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내는 직장인 10명 중 6명, 세금 환급받을 수 있는데도 '제도 몰라' 놓쳐

월세로 살면서도 세금 환급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직장인이 전체의 절반을 훌쩍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세무 환급 플랫폼 삼쩜삼의 정책 연구 조직이 올해 6월 중순부터 하순까지 3주간 진행한 실태 조사에서 이 같은 결과가 드러났다. 연봉 8000만원 이하 월세 거주자 465명에게 물어본 결과, 정부가 10년 넘게 시행해온 월세 세액공제 제도의 존재 자체를 모른다는 응답이 55.5%에 달했다. 이 제도를 통해 환급받을 수 있는 자격 조건에 대해서도 57.4%가 전혀 알지 못했고, 실제로 환급을 받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10명 중 4명도 채 되지 않았다.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제도 활용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납세자들이 거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사 대상자의 88.6%는 '기준시가'라는 개념 자체를 처음 들어보거나, 알고 있더라도 본인이 사는 집의 기준시가를 어떻게 확인하는지 방법을 몰랐다. 현재 제도상 수도권과 도시 지역은 전용면적 85제곱미터 이하, 읍면 지역은 100제곱미터 이하 주택에 거주하거나, 이보다 넓더라도 기준시가 4억원을 넘지 않아야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이런 조건을 제대로 파악하는 세입자가 극히 드물다는 의미다.

더 심각한 맹점은 무주택 여부를 판정하는 시점에 있다. 현행 세법은 해당 연도 마지막 날인 12월 31일을 기준으로 주택 보유 여부를 따진다. 만약 1월부터 11월까지 월세를 꼬박꼬박 냈다 하더라도 연말에 집을 사면 그해 납부한 월세에 대해서는 한 푼도 환급받지 못한다. 이런 불합리한 기준을 응답자의 70.1%가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제도의 합리성을 묻는 질문에서는 5점 만점에 2.98점으로 평균 이하의 점수를 받았다. 반면 월세를 실제로 낸 기간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개선 의견에는 4.11점의 높은 지지가 나왔다.

계약서 명의와 관련된 요건 역시 혼란을 가중시키는 요소다. 조사 대상의 54% 정도가 이 조건을 모르고 있었는데, 실제 사례를 보면 20대 직장인 여성은 룸메이트와 월세를 반반씩 부담했지만 본인도 환급 신청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라 혜택을 받지 못했다. 더욱이 가족 간에 월세를 분담하는 경우에는 동거인보다 훨씬 까다로운 조건이 붙는다. 실거주자와 월세 부담자의 명의가 다르면 소득과 나이 등 추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데, 이는 오히려 가족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역차별 구조라는 지적이다.

연구팀은 단순히 소득 기준을 올리거나 공제 한도를 늘리는 식의 양적 확대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연말정산 대상 근로자의 89%가 이미 총급여 8000만원 이하에 해당하기 때문에 소득 기준을 상향 조정해봤자 실질적 혜택 확대 효과는 미미하다는 분석이다. 대신 월세를 실제로 부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제도의 문턱을 낮추고, 무주택 판정 기준을 일시적 시점이 아닌 월세 납부 기간 전체로 바꾸며, 기준시가 확인 방법을 명확하게 안내하는 등 실질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2014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전환된 이후 지난 10년간 신청 건수는 4.8배, 총 공제액은 7.5배 증가하며 외형상으로는 크게 성장했지만, 정작 혜택을 받아야 할 대상자의 절반 이상이 제도 자체를 모르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광우 기자

kimnoba@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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