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소한 생활 용품부터 명품까지 이젠 모든 것을 온라인 마켓을 통해 살 수 있는 시대가 됐다.그런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알 수 없는 가격 산정 방식은 여전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를 테면 어제 산 운동화가 오늘 보니 4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가 되는 상황이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일반 소비자 뿐 아니라 대량 매입을 하는 오픈마켓 셀러의 경우도다르지 않다. 실제 세계 각국에서 활동하는 글로벌 셀러들이 매일 경험하는 일이다. 이는 ‘다이나믹 프라이싱(실시간 가격 변동)’에 의해 발생한다. 물론 오픈 마켓들 역시 이러한 불합리성에 대해 차액 환급 등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이를 적극 홍보하지는 않는다.
“요즘 오픈마켓의 다이나믹 프라이싱 정책 때문에 손해를 보는 사람들이 많지만, 한국에는 할인 차액 환급 개념 자체가 없어요. 하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소비자의 권리로 자리 잡은 문화입니다.”

테크42와 만난 리펀디의 박신욱 대표는 다이나믹 프리이싱 정책으로 인한 문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설명했다. 그렇다, 리펀디는 다이나믹 프라이싱으로 인해 발생하는 가격 차이와 환급의 불편함을 해결해주는 AI 환급 자동화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리펀디의 솔루션을 설치하면, 셀러의 최근 30일간 주문 내역이 자동 등록되고, AI가 가격 변동을 추적한다. 할인된 상품이 발견되면 AI가 환급 요청부터 승인까지 전 과정을 자동으로 처리한다. 리펀디는 셀러가 실제로 환급받은 금액의 일부를 수수료로 받는다. 아예 받지 못할 뻔했던 돈이라고 본다면 셀러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다.
박 대표는 “한 번 환급을 받아본 셀러는 떠나지 않는다”며 “리텐션이 85%에 달하는 이유는 놓치고 있던 돈이 돌아오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수작업으로 하루 한두 시간을 들이던 환급 과정을 클릭 한 번으로 단축한 결과, 성공률은 80%로 늘었고, 환급 소요 시간은 99%가 줄었다.
리펀디는 서비스 초기부터 놀라운 성과를 보였다. 법인 설립 3개월 만에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했고, 유료 고객 2500명을 확보했다. 유료 광고 없이 월 평균 140% 성장률을 기록 중이며, 현재는 30개국 4000여 명의 셀러들이 이용하고 있다.

이미 지난 8월 MRR(월 반복매출) 1억원을 달성한 리펀디는 지난달에는 MRR 1.2억원을 달성했다. 덕분에 오는 12월 MRR 목표도 3.5억으로 상향한 상황이다.
이러한 리펀디의 행보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AI 환급 서비스를 넘어 장기적으로는 ‘데이터 중심의 AI 커머스 플랫폼’으로 확장하겠다는 비전이다. 박 대표는 “환급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거래 데이터를 AI 학습 기반으로 전환해, 장기적으로는 AI 셀러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마음 속에 품었던 계획을 털어놨다.
“저희는 3년 이내에 인간 셀러가 아닌 AI 셀러들이 서로 경쟁하는 세상이 올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환급은 그 첫 단계일 뿐이에요. 최종 목표는 ‘누구나 쉽게 글로벌 커머스를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셀러의 과중한 반복 노동을 경험하며 시작된 문제의식

박신욱 대표는 대학 재학 당시부터 사업가의 꿈을 꿨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자서전 ‘이땅에 태어나서’를 읽은 것이 계기가 됐다. 대학 시절 페이스북 기반 창업을 도전하며 실패한 적도 있고, 이후 배달의민족과 럭시, 킥고잉 등 다양한 스타트업에서 초기 멤버로 참여하거나 엑시트를 경험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퍼스널 모빌리티(PM) 업계에서 나름 인지도 있는 스타트업 킥코잉을 뒤로하고 다시금 창업에 도전한 것은 끝없는 도전 의식 때문이다. 찾는 자에게 보인다고 했던가. 그런 그에게 구매대행 셀러로서의 경험은 새로운 창업 기회를 포착하게 했다.
