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도 하기 전에 지갑이 열린다"… 커머스 마케팅, 이제 AI가 먼저 판다

검색보다 추천이 돈이 되는 시대, 17조 광고시장과 272조 온라인쇼핑이 동시에 움직였다

네이버·무신사·에이블리 사례로 본 AI 추천과 쇼핑 어시스턴트의 매출 효과

한국 디지털 마케팅 산업을 지금 읽으려면 먼저 시장의 팽창보다 구조의 변화를 봐야 한다. 시장이 빠르게 커지던 시기에는 더 많은 노출과 더 큰 유입이 곧 성장의 언어였다. 그러나 시장 규모가 충분히 커진 뒤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제 기업이 묻는 것은 얼마나 많이 보여주느냐가 아니라, 누구에게 어떤 순간에 얼마나 정밀하게 닿느냐다. 바로 이 지점에서 AI는 미래 기술이 아니라 현재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운영 도구가 된다.

국내 광고시장의 흐름은 그 변화를 수치로 보여준다. 2025년 국내 총광고비는 약 17조2000억원 규모였고, 온라인 광고 비중은 약 60%까지 올라왔다.
사람보다 먼저 고객의 취향을 읽는 존재가 이제는 매장 직원도, 광고 기획자도 아니다. 알고리즘이다. (사진=젠스파크)

■ 광고비는 이미 디지털로 기울었다

국내 광고시장의 흐름은 그 변화를 수치로 보여준다. 2025년 국내 총광고비는 약 17조2000억원 규모였고, 온라인 광고 비중은 약 60%까지 올라왔다. 반면 방송광고는 전년보다 약 13% 감소했다. 광고비가 이동한 방향은 명확하다. 효과를 추적할 수 있고, 반응에 맞춰 즉시 조정할 수 있으며, 구매 가능성이 높은 대상을 세밀하게 겨냥할 수 있는 영역으로 자본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2026년 핵심 키워드로 AI 마케팅과 발견형 커머스가 동시에 거론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광고의 무게중심이 매체 확장에서 추천 정밀도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 온라인쇼핑의 성장 둔화가 던진 과제

커머스 시장 역시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2025년 국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72조398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증가율은 4.9%로 낮아졌다. 모바일쇼핑 거래액은 211조1448억원으로 전체의 77.6%를 차지했다. 이 수치는 온라인 유통이 이미 생활의 기본 인프라가 됐음을 말하는 동시에, 과거처럼 자연 증가만으로 높은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시장이 됐음을 보여준다. 결국 남는 과제는 하나다. 이미 포화에 가까운 시장에서 어떤 기업이 더 높은 전환율과 더 많은 재구매를 확보하느냐는 문제다. 그래서 커머스 기업들은 AI를 단순 자동화가 아니라, 고객 의도 해석과 구매 경로 단축의 수단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 AI 도입은 선택이 아니라 구조적 대응

AI가 한국 커머스 마케팅에서 빠르게 확산되는 이유는 기술 유행 때문이 아니다. 성장률이 낮아질수록 기업은 같은 비용으로 더 높은 효율을 만들어야 하고, 소비자의 탐색 시간은 줄여야 하며, 선택의 피로는 덜어줘야 한다. 검색어를 입력해 결과를 일일이 비교하던 방식만으로는 지금의 구매 흐름을 설명하기 어렵다. 소비자는 콘텐츠를 소비하다가 상품을 발견하고, 추천을 따라 이동하며, 비교와 판단을 대신해 주는 인터페이스에 익숙해지고 있다. 국내 콘텐츠 기업의 생성형 AI 활용률이 2025년 상반기 20.0%로 집계됐고, 광고산업의 향후 활용 의향이 51.8%로 나타난 것은 이런 변화가 시범 단계를 넘어 실무 도입 단계에 들어섰다는 방증이다.

사례는 이미 매출의 언어로 바뀌었다

국내 주요 플랫폼의 성과를 한데 묶어 보면 흐름은 더욱 분명해진다.

