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하철 출구를 오가다 보면 한 번쯤 피트니스, 필라테스, 요가와 같은 회원 모집 광고지를 받아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대략 ‘월 3만원’의 비용으로 그럴싸한 운동기구들이 비치된 피트니스센터를 이용할 수 있다고 하니 혹하기도 한다.
그런데 막상 문의를 해보면 회원 가입비부터 시작해 최소 3개월 이상 장기 회원권을 구매해야 할인이 적용된다는 등 생각과는 다른 까다로운 조건이 기다리고 있다. 라커를 쓰려고 해도 이미 다 차 순번을 기다려야하거나 원하는 시간대 예약도 쉽지 않다. 이 모든 과정을 다 감안한다고 해도 한번 결제를 하면 사정이 생겨서 한 동안 운동을 할 수 없게 돼도 정해진 기간이 지나면 더 이상 이용할 수가 없게 된다.
멤버십 기반 피트니스·웰니스 예약 플랫폼을 표방한 ‘오붓(obud)’은 이런 불편함을 새로운 시도와 기술로 바꾸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오붓은 헬스는 물론 요가·필라테스·수영·클라이밍·서핑 등 15가지 이상의 피트니스·웰니스 프로그램을 하나의 패스로 예약하고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 서비스다. 서울·경기·부산·제주 등 전국 500개에 가까운 고품질 스튜디오(공간 파트너)를 확보하고 있으며, 사용자는 단일 앱으로 원하는 시간과 지역의 프로그램을 탐색해 예약할 수 있다.
테크42와 만난 안나연 오붓 CTO는 “소비자 입장에서 ‘왜 이런 서비스가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 CTO는 “기존 피트니스 생태계는 온라인 앱들만 만들었을 뿐 소비자들이 진짜 원하는 경험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소비자 니즈 기반 플랫폼으로서 ‘오붓’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소비자 관점의 서비스 선보이니 ‘여성’들이 먼저 반응해

지난 2022년 11월 노인혁·안나연 두 공동창업자가 의기투합해 창업한 ‘오붓’은 충실한 시장조사와 적잖은 개발 과정을 거쳐 지난해 출시 됐다. 이후 1년 반만에 누적 회원 1만 5000명, 공간 파트너는 500곳에 육박하며 차별적인 피트니스·웰니스 플랫폼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올해 초 앤틀러 코리아의 스타트업 제너레이션 프로그램에 ‘패스트트랙(팀과 매출이 있는 극초기 스타트업 대상 프로그램)으로 선정돼 시드 투자를 유치한 ‘오붓’은 이어 중소벤처기업부 팁스(TIPS)에도 선정되며 플랫폼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차별적인 오붓의 서비스에 먼저 반응한 것은 여성들이다. 현재 오붓 이용자 중 97%는 여성으로, 서비스 이용 패턴도 흥미롭다. 월평균 3.7회 이용, 2.5개 프로그램, 2.8개 공간을 방문하는 등의 데이터가 확인되고 있다. 이러한 사용자의 ‘다양한 운동 경험’은 ‘오붓’만의 핵심 데이터로 쌓인다. 최근에는 3년 내 공간 파트너 4000곳 확보와 50만 회원 확보 목표를 세우고 ‘자기관리’와 ‘웰니스 라이프스타일’을 동시에 추구하는 MZ세대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전국 서비스화에 돌입했다.
안 CTO에 따르면 이러한 ‘오붓’이 추구하는 목표는 단순한 피트니스·웰니스 플랫폼이 아닌 ‘개인화된 웰니스 생활을 큐레이션하는 기반’이 되는 것이다.
안 CTO는 “운동이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즐기는 경험’이 되기를 바랐다”며 “오붓은 운동을 통해 스스로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최저가’ 경쟁 대신 ‘유연성과 다양성’으로 접근하니 소비자 불편 해결돼
“전 세계 요가인들의 성지로 불리는 발리의 ‘우붓(Ubud)’이라는 곳이 있어요. 저도 매우 좋아하는 곳이죠. 그 ‘우붓’의 웰니스 느낌을 담으면서 우리 말로 ‘오붓하게’ 함께한다는 중의적인 의미로 플랫폼 명을 정했죠.”
안 CTO는 창업 전부터 회사를 다니며 요가 강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직접 투잡 강사로도 활동하면서 피트니스·웰니스 시장의 비효율과 불균형을 체감했다. 그러한 경험은 곧 창업의 계기가 됐다.
