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특별자치도와 전북테크노파크, 소풍커넥트가 운영하는 2025 기후테크 창업기업 성장지원사업 ‘SWITCH’ 신규트랙(Ground Stage) 데모데이가 최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됐다.
지난 10일 진행된 이번 행사는 컴업(COMEUP) 프로그램과 연계해 진행되며, 전북을 기후테크 실증의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중장기 전략과 함께 기술 기반 스타트업들의 사업화 가능성을 집중 조명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현장에는 기후테크 스타트업과 투자사, 협업기관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해 기술 발표와 네트워킹을 이어갔다.
오프닝에서는 전북테크노파크 이규택 원장이 축사를 통해 SWITCH 프로그램의 취지와 성과를 소개했고, 이어 전북특별자치도 창업지원과 신현영 과장이 2026년 전북 창업벤처 생태계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며 ‘기후테크 테스트베드 전북’ 비전을 제시했다. 전북이 보유한 농생명·에너지·친환경 산업 기반을 활용해 스타트업의 실증부터 투자, 스케일업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날 데모데이의 핵심은 무대에 오른 스타트업들의 발표였다. 기술 개념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적용 환경과 사업 모델, 전북과의 협업 가능성을 중심으로 구성된 발표는 SWITCH 신규트랙의 성격을 분명히 드러냈다. 테크42는 이날 현장에서 발표된 이들 기업의 기술과 전략을 차례로 정리했다.
에이이에스텍(AES tech) 전재홍 대표
“암모니아 전기분해, 수소 공급의 비용 구조를 다시 설계하다”

에이이에스텍 전재홍 대표는 수소 경제 확산의 전제가 되는 에너지 저장·운송 문제를 암모니아 전기분해 기술로 풀어내겠다는 접근을 제시했다.
전 대표는 AI 확산과 데이터센터 증가로 재생에너지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으며, 그 결과 필연적으로 잉여 전력이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이 잉여 전력을 어떻게 저장하고, 언제 어디서 활용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수소는 유력한 해법이지만, 대륙 간 이동이나 장거리 운송에는 여전히 물리적·경제적 한계가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에이이에스텍은 이 한계를 암모니아로 우회한다. 암모니아는 이미 비료 산업을 통해 200년간 축적된 글로벌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며, 저장·운송 측면에서 수소 대비 효율성이 높다.
전 대표는 “수소 생태계 구축에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지만, 암모니아를 활용하면 전체 시스템 비용을 25~30%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암모니아 분해 방식인 열분해는 고온 에너지 소모와 환경 부담, 긴 구동 시간, 대규모 설비 공간이라는 한계를 지닌 반면, 에이이에스텍은 전기분해 방식을 통해 이를 근본적으로 개선했다.
에이이에스텍의 핵심은 재생에너지에서 발생한 잉여 전기를 암모니아에 저장하고, 수소가 필요한 현장에서 필요한 만큼 즉시 생산하는 온사이트 수소 솔루션이다. 이를 통해 수소 운송·저장 비용을 줄이고, 공급 안정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전 대표는 “개발 완료 시점 기준으로 30% 이상의 비용 절감이 가능하며, 이미 현재 단계에서도 기존 기술 대비 의미 있는 비용 효율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기술적 기반 역시 구체적이다. 고성능 전극·소재 기술, 고기밀 냉각 재순환 시스템, 이상 상태를 사전에 감지해 유지보수를 가능하게 하는 지능형 솔루션을 결합했다. 이 같은 기술력은 다수의 국내 특허와 수상 이력으로 검증됐으며, 학술적으로도 평가를 받았다는 설명이다.
비즈니스 모델은 수소 충전소 등 소규모 설비는 직접 제작·공급하고, 대규모 프로젝트는 파트너와의 기술 이전 방식으로 확장한다. 분리막과 전극 등 핵심 부품을 반복 공급하는 구조를 통해 지속적인 매출원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전 대표는 전북이 수소 공급·저장 측면에서 현실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암모니아 기반 ‘버추얼 파이프라인’을 통해 전북 기업의 에너지 가격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아이팝(iPOP) 박진하 CTO
“비가시권 비행의 공포를 기술로 제거하다”

