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불상에 태극기 들려 화제…광복 80주년 한정판, 출시 600초 만에 품절

스컬피아-뮷즈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광복에디션2. (사진=글록)

K-컬처 붐이 박물관 상품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과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복과 전통 소품이 등장하면서 젊은 세대가 우리 문화재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이러한 변화는 뮤지엄 굿즈 판매량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3차원 입체 프린팅 기술이 이 흐름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는데, 복잡한 곡선과 미세한 조각까지 정확히 복제할 수 있어 전통 주물 기법으로는 불가능했던 섬세함을 구현해낸다.

글룩이 운영하는 아트커머스 플랫폼이 국립박물관재단의 문화상품 라인과 손잡고 내놓은 사유상 피규어가 대표적 사례다. 지난달 중순 온라인 판매를 시작한 지 불과 10여 분 만에 초도 물량이 동났고, 추가 재고도 곧바로 소진됐다. 세 번째 판매는 이달 말 예정이지만 이미 예약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업체 측은 전했다. 이번 제품은 단순한 불상 복제품이 아니라 광복 80돌을 기념하는 특별 버전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근대 유물인 태극 문양 깃발과 나라꽃 장식을 별도 부품으로 만들어, 구매자가 원하는 대로 불상 양손에 끼워 넣을 수 있게 설계했다. 사색에 잠긴 고요한 표정의 보살상이 광복의 기쁨을 표현하는 듯한 모습으로 변신하는 셈이다.

기존 금속 틀 제작 방식으로는 파츠 교환 구조를 만들기 어려웠지만, 적층 제조 방식은 밀리미터 단위 정밀도로 결합 부위를 가공할 수 있다는 게 업체 설명이다. 실제로 불상의 주름진 옷자락과 자그마한 손가락 마디까지 원본을 거의 그대로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회사는 이미 지난해 백제 시대 청동 향로를 축소 모형으로 제작해 크라우드펀딩에서 1억 9천만 원을 모으며 기술력을 입증한 바 있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재단과 정식 파트너십을 맺었다.

박물관 쪽 사정도 호조를 보인다. 올해 들어 6월까지 방문객이 270만 명을 넘어서면서 작년 같은 기간보다 64퍼센트 늘었다. 문화상품 매출은 115억 원을 찍으며 개관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고, 특히 외국인 구매 비율이 5년 전 6퍼센트 수준에서 올해는 17퍼센트 가까이 치솟았다. 글로벌 팬들이 한국 드라마와 음악을 넘어 역사 유산까지 소비하기 시작했다는 방증이다. 최근 인기를 끈 글로벌 스트리밍 콘텐츠들이 조선 시대 갓과 까치호랑이 문양 같은 전적 요소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관련 상품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흑립 모양 볼펜이나 호랑이 뱃지 같은 아이템은 입고되자마자 재고가 사라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3차원 프린팅 업체 대표는 "전통 제조 기술로는 소량 생산이 비경제적이었지만 디지털 제작 방식은 수백 개 단위로도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앞으로 다양한 예술가 및 문화기관과 협력해 우리 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프로젝트를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문화재 콘텐츠 산업화의 청사진을 제시했다고 평가한다. 단순히 이미지나 영상으로만 접하던 유물을 손에 쥘 수 있는 입체 오브제로 전환함으로써 새로운 소비 경험을 창출했다는 것이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한정 판매 전략이 과도하게 반복되면 실제 문화 향유보다 희소성 마케팅에 치우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전통과 기술의 만남이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지속 가능한 문화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으려면, 대중 접근성과 상업성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조언이다.

정재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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