 조건"이라며 "새 플랫폼이 아티스트와 팬, 그리고 산업 주체들을 잇는 정보 인프라가 되어 생태계 전체의 장기 성장을 뒷받침하는 도구로 자리 잡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플랫폼은 현재 유료 구독 형태로 제공되며, 기획사·레이블·투자사 등 산업 종사자를 주 고객층으로 삼고 있다.

정재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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