아이팝 박진하 CTO는 수소 드론을 단순히 ‘오래 나는 비행체’가 아닌 ‘안전하게 오래 비행하는 시스템’으로 정의했다. 박 CTO는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으로 거론되는 UAM·AAM이 아직 해결하지 못한 가장 큰 리스크로 ‘항법 안정성’을 지목했다. 특히 빌딩 숲이나 전파 간섭 환경에서 GPS 신호가 소실될 경우, 드론은 즉각적인 추락 위험에 노출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이팝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GPS 단일 의존 구조에서 벗어난 항법 시스템을 10년 이상 연구·개발해 왔다. 그 결과 GPS가 소실되는 순간에도 기체 제어권을 다시 확보하고, 이륙 지점으로 복귀할 수 있는 페일 세이프 항법 기술을 완성했다. 이 기술은 단순 개념 검증이 아니라 국가 연구개발 과제와 실증 사업을 통해 현장에서 검증됐으며, 이미 상용 제품에 적용돼 매출로 이어지고 있다.
박 CTO는 수소 드론이 지닌 또 다른 딜레마도 짚었다. 비행 시간이 길어질수록 추락 확률이 누적된다는 점에서, 글로벌 규제 당국은 비가시권 장거리 비행을 고위험 영역으로 분류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팝은 연료전지 기술뿐 아니라 항법 시스템까지 함께 고도화함으로써 이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했다. 그 결과 특허 장벽을 구축했고, 연간 100대 이상의 수소 드론을 자체 생산할 수 있는 공급 체계를 확보했다.

비즈니스 모델은 장비 판매와 구독형 서비스로 이원화됐다. 특히 오지, 해안, 사회 인프라 등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 모델은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더 나아가 아이팝은 모션 센서 기술을 인체 부착형으로 확장해 XR 훈련 플랫폼과 산업 안전 솔루션 시장에도 진입했다. 해당 시스템은 실제 교육·훈련 현장에 적용되며 누적 매출을 기록 중이다.
박 CTO는 전북도와의 협업 경험도 강조했다. 창업 이후 전북과 지속적으로 협업하며 각종 지정·협약을 체결했고, 수소 전문 기업으로 인정받았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박 CTO는 “전북과 함께 안전한 수소 모빌리티 실증 사례를 만들어가고 싶다”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엔클라이언(Enclion) 이용희 대표
“탄소 배출 문제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다”

엔클라이언 이용희 대표는 탄소중립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의 잉여화’ 문제를 새로운 산업 기회로 전환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석유화학 산업이 친환경 공정으로 전환되면서, 기존 연료로 사용되던 메탄의 활용처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문제의 출발점이다.
이와 관련, 이용희 대표는 “메탄을 단순히 연소시키는 방식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하며 엔클라이언이 제시한 해법, ‘플라즈마 기반 메탄 열분해’를 소개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이 기술은 메탄을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수소와 고체 탄소로 전환한다. 수소는 에너지로 활용하고, 고체 탄소는 산업 소재로 적용해 이중 수익 구조를 만든다. 엔클라이언은 플라즈마 시스템의 설계·제작·평가·최적화를 모두 내부 역량으로 수행하며, 현재 랩 스케일 운전 검증을 완료했다.

특히 고체 탄소는 단순 부산물이 아닌 고전도성 카본 블랙 수준의 품질로 제조돼 EMI 차폐 소재, 배터리 도전재 등 고부가 산업으로 확장이 가능하다. 이는 수소 생산 단가를 낮추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이 대표는 “초기 타깃 시장으로 미활용 바이오가스를 설정해, 기존 인프라를 유지한 채 공정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실증과 상용화를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엔클라이언의 로드맵은 단계적이다. 소규모 시스템을 시작으로 출력 규모를 확장해 실제 바이오가스 시설에서 수소 생산 비즈니스를 수행하고, 이후 석유화학 플랜트에 적합한 메가와트급 시스템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발표 말미, 이 대표는 전북에 설치된 재생에너지 자원을 활용해 ‘에너지 순환 모델’을 가장 먼저 입증하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했다.
하이드로엑스팬드(HydroXpand) 현종현 대표
“청정 수소 단가를 낮추는 네 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하다”