네이버는 2025년 커머스 매출 3조688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6.2% 성장했고, 스마트스토어 거래액도 10% 늘렸다. 특히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의 AI 추천 영역 거래액은 2025년 4분기에 전 분기 대비 54.6% 증가했으며, N배송 거래액은 전년 대비 77% 늘었다. 여기에 2026년 2월 쇼핑 AI 에이전트 베타를 도입해 상품 요약, 비교, 리뷰 분석까지 대화형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무신사는 2025년 3월 도입한 AI 상품 광고에 3500여개 브랜드가 참여했고, 이 가운데 95% 이상이 월 거래액 1억원 이하 소상공인 브랜드였는데, 이들이 3개월간 해당 광고를 활용한 결과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6.5배 증가했고 광고수익률은 평균 500%를 기록했다.

또한 에이블리는 생성형 AI 기반 ‘AI 스타일’ 서비스에서 최근 2개월 기준 이용 고객 수가 초기 대비 30배 이상 늘었고, 관련 매출은 418% 증가했다. 또 2025년 축적 이용자 행동 데이터가 1500억건을 넘었으며, 이를 기반으로 남성 패션 플랫폼 4910의 거래액은 4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0.4배 늘었고, 상위 15개 인디 뷰티 브랜드 거래액도 최근 3개월 기준 80% 증가했다.

한편 오프라인 유통에서도 변화는 시작됐다. 현대백화점의 AI 쇼핑 어시스턴트 ‘헤이디’는 외국인 대상 선공개 3개월 동안 월평균 9000건 이용됐고, 전체 외국인 구매 고객의 약 2.5%가 사용했다. 이 사례들을 함께 놓고 보면 AI는 더 이상 추천 기능 하나를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검색을 대신하고, 비교를 줄이며, 입점 브랜드를 고객과 연결하고, 쇼핑의 동선을 다시 설계하는 매출 장치에 가깝다.

오프라인 유통에서도 AI 쇼핑 어시스턴트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사진=현대박화점)

■ 소비자는 이미 추천 중심으로 이동 중이다

이 변화는 기업의 전략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소비자 행동 자체가 바뀌고 있다. AI를 활용하는 소비자 가운데 69%는 구매 전에 여러 사이트를 비교했고, 63%는 새로운 브랜드를 시도했으며, 50%는 새로운 소매업체의 상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AI가 기존 강자만 더 강하게 만드는 도구에 머물지 않고, 덜 알려진 브랜드에도 새로운 발견의 통로를 열어준다는 뜻이다. 과거의 디지털 마케팅이 검색 상단 점유 경쟁이었다면, 이제는 추천 문맥 안에서 선택될 가능성을 높이는 경쟁으로 넘어가고 있다.

■ 앞으로의 승부는 데이터와 경험의 결합이다

다만 AI를 붙였다는 사실만으로 성과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앞으로의 경쟁은 누가 더 빨리 도입했느냐보다, 누가 더 정교한 데이터 구조와 더 안정적인 고객 경험을 갖췄느냐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추천의 정밀도는 상품 정보의 품질에 좌우되고, 전환율은 물류와 결제, 멤버십과 리뷰 신뢰도에 영향을 받는다. 다시 말해 AI는 혼자 작동하지 않는다. 그것이 제대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데이터 축적, 배송 경쟁력, 반복 구매를 유도하는 서비스 설계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 한국 커머스 업계에서 실제로 성과를 낸 사례들이 모두 플랫폼 기반, 데이터 기반, 운영 기반을 동시에 가진 기업이라는 사실은 이 점을 잘 보여준다.

■ 마케팅의 중심축이 바뀌고 있다

결국 지금 한국 디지털 마케팅 산업에서 달라지는 것은 기술의 이름이 아니라 판매의 방식이다. 예전에는 브랜드가 소비자의 클릭을 얻기 위해 경쟁했다면, 이제는 플랫폼과 알고리즘이 소비자의 선택 과정을 앞당기고 있다. 검색어를 선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추천의 흐름 안에 들어가야 하고, 비교 과정에서 탈락하지 않아야 하며, 망설임을 줄일 수 있는 정보와 경험을 함께 제공해야 한다. 공개된 숫자들이 말하는 것은 단순하다. 한국 커머스 시장에서 AI는 더 이상 부가 기능이 아니라, 마케팅과 유통의 경계를 허물며 구매의 경로를 다시 쓰는 핵심 인프라가 되고 있다.

김광우 기자

kimnoba@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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