오붓의 출발점은 ‘소비자의 불편함’이었다. 안 CTO는 “기존 피트니스 시장은 단순히 모바일 전환만을 추구했지, 소비자의 실제 니즈에서 출발한 서비스는 없었다”고 돌이켰다. 운동을 일상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젊은 세대의 변화, 그러나 여전히 ‘장기 회원권’ 중심으로 고착된 피트니스센터 업계의 간극을 차별적인 서비스와 기술로 메우고자 했다.
“기존 플랫폼은 헬스장 중심의 최저가 경쟁에 치우쳐 있었어요. 하지만 운동은 점점 라이프스타일로 변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종목과 공간이 생겨나고 있는데, 이를 유연하게 연결해주는 시스템이 없었죠.”

안 CTO가 강조한 오붓의 핵심 철학은 ‘유연성과 다양성’이다. 사용자는 한 달 단위의 구독형 패스를 통해 언제든 운동을 시작하거나 중단할 수 있다. 위약금이 거의 없고, 한 가지 종목에 묶이지 않는다.
“기존 피트니스 중심의 멤버십은 다양해진 소비자들의 취향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직된 상태였어요. 대부분은 예약을 하고 간 다음 마음에 들면 3개월 회원권을 끊게 되는데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죠. 그런 실패의 경험이 누적되는 고객들이 많아요. 저희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새로운 운동을 시작할 때의 부담을 유연하게 없애주고 싶었어요. 한 번 예약해보고 마음에 들면 한달 동안 구독을 하는 형식이고 언제든 해지 할 수 있고요. 다양한 운동을 접하며 ‘내게 맞는 운동’을 찾아가는 여정을 쉽게 시작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처음 ‘오붓’은 초기 1회권 판매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초기 반응은 미미했다. 그래서 도입한 상품이 바로 ‘오붓 패스(obud pass)’다. 안 CTO는 “1회권이 오히려 가장 비쌌다”며 “묶음으로 패스를 구성하면 소비자 부담이 줄고, 스튜디오도 안정적으로 고객을 확보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오붓 패스’는 2회·4회·8회권으로 구성돼 있다. 평균 20~30%의 할인율을 제공하며, 요가부터 수영, 서핑, 클라이밍까지 15개 이상의 웰니스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편의성’을 넘어, 소비자 관점에서 기존 시장 구조에 변화를 유도하는 시도였다.
사용자는 지리적 제약 없이 서울, 부산, 제주 등 전국 500개에 달하는 장소에서 동일한 멤버십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그렇게 오붓 패스 도입 후 시장의 반응은 즉각적으로 오기 시작했다고.
이제 “평일에는 집 근처에서, 주말에는 여행지에서 같은 패스로 운동할 수 있다”는 오붓의 메시지는 곧 제약에서 벗어난 ‘운동의 새로운 방식’라는 인식을 주며 소비자들에게 알려지고 있다.
플랫폼의 본질은 관계, 공간 파트너·고객의 니즈를 모두 충족시키려 노력 중
한편으로 쉽지 않은 부분도 있다. 안 CTO는 어렵게 와 닿는 것이 “유저와 공간 파트너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유저 하나를 확보하는 것도 어렵지만, 공간 파트너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 역시 그에 못지 않다고. 그도 그럴 것이 저마다의 스튜디오(공간 파트너) 입장에서는 이미 고정 회원들이 많기 때문에, 1회권 고객이 들어올 때 기존 회원과의 조화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오붓은 이 까다로운 관계를 투명성과 상생 구조로 해결해 나가고 있다. 입점 공간 파트너에 정산을 투명하게 제공하고, 플랫폼 수익은 수수료 기반으로 단순화했다.
안 CTO는 “현재의 판매 수익의 일부를 수수료로 가져가는 구조를 넘어, 향후에는 회원 관리 솔루션 등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를 통해 추가 수익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 SaaS는 단순한 예약 시스템을 넘어, 각 스튜디오의 회원 관리와 예약을 통합 지원하는 도구로 개발 중이다.
“지금은 공간 파트너들을 보면 시중에 있는 여러 앱들을 각각의 기능에 맞춰 같이 쓰고 있어요. 회원 관리 프로그램, 다른 포털을 통한 예약, 오붓까지 각각 따로 운영하죠. 저희는 SaaS 솔루션을 통해 이 모든 기능을 통합해 효율을 높이도록 돕고 싶습니다.”
