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짧은 게시글 하나가 4~5일 만에 챗GPT 공식 이미지 템플릿으로 등재되며 전 세계적인 화제를 낳고 있다. 이른바 '하찮은 프롬프트' 열풍이다.
발단은 지난달 29일, 스레드 이용자(@withgrdnrush)가 올린 게시물이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며 AI를 독학 중이던 그는 팔로워 확보를 위해 기존과 다른 방식의 프롬프트를 고심하다 과거 커뮤니티를 풍미한 조악한 그림판 낙서 스타일에서 영감을 얻었다. 정밀하고 고품질의 이미지를 경쟁적으로 뽑아내는 기존 AI 활용 방식과 정반대의 방향, 즉 '의도적으로 형편없는 그림'을 요청하는 역발상이었다.

완성된 프롬프트의 핵심은 투박한 구어체였다. 픽셀 단위의 저화질 낙서 이미지를 요청하는 문장 끝에 "야 됐고 그냥 니맘대로 그려"라는 한 줄을 덧붙였고, 이 문장이 오히려 결과물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며 인기 요인이 됐다. A씨는 자신의 프롬프트에 '세상에서 가장 하찮은 프롬프트'라는 이름을 붙였다.
퇴근 시간대 이후 반응이 살아나기 시작하면서 확산 속도는 급격히 빨라졌다. 국내 스레드 이용자들이 자신의 사진으로 직접 만든 낙서 이미지를 댓글에 쏟아냈고, 뒤이어 국내 AI 분야 인플루언서가 샘 올트먼 오픈AI CEO의 사진을 이 프롬프트로 변환한 이미지와 함께 영문 번역본을 X(구 트위터)에 게시하면서 영어권으로 불씨가 옮겨붙었다. 이후 일본어 등 다개국어 번역본이 잇따라 등장했고, 올트먼 본인이 해당 게시물을 직접 리트윗하면서 글로벌 바이럴이 본격화됐다.
오픈AI의 반응은 빠르게 뒤따랐다. 챗GPT와 오픈AI 공식 X 계정, 인스타그램 프로필 이미지가 모두 '하찮은 스타일'로 교체됐다. 일론 머스크의 AI 기업 xAI가 운영하는 챗봇 그록도 해당 프롬프트를 추천 템플릿으로 별도 출시했다. 기업들도 앞다퉈 합류했다.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와 블록체인 플랫폼 솔라나, NFT 프로젝트 퍼지펭귄 등이 자사 로고나 캐릭터를 낙서풍으로 변환해 X에 게재했다.
게시물이 올라간 지 나흘에서 닷새가 지난 5일 새벽(한국시간), 챗GPT 공식 이미지 템플릿에 '낙서풍(scribble)' 스타일이 정식 추가됐다. 해당 템플릿을 선택하면 투박한 그림을 요청하는 프롬프트가 자동 입력되는 방식이다. A씨는 같은 날 스레드에 "이게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다. 다들 즐겨주신 덕분"이라는 소감을 남겼다.
이번 현상은 지난해 3월 챗GPT의 지브리 스타일 이미지 기능이 폭발적 인기를 끈 이후 가장 큰 규모의 AI 이미지 바이럴로 평가된다. 당시 지브리 사태가 고품질 스타일 변환으로 열풍을 이끌었다면, 이번에는 그와 정반대인 '의도적 조악함'이 세계인의 참여를 끌어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원작자가 특별한 마케팅 없이 커뮤니티의 자발적 확산만으로 AI 플랫폼의 공식 기능을 만들어냈다는 점도 이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