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나스닥 상장 초읽기, 저평가 탈출 승부수...국내 시총 1위 달성

SK하이닉스의 미국 나스닥 증시 상장이 마지막 관문 앞에 섰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번 주 안에 SK하이닉스의 미국예탁증서(ADR, 외국 기업 주식을 미국 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도록 만든 증권) 상장 신청을 승인할 전망이다. 승인이 이뤄지면 SK하이닉스는 7월에서 8월 사이 나스닥에 데뷔한다.

SK하이닉스의 미국 상장 추진은 지난해 12월 처음 알려졌다. 당초에는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를 활용해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그런데 올해 1월 임직원 보상용 일부만 남긴 채 12조 2,400억원어치 자사주 대부분을 소각하면서 활용할 자사주가 사라졌다. 이후 신주를 새로 발행해 상장하는 쪽으로 방향이 정해졌고, 상장 시장도 나스닥으로 좁혀졌다.

상장 추진에 본격적으로 속도가 붙은 건 3월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행사 'GTC 2026'에 참석해 전 세계 메모리 공급 부족이 2030년까지 이어질 것이라 내다보면서, 미국 상장으로 "더 글로벌한 회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같은 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SEC에 상장 등록신청서(Form F-1)를 비공개로 제출했다고 공식 확인했는데, 제출일은 3월 24일로 전해졌다. 다음 달에는 주관사단에 6~7월을 목표 시점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고, 이달에는 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투자설명회까지 마무리하며 수요 점검을 끝냈다.

SK하이닉스가 ADR을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낮은 몸값이다. 4월만 해도 SK하이닉스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3~4배로 마이크론(8배)·샌디스크(19배)에 못 미쳤다. 이후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6월 들어 노무라증권은 12개월 선행 PER을 6배 안팎으로, JP모간은 6.9배로 각각 추정했는데, 그래도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의 선행 PER(약 27배)과는 여전히 큰 차이가 난다.

미국 자본시장에 직접 들어가 해외 기관투자자의 접근성을 넓히면 이 격차가 줄어든다는 게 회사 판단이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에만 2050년까지 600조원을 투입해야 하는 만큼 해외에서 대규모 자금을 끌어올 통로도 필요했다.

이달 들어 발행 조건도 구체화됐다. 기존 발행 주식의 약 2.5%에 해당하는 신주를 찍어 약 21조 4,200억원(약 140억 달러)을 조달하는 안이 거론된다. 신주의 시가 기준 가치는 최대 40조 6,700억원(약 266억 달러)으로 추산된다. 동시에 발행 주식의 약 2%에 해당하는 자사주도 사들여, 신주 발행으로 인한 지분 희석 우려를 상쇄할 방침이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 거론된 '4분기 100조원 규모 주주환원' 계획에 대해서는 SK하이닉스가 아직 확정된 사안이 아니라며 부인했다.

탄탄한 실적도 상장 추진에 힘을 보탰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은 37조 6,100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72%에 달했다. 회사는 글로벌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57%의 점유율(작년 4분기 기준)을 차지하고 있고, 지난달에는 시가총액이 한때 1조 달러를 넘어서며 대만 TSMC, 삼성전자에 이어 아시아 기업 중 세 번째로 '1조 달러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22일에는 격차가 수치로 드러났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종가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 2080조 3,782억원을 기록하며 삼성전자(2066조 6,594억원)를 13조 7,188억원 차이로 제치고, 보통주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 1위에 처음 올랐다. 2000년 11월 이후 25년 7개월간 시총 1위를 지켜온 삼성전자가 처음 왕좌를 내준 것이다. 다만 삼성전자의 우선주 시총(약 180조원)까지 더하면 여전히 삼성전자가 앞서고, 증권가에서는 이번 역전이 코스피 강세장의 단기 과열 신호일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넘어야 할 산도 있다. 대규모 신주 발행에 따른 지분 희석과 모회사 SK스퀘어의 지배력 약화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상장이 흥행하면 글로벌 반도체 기업 수준의 재평가를 받지만, 수요예측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역풍이 불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재엽 기자

anihil@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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