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의 '1인 제국' 실험, 한국 재벌 지배구조 논쟁에 다시 불을 지필까?

  • 삼성 이재용 지분율 0.56% vs 머스크 테슬라 13%…승계 방식부터 정반대 구조
  • 테슬라 모델Y, 국내서 소나타 판매량 추월…현대차 전기차 점유율 52%로 급락

일론 머스크가 자신의 사업체들을 하나로 묶는 초대형 합병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국 재벌 지배구조의 근본적 한계가 다시 도마에 오를까? 머스크와 한국 재벌 총수들의 경영 방식은 같은 '기업집단'이라는 틀 안에서도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자신의 사업체들을 하나로 묶는 초대형 합병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국 재벌 지배구조의 근본적 한계가 다시 도마에 오를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사진=NDTV)

■ 0.56% vs 13%…지분율로 보는 지배력 차이

2026년 2월 현재 머스크의 순자산은 포브스 기준 7,750억 달러(약 1,040조원)로, 삼성그룹 전체 계열사 자산총액(408조원)의 2.5배를 넘어선다. 한국 4대 그룹(삼성·SK·현대차·LG) 총자산 합계가 약 900조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한 개인이 한국 주요 재벌 전체를 압도하는 경제력을 보유한 셈이다.

더 놀라운 건 지배구조의 차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0.56%에 불과하다. 대신 그는 삼성물산 20.76% 지분을 통해 계열사 간 복잡한 출자 연결망으로 경영권을 유지한다. 삼성물산은 삼성생명 지분 19.3%와 삼성전자 지분 5.05%를 보유하는 구조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현대차 지분율이 3.53%에 그치며,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SK㈜ 지분율은 17.73%, LG 구광모 회장의 ㈜LG 지분율은 15.95%로 집계된다.

반면 머스크는 테슬라 지분 13~15%, 스페이스X 지분 42%를 직접 보유한다. 중간 지주회사나 순환출자 없이, 본인이 최대주주로서 직접 경영하는 방식이다.

■ 계열사 198개 vs 6개 기업…복잡성의 함정
한국 재벌의 또 다른 특징은 방대한 계열사 숫자다. 2025년 공정거래위원회 공시 기준 SK그룹은 198개, 한화그룹 119개, 현대차그룹 74개, 삼성그룹과 LG그룹이 각각 63개의 계열사를 거느린다.

공정위 집계에 따르면 이들 계열사 간에는 연간 281조원 규모의 내부거래가 발생한다. 총수가 있는 상위 10대 집단(삼성·SK·현대차·LG·롯데·한화·HD현대·GS·신세계·한진)의 내부거래 금액은 193조원으로 전체의 68.7%에 달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업무보고에서 "대기업집단 총수일가의 승계·지배력 확대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감 몰아주기, 우회적 자금지원 행위를 엄정 제재하겠다"며 "반복 위반 시에는 과징금을 최대 100%까지 가중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머스크가 소유·경영하는 기업은 테슬라, 스페이스X, xAI, X(구 트위터), 뉴럴링크, 보링컴퍼니 등 6개에 불과하다. 각 회사는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최근까지 상호 내부거래가 거의 없었다.

■ 국내 전기차 시장 격변…"모델Y가 소나타 추월"
머스크 제국의 확장은 한국 주력 산업에 직접적 위협이 되고 있다. 가장 심각한 분야는 전기차다.

2025년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그룹 점유율은 52%로, 전년 대비 6%포인트 급락했다. 74%에 달하는 전체 자동차 시장 점유율과 비교하면 참담한 수준이다.

한국수입차협회(KAIDA) 집계에 따르면 테슬라 모델Y는 2025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5만405대가 판매됐다. 이는 현대차 대표 중형 세단 쏘나타의 연간 판매량(약 5만4,000대)에 육박하는 수치다. 전기차 한 모델이 30년 역사의 국민차 판매량을 따라잡은 것이다.

테슬라는 2025년 전체적으로 5만9,916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101.4% 급증했다. 기아(6만609대·27.5%)에 이어 2위를 차지했으며, 현대차(5만5,461대·25.2%)를 앞질렀다.

테슬라의 '모델Y'. (사진=테슬라 홈페이지 캡처)

■ 우주산업 격차는 더 심각…"발사 비용 8배 차이"

우주산업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스페이스X는 로켓 재사용 기술로 발사 비용을 1kg당 2,000~3,000달러까지 낮췄다. 반면 한국의 누리호는 1kg당 2만4,000달러로, 8배나 비싸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국판 스페이스X'를 두고 경쟁 중이지만, 기술 격차는 최소 10년으로 추정된다. 미국 스페이스X가 위성 제조부터 발사체, 통신 서비스까지 수직계열화를 완성한 반면, 한국은 위성(KAI), 엔진(한화), 발사체 시스템(HD현대)이 각각 분리돼 협업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정치권력과의 결합…합법 vs 불법의 경계

머스크와 한국 재벌의 또 다른 차이는 정치적 영향력 행사 방식이다.

CNN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머스크는 2024년 미국 대선에서 약 2억9,100만 달러(약 3,900억원)를 공화당 후보와 정치단체에 기부했다. 미국 역사상 개인이 단일 선거에 투입한 금액 중 최대 규모다.

반면 한국에서는 재벌의 정치자금 제공이 엄격히 제한된다. 이재용 회장은 2017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구속됐으며, 2020년 5월 "4세 경영을 승계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 공정위 "금융·민생 분야 부당지원 집중 감시"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금융 계열사와 민생 밀접 분야(식품·의료)의 부당 내부거래를 집중 감시할 계획이다.

주병기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막론하고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한 지배력 확대 행위에 대해 제재의 강도는 그런 행위에서 얻는 이익을 능가하도록 충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공정위는 2025년에만 대기업집단의 일감몰아주기와 부당지원 행위로 수백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 20세기 록펠러 vs 21세기 머스크
경제사적으로 머스크 현상은 20세기 초 미국 '도금 시대(Gilded Age)'와 비교된다. 당시 존 D. 록펠러의 재산은 미국 GDP의 1.5%에 달했는데, 이는 현재 머스크의 재산 비중과 비슷하다.

‘스탠다드 오일’ 창업자 존 D 록펠러. (사진=TrueUP)

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은 1911년 연방대법원 판결로 34개 회사로 강제 분할됐다. 1980년대 GE는 잭 웰치 회장 체제 하에서 시가총액이 20년간 140억 달러에서 4,000억 달러로 급증했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무너지며 2019년 3개 회사로 쪼개졌다.

머스크가 구상하는 '1인 제국'이 성공할지, 아니면 과거 GE처럼 무너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의 실험이 전 세계 기업 지배구조 논의에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있으며, 한국 재벌 개혁 논의에도 불을 지폈다는 점이다.

김광우 기자

kimnoba@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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