현재 오붓은 1억원의 MRR(월간반복매출) 달성을 앞두고 있다. 500곳에 육박하는 공간 파트너 역시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중이다. 안 CTO는 “공간이 늘어나면 매출도 계단식으로 증가한다”며 “공강 파트너 수 확대가 곧 매출 확장의 동력이 되는 상황에 도달했다”며 사업 확장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언급했다.
“우선은 영업을 통한 공간 파트너 확보를 강화하고 있어요. 신뢰를 기반으로 ‘선순환 구조’를 만들려고 하고 있죠. 단기적인 이익보다는 고객 만족도 제고를 위해 좋은 공간 파트너를 발굴하고 신뢰를 쌓는데 집중하고 있어요. 결국엔 진심과 꾸준함이 답인 것 같아요. 한편으로 기업 복지 제휴와 같은 B2B 서비스도 시도 중이죠. 회사 복지몰을 통해 직원들이 할인된 가격으로 운동할 수 있다면, 기업에도 좋거든요. 직원의 웰니스는 곧 생산성과 직결되니까요. 현재 기업과 협업을 진행하면서 브랜드 인지도도 높이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어요.”
AI와 SaaS, 그리고 ‘지속 가능한 웰니스’의 미래

안나연 CTO는 오붓의 고도화 방향을 ‘AI 기반 웰니스 큐레이션’으로 정의한다. 많은 사람들이 운동에 도전하고 다양한 공간을 찾고 있지만 아직까지 그러한 데이터는 제대로 모이지 않고 있다. 안 CTO는 “오붓의 예약과 이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의 운동 패턴을 시각화하고, 맞춤형 추천 시스템을 AI로 고도화 할 예정”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이러한 기술은 앞서 말씀드린 팁스(TIPS) 과제로 선정되어 개발 중이예요. 이용자의 첫 운동 시작을 돕는 ‘AI 운동 메이트’를 중심으로 고도화되고 있죠. AI는 운동을 어떻게 시작할지 모르는 이용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겁니다. 또 사용자의 웰니스 데이터를 보험·헬스케어 등 다양한 산업과 연계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어요. 사람들의 건강 데이터가 오붓에 쌓이면, 나의 운동 변화와 건강 수치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을 거예요. 장기적으로는 웰니스 산업의 데이터 인프라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술 확장만큼 중요한 것은 ‘철학’이다. 안 CTO는 “운동은 대체되지 않는 행위”라고 단언했다. AI가 발전해도 사람이 직접 몸을 움직이는 경험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기술은 이 경험을 더 즐겁고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도구여야 한다”는 것이 안 CTO의 생각이다.

조만간 오붓은 SaaS 정식 출시와 함께 내년부터는 카테고리와 지역 확장에 집중할 계획이다. 요가와 필라테스에서 크로스핏, 트레이닝 등으로 확장하면서 주 고객층인 여성을 넘어 남성층과 시니어층으로 이용자를 넓히겠다는 것이다. 글로벌 확장도 구상 중이다.
“선택의 문제인데, 해외 관광객들이 한국을 방문할 때 운동할 수 있는 공간 예약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 아니면 이 모델을 아시아 전역으로 넓혀갈 것인지에 대해 고민 중이예요. 우선은 소비자 반응을 보고 있습니다. 우선은 한국인이 해외에서 오붓 패스를 쓸 수 있는 구조, 또 현지인이 그 지역에서 오붓 패스를 쓸 수 있는 구조를 유력하게 보고 있어요.”
이제 막 성장 포인트를 발견한 스타트업으로써 해야 할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플랫폼 고도화와 함께 고객 소통도 안 CTO가 직접 챙기고 있다. 후속 투자 유치도 신경써야 할 부분이다. 인터뷰 말미, 안 CTO는 “첫 창업이라는 점에서 아직도 두려움이 있지만 이제는 방향성을 찾은 느낌”이라며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처음에는 회사를 그만두는 죽는 줄 알았어요(웃음). 그래서 준비 기간이 꽤 길었어요. 회사 다니면서 부트캠프 다니고 이벤트 기획하고 그러다가 결국은 그만두고 오붓에 집중하게 됐죠. 처음엔 제가 잘 살고 싶어서 시작한 것인데… 이제는 운동 플랫폼의 끝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람들이 진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운동을 통해 발견하고 뭔가 큰 변화가 만들어지는 것을 한 번 보고 싶네요. 많은 이용자들이 오붓을 통해 자신을 새롭게 발견했으면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