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생산된 모든 신규 네트워크 라우터(공유기)를 ‘보안 위험 요소’로 규정하고 사실상 수입 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번 조치는 미국 기업의 제품이라 할지라도 해외에서 제조될 경우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 장비 목록인 ‘커버드 리스트(Covered List)’에 강제 등재하는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결정은 “국가 방위와 경제에 필수적인 핵심 부품 및 완제품에 대해 외부 세력 의존도를 제로(0)화 하겠다”는 백악관의 2025년 국가 안보 전략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해외 공장을 둔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신제품을 출시하려면 국방부나 국토안보부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받아야 하며, 이 과정에서 제조 시설의 일부를 미국 본토로 이전하겠다는 구체적인 이행 계획을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업계는 즉각 혼란에 빠졌다. 티피링크(TP-Link) 등 중국 업체는 물론, 넷기어(NetGear)와 구글 네스트(Google Nest), 에어로(Eero) 등 본사를 미국에 두고 아시아 지역에서 제품을 생산해온 자국 기업들까지 직격탄을 맞게 됐다. 특히 미국과 우호적 관계인 대만 등지에서 생산되는 물량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공급망 재편이 마무리될 때까지 시중에서 신형 공유기 모델을 찾아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기존에 판매된 제품이나 이미 승인된 모델은 계속 사용할 수 있으며, 보안 업데이트는 최소 2027년 3월까지 보장된다. 하지만 글로벌 제조사들의 생산 기지 이전 비용과 법적 대응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소비자 가격 상승 및 네트워크 장비 시장의 극심한 품귀 현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