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가 뭐예요?"…한국인에게 물었더니, 이용자마다 답이 달랐다

"요즘 포털사이트나 인터넷신문, 지면이나 방송으로 뉴스를 보는 사람이 주변에 없다." 최근 한 자리에서 만난 국내 대기업 상무가 꺼낸 말이다. 유튜브에서 정치 해설 영상을 본 것은 뉴스인가. 인스타그램에서 맞닥뜨린 연예 제보 게시물은? 틱톡에서 스쳐 지나간 30초짜리 시사 클립은?

까페에서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고 있는 모습
(AI 생성 이미지)

스마트폰이 일상의 중심이 된 시대, '뉴스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답이 사람마다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는 국내 학술 연구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지난해 10월 발간한 지정 연구보고서 '무엇이 '뉴스'인가―이용자들의 뉴스 개념 인식'을 통해, 다중 미디어 환경에서 일반 이용자들이 어떤 기준으로 뉴스를 인식하는지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고려대학교 박재영 교수·세명대학교 안수찬 교수 팀이 2025년 4월부터 8월까지 일반인 25명을 대상으로 '다이어리 방법'을 적용해 진행한 이 연구는, 기존 설문 중심의 수용자 연구와 달리 하루 동안의 미디어 이용 행위를 실시간으로 기록해 분석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연구진이 포착한 가장 두드러진 발견 중 하나는 뉴스·시사 콘텐츠가 정보·지식 콘텐츠나 재미·휴식 콘텐츠에 비해 훨씬 수동적·단속적으로 소비된다는 점이다. 이용자들은 정보나 오락 콘텐츠를 능동적으로 검색하고 비교적 긴 시간 시청하는 반면, 뉴스·시사는 알고리즘이 추천해주는 대로 짧게 훑어보는 경향이 뚜렷했다. 연구보고서는 이를 두고 "뉴스는 여러 콘텐츠 가운데 가장 손쉽게, 함부로, 대충 이용하는 장르"라고 표현했다.

이용 기기 측면에서는 스마트폰이 '사회적 축 매체'로 압도적인 위상을 차지했으며, 플랫폼 측면에서는 유튜브를 '개인적 축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기상 직후와 취침 직전을 포함해 하루의 '짬'과 '쉼' 사이사이마다 스마트폰을 통해 미디어를 이용하는 '점선형 미디어 이용' 패턴도 명확하게 관찰됐다.

연구진은 조사참여자 25명을 뉴스 이용의 능동성·지속성을 기준으로 분류한 결과, '이슈 이용자', '재미 이용자', '지식 이용자'의 세 집단을 도출했다. 이슈 이용자는 정치 뉴스를 중심으로 뉴스를 적극 소비하며 '사회성'(사회적으로 중요한 정보)을 뉴스의 핵심 요건으로 꼽았다. 재미 이용자는 오락 콘텐츠를 주로 이용하지만 뉴스에서는 '신뢰성'도 함께 요구했으며, 지식 이용자는 뉴스·정보·오락을 고루 소비하면서 '정보성'과 '일상성'을 강조했다.

이용자들이 공통적으로 인식하는 뉴스성의 범주로는 정보성, 사회성, 사실성, 정확성, 신뢰성, 맥락성, 일상성, 그리고 흥미성의 8가지가 도출됐다. 연구진은 뉴스란 단순히 '뉴스냐 아니냐'를 가르는 이분법적 개념이 아니라, 이들 속성이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연속적 스펙트럼'임을 강조했다.

이 같은 현상은 비단 한국에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 퓨리서치 센터가 2025년 5월 발표한 보고서 '무엇이 뉴스인가'는 미국 성인 9,48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과 57명을 대상으로 한 질적 조사를 병행해, 뉴스의 개념이 점점 더 주관화·개인화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공통적으로 뉴스의 요건으로 꼽은 속성은 사실성, 최신성, 사회적 중요성이었으나, 개인의 관심사나 정보 출처에 대한 신뢰도에 따라 '무엇을 뉴스로 보는가'의 기준이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 인플루언서에게서 정보를 얻는다고 응답한 30세 미만 성인 비율도 39%에 달했다.

영국 옥스퍼드대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가 2025년 6월 발간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Digital News Report) 2025년판'도 유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6개 대륙 48개국을 대상으로 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소셜미디어·동영상 플랫폼을 통한 뉴스 소비 비중이 가파르게 늘어 소셜 동영상 이용률이 2020년 52%에서 2025년 65%로 상승했으며, 동영상 전체 이용률도 같은 기간 67%에서 75%로 높아졌다. 반면 TV·종이신문·뉴스 웹사이트 등 전통 언론과의 접점은 계속 줄어드는 양상이다.

뉴스 신뢰도는 전체 응답자의 40%가 '대체로 신뢰한다'고 답해 3년 연속 같은 수준에 머물렀으며, 온라인에서 진위 판별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응답자도 58%에 달했다. 인플루언서·팟캐스터 등 비제도권 미디어가 전통 저널리즘의 영역을 잠식하는 현상도 이번 보고서의 핵심 우려 사안으로 꼽혔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드러낸 이용자의 다양한 뉴스 인식을 반영해, 언론이 획일적 뉴스 형식에서 벗어나 유연하게 내용과 형식을 조합하는 '유동 저널리즘' 전략을 채택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슈 이용자를 위한 심층 사회 이슈 보도, 재미 이용자를 위한 신뢰할 수 있는 흥미성 콘텐츠, 지식 이용자를 위한 맥락과 일상 정보를 결합한 보도가 각각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이용자가 뉴스와 유사 뉴스를 구별하는 능력을 키우고, 미디어 거버넌스 차원에서 콘텐츠 품질 기준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정책 방향도 제시됐다. 연구진은 "뉴스의 경계가 허물어진 오늘, 이용자 관점에서 뉴스의 새로운 속성을 귀납적으로 발견하는 작업이 저널리즘 위기를 돌파하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조상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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