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상 플랫폼 마보가 발행한 '2026 마보백서'는 AI가 직장인의 업무 환경을 어떻게 바꿨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지를 다룬다.
AI 써봤더니 더 피곤하다는 직장인들
보고서에 따르면 AI 도구를 업무에 활용하는 직장인 중 절반 가까이(46%)가 '업무 속도가 너무 빨라져 오히려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겉으로는 생산성이 올라간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는 얘기다.
이유는 간단하다. AI가 보고서 초안을 10분 만에 작성해 주는 대신, 직원은 그 내용이 정확한지 팩트체크하고, 맥락에 맞는지 판단하며, 다시 수정 지시를 내리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쏟게 됐다.
마보 백서는 이를 '검증 노동'으로 명명했다. 단순 반복 작업은 줄었지만, 뇌를 써야 하는 고도의 판단 업무는 오히려 늘어난 셈이다. 특히 AI를 쓰는 직원들은 AI를 안 쓰는 동료보다 '디지털 부채(처리하지 못한 이메일, 알림, 메시지 등)'를 10% 더 많이 떠안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집중력 회복엔 23분, 하루에 몇 번이나?
문제는 집중력 붕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업무 중 주의가 흐트러진 후 다시 원래 수준의 집중력으로 돌아오는 데 최대 23분이 걸린다. AI 툴 사용으로 멀티태스킹이 잦아진 현대 직장인에게는 치명적이다.
예를 들어 오전 내내 AI로 작성한 기획서를 검토하고, 수정하고, 다시 확인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실제로 '깊은 사고'를 할 수 있는 시간은 거의 남지 않는다. 마보는 이를 '보이지 않는 생산성 손실'이라고 표현했다.
'정신 건강 관리 = ROI 470%' 시대
흥미로운 건 이런 문제를 일찍 간파한 글로벌 기업들이 직원 정신 건강 프로그램을 '복지'가 아닌 '투자'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글로벌 컨설팅사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이 직원 멘탈 케어에 1달러를 쓰면 이직률 감소와 생산성 향상 효과로 평균 4.7달러를 회수한다. 투자 대비 수익률(ROI)이 470%라는 얘기다.
실제로 구글, 애플, 링크드인 같은 기업들은 마음챙김 명상을 '메타 스킬(기본 역량)' 훈련으로 도입했다. 집중력, 회복탄력성, 비판적 사고 같은 능력을 기르는 데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디지털 멘탈 헬스케어 시장, 2030년 68조 원
시장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디지털 멘탈 헬스케어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15.2% 성장해 491억 달러(약 68조 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과거 기업의 근로자 지원 프로그램(EAP)이 '전화 상담'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AI 기반 예측·선제 대응 단계인 'EAP 3.0' 시대로 진화했다. 직원이 번아웃에 빠진 후 개입하는 게 아니라, 데이터 분석을 통해 미리 위험 징후를 포착하고 대응하는 방식이다.
한국인 감정 데이터 51만 건 보유한 마보
마보는 이 시장에서 '한국 맥락'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글로벌 명상 앱들(헤드스페이스, 캄 등)과 달리 한국인이 직접 작성한 '마음일기' 텍스트 데이터 51만 건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 직장 문화 특유의 감정선, 스트레스 요인, 대처 방식이 담긴 데이터라는 게 마보 측 설명이다. 실제로 마보의 다운로드 대비 구독 전환율은 8%로, 글로벌 경쟁 앱 평균(4%)의 두 배다. 한국 사용자에게 더 잘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마보는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웰니스 코치'와 'B2B 관리자 대시보드'를 개발했다. 개인별 스트레스 패턴을 분석해 맞춤형 명상 프로그램을 추천하고, 기업 관리자는 대시보드를 통해 팀 전체의 정신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구조다.
"복지 아닌 생존 전략"
마보 유정은 대표는 "AI 시대에 직원의 정신 건강 관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멘탈 피트니스는 이제 조직의 '심리적 자본'을 확보하는 전략적 투자"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번아웃에 빠진 직원은 업무 효율이 떨어질 뿐 아니라 실수도 잦아진다. 특히 AI 검증 노동처럼 고도의 판단력이 요구되는 업무에서는 정신적 여유가 성과의 질을 좌우한다.
백서는 "AI 도입으로 겉으로는 업무가 빨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직원들의 인지 부담은 역대 최고 수준"이라며 "기업들이 생산성 향상 도구만큼 직원의 뇌를 회복시킬 프로그램에도 투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명상, 이제 '메타 스킬' 훈련
마보는 마음챙김 명상을 단순한 힐링이 아니라 업무 역량을 키우는 훈련으로 재정의한다. 명상을 통해 향상되는 능력은 △주의력 집중 △감정 조절 △스트레스 회복력 △의사결정 품질 등이다.
특히 AI 시대에는 '검증'과 '판단'이 핵심 업무가 되면서 이런 능력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마보 측은 "AI가 대신 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역량을 기르는 게 곧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앞으로 멘탈 헬스케어가 기업 HR 전략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한다. AI 도입과 직원 정신 건강 관리는 이제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가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