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업무 도구’ 넘어 평가·보상 변수로…직장인 10명 중 9명 “역량 강화 중”

딜, 국내 사원~과장급 직장인 1000명 조사…82.4% “AI 역량은 커리어 성장 핵심”
응답자 53%는 유료 AI 서비스에 개인 비용 지출…학습 압박감도 확대
생산성 향상 체감 크지만 검토·수정·보안·과의존 우려도 함께 부상

국내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공지능(AI) 활용 능력이 단순한 업무 보조 역량을 넘어 커리어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사원부터 과장급에 해당하는 실무자 상당수가 AI 역량을 인사 평가와 보상에도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받아들이고 있어, 기업의 인재 관리와 직무 역량 체계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HR 플랫폼 딜(Deel)은 명함 앱 리멤버와 함께 지난 4월 15일부터 2주간 국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I 사용 및 역량 개발 설문 조사’ 결과를 11일 공개했다. 조사 대상은 사원부터 과장급 직장인이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2.4%는 AI 역량을 커리어 성장을 위한 핵심 요소로 봤다. AI를 단순히 문서 작성이나 검색을 빠르게 해주는 생산성 도구로만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직무 경쟁력과 성장 가능성을 가르는 기술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역량 개발 움직임도 뚜렷했다. 응답자의 89.4%는 AI 활용 능력을 높이기 위해 어떤 형태로든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가장 많이 선택한 학습 방식은 실무 과정에서 AI를 직접 사용하며 익히는 방식으로, 38.8%를 차지했다. 이어 온라인 강의 수강 19.8%, 회사 교육 프로그램 참여 15.8% 순이었다.

눈에 띄는 대목은 AI 학습이 기업 주도의 교육보다 개인의 자발적 투자에 더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응답자의 53%는 유료 AI 서비스 이용을 위해 직접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고 답했다. 생성형 AI 도구가 업무 현장에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직장인들이 조직의 공식 교육을 기다리기보다 먼저 개인 차원에서 활용 경험을 쌓고 있는 셈이다.

AI 역량을 둘러싼 심리적 압박도 확인됐다. 응답자의 약 70%는 AI 학습을 계속하지 않으면 뒤처질 것 같다고 답했다. 또 46.1%는 AI 역량이 이미 인사 평가나 보상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인식했다. 이는 AI 활용 능력이 개인의 선택적 스킬을 넘어 조직 내 성과 판단 기준으로 편입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AI 활용 확대가 긍정적인 효과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었다. 응답자의 92.6%는 AI가 업무 생산성을 높인다고 답했지만, 동시에 64%는 AI 사용 과정에서 비효율이나 업무 복잡성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비효율의 원인으로는 반복적인 프롬프트 수정이 28.5%로 가장 많았다. AI 결과물의 검토와 수정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25.2%, 정확성 검증 부담은 22.9%로 나타났다. AI가 초안을 빠르게 만들어내더라도, 이를 실제 업무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결과를 확인하고 보완하는 과정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점이 드러난다.

신뢰성과 보안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았다. 응답자들이 꼽은 주요 우려 요인은 정확성 부족 32.2%, 데이터 보안 및 유출 위험 23.5%, AI 도구 의존에 따른 업무 능력 저하 20.0% 순이었다. AI 과의존을 걱정한다는 응답은 44.5%였으며, 그 이유로는 학습 능력 저하 28.1%, 글쓰기 능력 저하 24.5%가 제시됐다.

직무 대체 가능성에 대한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응답자의 62%는 AI가 자신의 업무를 어느 정도 대신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AI 기술의 빠른 발전 속도 45.3%, 정확성과 효율성 향상 29.2%가 꼽혔다. 반면 회사 차원의 인력 감축 시도 자체를 우려한다는 응답은 13.4%에 그쳤다. 당장의 구조조정보다는 기술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아야 한다는 부담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딜은 이 같은 흐름이 기업의 HR 시스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딜의 AI 기반 인재 관리 솔루션 ‘딜 인게이지’는 클로드(Claude), 커서(Cursor), 깃허브 코파일럿(GitHub Copilot) 등 주요 AI 도구와 연동해 직원들의 AI 활용량을 인사 및 성과 관리에 반영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박준형 딜 코리아 영업총괄은 “AI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국내 직장인들도 주도적인 역량 강화를 통해 적극적으로 적응해 나가고 있다”며 “앞으로 기업은 직원들이 AI와 경쟁하기보다 AI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상돈 기자

james@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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