하이드로엑스팬드 현종현 대표는 수소 경제의 핵심 난제로 ‘비싼 청정 수소’를 지목했다. 수전해는 재생에너지와 결합할 경우 그린 수소를 생산할 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생산 단가가 높다는 점이 보급의 걸림돌이라는 것이 현 대표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현 대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조건으로 효율, 내구성, 스택 단가, 생산 능력이라는 네 가지 KPI(핵심성과지표)를 제시했다.
이 네 가지를 동시에 만족하는 기술로 하이드로엑스팬드가 선택한 해법은 ‘음이온 교환막(AEM) 수전해’다. 하이드로엑스팬드는 양극·음극·음이온 교환막을 모두 자체 개발했으며, 2kW급 스택과 시스템을 이미 판매 중이다. 이와 관련 현 대표는 “성능과 내구성 측면에서도 국내외 경쟁 기술 대비 우수한 데이터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 대표는 연구용 시장을 시작으로 실증 평가 시장, 나아가 대형 수소 플랜트 시장으로 단계적으로 진입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실제로 하이드로엑스팬드는 주요 고객사에 스택을 공급하며 실증 데이터를 축적 중이며, 이를 기반으로 더 큰 용량의 시스템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전북과의 연계 가능성도 구체적으로 언급됐다. 현 대표는 전북이 수소 도시와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동시에 추진 중인 지역이라는 점에 주목하며, AEM 수전해 실증 평가를 전북에서 진행해 볼 것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현 대표는 “청정 수소 단가를 낮추기 위한 기술적 선택지로 AEM 수전해를 적극 검토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노테코(InnoTeco) 김인호 대표
“수소 인프라 확산의 전제는 안전 데이터다”

이노테코 김인호 대표는 수소와 암모니아 인프라 확산 과정에서 안전 모니터링이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수소가 폭발성, 암모니아는 독성이라는 고유의 리스크를 지니고 있으며, 인프라 확산 속도보다 사고 리스크가 더 빠르게 증가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이에 이노테코는 고감도 가스 센서, 트랜스미터, 모바일·클라우드 AI를 통합한 스마트 가스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했다. 단순 감지를 넘어 누출 위험 분석, 센서 수명 예측, 유지보수 주기 관리까지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해 현장 대응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김 대표는 해당 시스템이 이미 국내 에너지 설비에서 실증을 완료했고, 이를 계기로 매출 성장과 해외 진출 준비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글로벌 인증을 확보해 북미·유럽 시장 진입을 추진할 계획도 밝혔다. 발표 말미 김 대표는 “전북을 ‘대한민국 수소 안전의 기준’으로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제로시스(Zerocis) 노용규 대표
“청록수소, 수소와 탄소를 동시에 성장시키는 구조”

제로시스 노용규 대표는 메탄 열분해 기반 청록수소 기술을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 없는 수소 생산과 고부가 탄소 수익화를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노 대표는 “기존 수소 생산 기술이 경제성·저탄소성·대량생산성이라는 세 가지 조건을 동시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제로시스는 촉매 기반 메탄 열분해 기술로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에서 수소 생산을 검증했고, 고체 탄소를 고부가 소재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고체 탄소 가격에 따라 수소 생산 원가가 크게 달라질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기존 수소 가격 구조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이 노 대표의 설명이다.
이어 노 대표는 전북의 재생에너지 자원을 활용해 수소와 탄소 생태계를 함께 키우는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전북과의 협업을 통해 실증과 상용화를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전략이다.
사이클엑스(CycleX) 류준상 대표
“가축분뇨 대란을 끝내는 통합 솔루션”

사이클엑스 류준상 대표는 가축분뇨 처리 문제를 축산 온실가스 저감과 탄소 비즈니스로 전환하는 접근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류 대표는 농가 현장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로 분뇨 처리 비용 급증과 환경 규제를 꼽았다. 기존 처리 방식은 비용 부담이 크고, 여름철에는 악취와 민원이 반복되는 구조라는 것이 류 대표의 설명이다.
사이클엑스는 밀폐형 하드웨어 장치, 생체 촉매, IoT 기반 전산 시스템을 결합한 통합 솔루션을 개발했다. 기존 공정을 크게 바꾸지 않고도 장치를 연결해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해 농가의 도입 부담을 낮췄다. 처리 비용은 기존 대비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효과를 제시했다.
류 대표는 “전북에서 진행 중인 PoC(개념증명)를 통해 실제 매출을 창출했고, 이를 기반으로 추가 발주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축분뇨 문제 해결을 넘어 지속 가능한 농축산업 모델을 만들고 싶다”는 말로 글로벌 확장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한편 이날 시상식에서는 하이드로엑스팬드가 영예의 대상을 수상했으며, 최우수상은 에이이에스텍, 우수상은 엔클라이언과 사이클엑스가 받았다. 수상 기업에게는 대상 1000만원, 최우수상 500만원, 우수상 각각 250만원의 상금이 수여됐다. 이날 수상 기업에게는 전북과의 실증 프로젝트와 후속 투자 연계 등 SWITCH의 후속 지원을 통해 사업 확장 기회가 제공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