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AI 컴퓨팅 자원 점유율이 전 세계의 5%에 불과한 반면 미국은 80%를 장악하고 있다는 내용의 시나리오 보고서 '유럽 2031(Europe 2031)'이 이번 주 G7 정상회의 기간에 급속히 확산됐다.
MIT 연구원 미히엘 바커와 구글 딥마인드, 옥스퍼드 마틴 AI 거버넌스 이니셔티브 등 유럽 연구자·투자자 연합이 작성한 이 문서는, 유럽이 2025년 AI의 발전 속도·파급력·자체 추격 가능성을 모두 잘못 판단한 세 가지 실수가 쇠락의 씨앗이 됐다고 진단한다. 특히 2025년 초 중국 AI 모델 딥시크 R1의 등장을 "저비용으로도 따라잡을 수 있다는 증거"로 읽은 것이 치명적 오판이었다고 지적하는데, 효율성과 컴퓨팅 자원은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라는 사실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격차의 규모는 수치로 더 선명해진다. 미국 최대 AI 슈퍼컴퓨터의 전력 소비량은 1,250메가와트인 데 반해 유럽 최대 시설은 83메가와트에 머물고, 미국의 주요 AI 연구소 3곳이 각각 유럽 전체를 합친 것보다 많은 컴퓨팅 자원을 운용하고 있다.
보고서가 상정한 가상 시나리오에 따르면 2026~2031년 사이 프론티어 AI 모델 공개로 인한 랜섬웨어 대란, 미국의 국가별 컴퓨팅 접근 등급제 도입, 미국 기업의 유럽 제조업체 인수가 연쇄적으로 터지고, 결국 2031년 워싱턴이 반도체 노광 장비 독점 기업 ASML의 직접 장악을 시도하면서 유럽은 미국 보호령이나 중국 종속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기로에 선다.
저자들은 이 격차가 자기강화적·비가역적으로 굳어지기 전 마지막으로 대응이 가능한 시간으로 2026년 여름을 지목하고 있다. EU가 2025년 파리 AI 액션 서밋에서 AI 개발에 2,000억 유로를 투입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 중 AI 기가팩토리에 배정된 200억 유로를 포함해 전체 규모가 미국의 AI 인프라 구축 속도에 비하면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