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인공지능(AI) 업계의 고질적인 약점인 개인정보 침해 문제를 정조준하며 차세대 ‘시리(Siri)’에 대화 자동 삭제 기능을 탑재한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애플은 오는 6월 8일 열리는 세계개발자컨퍼런스(WWDC 2026)에서 메시지 기록처럼 시리와의 대화 내역을 일정 기간 후 자동으로 파기하는 옵션을 전격 공개할 예정이다. 사용자는 설정 창을 통해 대화 보관 주기를 30일, 1년, 영구 보관 중 선택할 수 있으며, 이전 대화의 맥락을 이어갈지 혹은 완전히 휘발시킬지도 직접 제어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행보는 사용자 데이터를 무차별적으로 수집해 성능을 키우는 오픈AI나 구글 등 경쟁사들의 거대언어모델(LLM) 학습 방식과 정반대되는 전술이다. 애플은 실제 유저의 사생활 데이터 대신 가상으로 만들어진 ‘합성 데이터(Synthetic Data)’만을 AI 훈련에 활용하는 가이드라인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경쟁사 챗봇들의 대화록이 형사 소송의 증거물로 채택되는 등 보안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 애플은 자사 AI의 발전 속도가 다소 더디더라도 이를 '철저한 프라이버시 사수'라는 독보적인 마케팅 무기로 승화시키겠다는 전략이다.
경쟁사들이 선택적으로 켰다 끄는 시크릿 모드를 도입한 것과 달리, 애플은 보안 시스템을 운영체제(OS) 깊숙이 내장해 타협 없는 기본 원칙으로 정착시킬 방침이다. 업계는 성능 경쟁이 과열된 AI 시장에서 애플이 던진 이 '프라이버시 승부수'가 글로벌 사용자들의 챗봇 선택 기준을 뒤흔드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