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월드컵 '틱톡'에서 본다...FIFA 역사상 첫 '우선 플랫폼'

(출처=FIFA)

소셜 미디어 거대 기업 틱톡이 스포츠 역사상 전례 없는 지위를 획득했다. FIFA가 틱톡을 2026 북중미 월드컵의 첫 번째 '공식 우선 플랫폼(Preferred Platform)'으로 선정한 것이다.

ESPN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주 초 발표된 이 파격적인 협약은 기존 월드컵 중계 방식에 큰 변화를 예고한다. 틱톡은 이제 대회 관련 공식 콘텐츠를 제작·배포할 수 있는 독점적 지위를 부여받았으며, 협약 유효기간은 올해 말까지로 설정됐다.

이번 제휴로 틱톡이 확보한 권리는 상당하다. 공식 방송 파트너사들은 틱톡 플랫폼을 통해 경기 일부 구간을 실시간으로 송출하고, 주요 장면을 담은 하이라이트 영상을 게시할 수 있게 된다.

틱톡은 이번 대회를 위해 '월드컵 2026 허브'라는 전용 섹션을 신설한다. 이 공간에서는 48개 참가국의 경기 일정, 티켓 예매 정보는 물론 플랫폼 이용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특별 제작 스티커와 필터, 인터랙티브 게임 요소까지 다채롭게 구성될 예정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FIFA가 운영하는 크리에이터 지원 프로그램이다. 선발된 틱톡 콘텐츠 제작자들은 일반 취재진이 접근하기 어려운 감독 기자회견장이나 선수단 훈련장에 출입할 수 있는 특권을 얻는다. 여기에 더해 FIFA가 보유한 방대한 역사적 경기 영상 자료를 활용해 2차 창작물을 만들 기회도 제공된다.

방송사 입장에서도 새로운 수익 채널이 열린다. 틱톡의 프리미엄 광고 상품을 통해 월드컵 관련 영상을 수익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틱톡 측은 FIFA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불법 복제 콘텐츠를 차단하는 시스템도 가동한다고 밝혔다.

FIFA 사무총장 마티아스 그라프스트룀은 공식 성명에서 "이번 대회의 열기를 최대한 많은 팬들과 나누는 것이 우리의 최우선 과제"라며 "역대 최대 규모 스포츠 이벤트에서 틱톡과 같은 혁신적 플랫폼을 최초로 우선 파트너로 삼는 것보다 효과적인 방법을 찾기 어렵다"고 선택 배경을 설명했다.

틱톡의 글로벌 콘텐츠 총괄 제임스 스태포드 역시 "최근 몇 년간 우리 플랫폼에서 축구 관련 콘텐츠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며 "FIFA의 첫 우선 플랫폼이라는 역사적 지위를 활용해, 팬들이 경기 90분을 넘어서는 풍성한 월드컵 경험을 누릴 수 있게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틱톡이 공개한 자체 데이터는 이번 파트너십의 효과를 뒷받침한다. 틱톡에서 스포츠 영상을 시청하는 이용자들이 실제 경기 TV 시청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일반 대비 42% 높다는 것이다.

사실 이번 협약은 완전히 새로운 시도는 아니다. 2023년 FIFA 여자 월드컵 당시 틱톡과의 협력이 수백억 회 조회수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고, 이것이 이번 본격 제휴의 밑거름이 됐다.

틱톡의 스포츠 콘텐츠 확장 전략도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달 국제스키연맹과도 유사한 형태의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라리가)와 미국 메이저리그축구(MLS) 등 주요 리그들과도 파트너십을 맺은 상태다.

올해 6월 11일 개막하는 2026 월드컵은 미국·캐나다·멕시코 3개국이 공동 개최하며, 경기는 16개 도시에 분산 배치된다. 미국 11곳, 멕시코 3곳, 캐나다 2곳의 도시가 경기장을 제공한다. 7월 19일 결승전까지 총 104경기가 펼쳐지며, 참가국 수도 기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대폭 확대돼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배경에는 틱톡의 전략적 계산도 깔려 있다. 미국 내에서만 1억 7천만 명이 넘는 이용자를 보유한 틱톡은, 지난해 말 중국 모기업 바이트댄스가 오라클·실버레이크·MGX 등과 미국 합작법인 설립에 합의하면서 현지화 기반을 다졌다. 계약 최종 체결은 이번 달 중 완료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FIFA의 결정을 월드컵 시청 방식의 패러다임 전환으로 해석한다. TV 중심의 전통 방송만으로는 소셜 미디어에 익숙한 젊은 세대를 끌어들이기 어렵다는 FIFA의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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