“월 500만원 정도의 ‘자동화된 현금 흐름’을 만들기 위해 구매대행 셀러로 뛰어들었어요. 그렇게 수익을 만들고 다시 스타트업을 창업하려 했죠. 그런데 셀러 업무가 너무 수동적이더라고요. 하루 12시간씩 소싱, 업로드, 주문 처리, 고객 응대 등을 반복해야 했어요. 그게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러한 경험은 이후 리펀디의 출발점이 됐다. 셀러의 페인포인트를 경험한 박 대표가 초기구상한 비즈니스 모델은 셀러의 고통을 덜어주는 업무 자동화 솔루션이었다. 하지만 초기 스타트업이 뛰어들기에는 업무 영역이 방대하고 기술 난이도도 높았다. 무엇보다도 AI 솔루션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확보가 필수적이었다. 그런 고민 끝에 뾰족하게 다듬은 비즈니스 모델이 AI 환급 자동화 서비스다.
박 대표는 자신의 타오바오 계정으로 직접 PoC(개념 검증)를 수행했다. 처음엔 그 역시 반신반의한 심정이었다고. 하지만 이내 실제 환급이 이뤄지는 것을 확인하며 가능성을 봤다고 한다.

“처음에는 너무 신기에 왜 환급을 해주는지 물어보니 그들은 이미 10년 전부터 가격 보장 정책을 운영 중이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환급 가능한 사실조차 모르는 셀러가 대부분이었고, 알아도 너무 바빠서 챙기기 어려웠던 거죠. 그래서 클릭 한 번이면 환급이 완료되는 UX를 구현했어요. 리펀디의 핵심은 ‘AI가 가격을 추적하고, 발견 즉시 자동 환급까지 완료하는 구조’라 할 수 있죠.”
결과는 놀라웠다. 하루 두 시간씩 걸리던 일이 클릭 한 번이면 끝나게 된 것이다. 환급액이 없으면 리펀디 솔루션 이용에 따른 청구 비용도 없으니 셀러 입장에선 리스크가 없다.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과금 체계다. 박 대표는 그러한 리펀디의 서비스를 ‘쇼핑업계의 삼쩜삼’이라고도 표현했다.
“처음엔 의도하지 않았지만, VC나 셀러분들이 설명을 듣고 ‘그거 삼쩜삼이네요’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꽤 괜찮은 표현이라 저희도 활용하고 있어요.”
앤틀러 코리아에서 만난 팀, 그리고 PMF를 찾은 여정
리펀디는 올해 초 앤틀러 코리아 스타트업 제너레이터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했다. 창업 멤버를 찾던 그에게 지인이 앤틀러 코리아의 프로그램을 추천한 것이 계기가 됐다. 박 대표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 창업하고 싶었는데, 프로그램에 들어가니 정말 훌륭한 분들이 많았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프로그램 시작 전에 100명의 프로그램 참여자들과 사전 커피챗을 할 수 있는 기간이 있는데 전 그 중 50명과 미리 커피챗을 했어요. 그렇게 두루 만나보고 선택한 딱 두 명이 병규님(김병규 CTO)와 재겸님(김재겸 COO)였어요. 전 처음부터 두 분과 함께하겠다고 마음을 정했는데, 그분들도 저를 생각하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운 좋게 첫날부터 팀이 완성됐죠.”
전광석화와 같은 팀 결성 후, 이들은 바로 문제 정의에 몰입했다. 엔틀러 코리아 파트너들이강조한 ‘문제의 크기가 기업의 크기를 결정한다’는 말은 그 과정을 거치면서 실감이 됐다고. 박 대표는 “문제 정의를 하면서 진짜 문제를 찾아야 제대로 된 솔루션이 나온다는 걸 깨달았다”며 말을 이어갔다.
“저희는 전 세계 셀러의 데이터를 확보해 AI 자동화를 완성하는 겠다는 목표를 세웠어요.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환급’을 데이터 파이프라인으로 삼는 전략을 세웠죠. 환급 서비스는 고정비가 없고, 환급받은 금액의 수수료만 받는 구조라서 거부감도 적었어요. 그렇게 셀러 고객 확보와 데이터 수집이 동시에 가능한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신생 서비스로서 중요한 것은 이탈률을 줄이는 것이었다. 그래서 리펀디는 쉬운 UX(사용자경험)를 최우선으로 두었고, 웹에서 쉽게 쓸 수 있는 크롬 익스텐션 형태를 적용했다. 이러한 초기 기술 구현은 네이버 출신 풀스택 AI 개발자인 김병규 CTO의 역할이 컸다. 또 성장, 수익화 전략 및 구조 설계는 은행 출신의 김재겸 COO의 역할이 컸다.
다음으로는 중국 쇼핑 플랫폼과 공식 API 제휴를 통해 안정화를 꾀했다. 초기에는 API 없이 크롤링으로 운영할 당시 중국 쇼핑 플랫폼의 보안이 너무 강해 많은 시간이 소요됐기 때문이다. 현재 리펀디는 알리바바 그룹과 공식 제휴를 맺고 타오바오, 알리익스프레스, 1688과 모두 API로 연동돼 있다.
리펀디 팀이 다음으로 중시한 것은 ‘속도’다. 빠른 속도로 고객을 확보하고 글로벌로 넓혀 고객을 락인 시키는 방식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모두 충분한 데이터 확보를 위해 고민한 결과다.
빠른 성장, 그리고 ‘AI 셀러’로 가는 로드맵
초기부터 글로벌화를 염두했던 리펀디는 최근 중국 법인도 설립 후 타오바오·알리익스프레스·월드퍼스트 등 알리바바 그룹 산하 플랫폼과 공식 제휴를 맺었다. 한국 스타트업 경진대회 컴업스타즈 2025를 비롯해 싱가포르 슬링샷(Slingshot)과 사우디 EWC(Entrepreneurship World Cup)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얻었다.
박 대표는 “초기에 운도 좋았지만, 공동창업자와 핵심 멤버들이 모두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거친 경험이 있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한 리펀디의 시선은 이미 다음 단계로 향하고 있다. 환급 서비스로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최종적으로 셀러의 고통을 없애는 ‘AI 주문 처리 자동화 솔루션’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은 이미 실행되고 있다. 첫 제품은 이달 내 출시가 목표다.
“AI 주문 처리 자동화 솔루션을 시작으로 수익성 시뮬레이터, 정책 리스크 대응, 판매 전략 자동 추천 등 네 가지 AI 에이전트를 단계적으로 구축하고, 마지막에는 이들을 통합 조율하는 AI 오케스트레이션을 만들 겁니다. 그렇게 3년 내에 리펀디가 ‘AI 셀러' 시장을 선점할 계획입니다."
이러한 계획을 위해서는 후속 투자 유치도 필수적이다. 박 대표는 “시드 라운드를 마무리했고, 내년에는 글로벌 VC가 주도하는 프리 A 투자 유치를 계획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박 대표는 “현재 30개국 셀러들이 다국어 버전만으로도 자발적으로 유입되고 있다”며 “각국의 강사, 셀러 교육자들과 손잡고 진행하는 인플루언서 제휴가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뷰 말미, 박 대표는 리펀디의 비전을 ‘누구나 쉽게 글로벌 커머스를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며 남다른 자신감을 드러냈다.
“앞으로는 여행 중에도 휴대폰 몇 번 터치로 셀러 활동을 할 수 있는 세상이 올 겁니다. 저희는 초기 스타트업임에도 3개월 만에 BEP를 달성하고 30개국 4000명의 셀러가 쓰는 서비스를 만들었어요. 그러한 저희 팀의 경험과 실행력이라면, 글로벌 시장 공략도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몇 년 뒤 저희를 다시 만나시면 이미 글로벌 AI 커머스의 중심에 있는 리펀디를 확인하실 수 있을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