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쟁터에 인간이 사라지고 있다.
2026년 3월 24일, 러시아가 밤낮으로 드론 956대와 순항미사일 23기를 동원해 우크라이나 전역을 폭격했다. 4년 전 전면 침공 이래 최대 규모였다. 같은 시기 우크라이나는 2025년 450만 대 규모의 FPV 드론 구매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있었다. 전투기 한 대가 수백억 원인 시대에, 2만 달러짜리 드론이 포탄처럼 소모되고 있다. 숫자의 차원이 달라졌다. 전쟁은 이미 '얼마나 정밀한가'에서 '얼마나 많이 쏟아붓는가'로 무게 중심을 옮겼다.
CES 2026 전시장에서 공개된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의 공중 회전차기 영상은, 기술 과시를 넘어 하나의 경고였다. 산업용으로 설계된 로봇이 소프트웨어 전환만으로 언제든 살상 무기로 돌변할 수 있음을 직관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현대차그룹이 같은 행사에서 선보인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 역시 2028년 공장 투입을 전제로 했지만, 본질은 듀얼 유즈(dual-use) 플랫폼이다. 공장에서 검증된 자율주행과 센서 기술은 군수 보급과 정찰 임무로 즉각 전환 가능하다. 산업과 군사의 경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 드론 전쟁이 바꾼 전장의 법칙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드론이 전장의 중심에 선 첫 장기 고강도 분쟁으로 기록된다. 뉴욕타임스는 이란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의 공통점으로 '비대칭 전술과 첨단 기술의 결합'을 지목했다. 압도적 군사력을 보유한 러시아와 미국조차 기대만큼 빠른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드론은 이미 정찰 수단을 넘어 공격과 방어의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러시아는 이란산 샤헤드 자폭 드론을 대량 투입했고, 우크라이나는 흑해 함대를 무력화시키는 데 해상 드론을 활용했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도 이스라엘군에 드론을 동원하고 있다.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 군사시설 방어를 위해 우크라이나 개발 AI 기반 드론 탐지 시스템을 도입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마이클 코프먼 연구원은 "대량 정밀타격 시대가 열렸다"고 진단했다. 값싸고 제작이 쉬운 드론 기술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우크라이나에서 진화된 다층 방어체계가 곧 표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 인간 대 인간에서 생산력 대 생산력으로
한국 육군은 2018년 드론봇 전투단을 창설했고, 2025년 말에는 중대급 드론유닛을 정식 편성했다. 현재 보병대대 편성(3개 보병 중대 + 화기 중대)을 2040년까지 3개 보병 중대와 드론봇 중대, 전투 지원대 체제로 개편할 계획이다. 정찰드론 중대, 공격드론 중대, 로봇 중대로 구성된 드론봇 중대는 북한의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나 장사정포를 타격하고, 폭발물과 지뢰를 제거하는 임무를 맡는다.

한국 국방부는 2025년 12월 '2026년 업무계획'을 통해 '50만 드론 전사' 양성과 '50만 대 개발'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이는 우크라이나의 450만 대, 러시아의 하루 1,000대 수준과 비교해도 의미 있는 규모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최소 공중 요격드론 18만~27만 대, 국가 총비축 목표 80만~120만 대를 확보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전쟁은 더 이상 병력의 숫자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자율 드론 시대는 전쟁을 '인력 대 인력'의 소모전에서 '생산력 대 생산력'의 산업 경쟁으로 전환시킨다. 이는 인구가 적고 산업 기반이 강한 국가에 유리한 구조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드론과 AI의 대량 투입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전선은 여전히 고착 상태에 머물러 있다. 기술이 전쟁의 속도와 위험도를 끌어올렸지만, 전차와 보병, 포병을 대체하지는 못했다. 전장의 투명성이 높아지자 오히려 대규모 기동은 더 위험해졌고, 양측은 신중한 공세와 방어에 집중하면서 전선이 교착됐다.
■ AI 전쟁의 윤리적 딜레마
미군이 이란 공습 첫 24시간 동안 1,000여 개 표적을 타격하기 위해 AI 기반 군사정보 플랫폼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을 활용했다. 팔란티어가 개발한 이 시스템에는 앤트로픽의 대형언어모델 '클로드'가 내장돼 있었다. 클로드는 위성·감시·첩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타격 목표 제안, 정밀 좌표 산출, 목표물 우선순위 결정 등을 수행했다. 인간 개입 없이 AI가 전쟁 의사결정을 내리는 시대가 열렸다. 공격 결정부터 실행까지 걸리는 시간은 몇 분 단위로 압축됐다.

문제는 책임 소재다. 자율무기체계는 표적을 스스로 선정하고 타격하지만, 누가 그 결과에 책임을 질 것인가는 여전히 공백으로 남아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자율무기의 '블랙박스 문제'와 '다수 참여 문제'를 지적했다. 복잡한 시스템이 어떤 기준으로 결과를 산출하는지 설명하기 어렵고, 설계·개발·사용 단계에서 다양한 행위자가 개입하면서 책임 주체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제인도법은 구별, 비례성, 예방의 원칙을 준수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자율무기가 역동적인 전투 환경에서 이 원칙을 지킬 수 있을지, 활성화 시점의 법적 평가가 전투 중에도 유효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인간이 어디까지 기계에 의존할 수 있는지, 본질적으로 인간의 판단을 요구하는 윤리적 결정을 기계에 맡길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은 명확하지 않다.
■ 규제와 현실 사이의 격차
국제사회는 2016년 유엔 특정재래식무기금지협약(CCW) 산하에 '치명적 자율무기체계(LAWS) 관련 정부 전문가 그룹'을 설립했다. 유엔 총회 제1위원회, '인공지능의 책임 있는 군사적 이용에 관한 고위급회의(REAIM)' 등에서도 논의가 진행 중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026년 7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AI 거버넌스 행사에서 "치명적 자율무기는 도덕적으로 혐오스러운 것"이라며 "기계가 인간의 통제나 판단 없이 표적을 선정하고 공격해 생명을 앗아가는 것은 윤리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하며 국제법 금지를 촉구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게 흘러간다. 미국은 인간의 판단과 제도적 안전장치를 결합하는 접근을 취하지만, 중국은 휴머노이드 로봇에 무술 시연을 시키고 로봇견에 화기를 장착해 공개 훈련에 투입하며 군사용 로봇 표준화를 노리고 있다. 한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SNS를 통해 "AI는 군사·안보 영역에서 인간의 통제와 국제 규범, 윤리 기준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지만, 국회에서 추진 중인 '국방 인공지능법' 제정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주변국과의 공조 없이는 독자적인 규범이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 통제권을 둘러싼 국가 간 치킨게임
국방기술 전문가는 "피지컬 AI는 더 이상 단순한 기계적 움직임의 집합이 아니라, 전장의 지형과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지능형 실체로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가 간 로봇 경쟁은 성능 비교를 넘어, 로봇을 얼마나 대량으로 배치하고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는 공급망과 데이터 체계의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다.
현대차의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는 단순한 기업 인수를 넘어, 국가 미래 안보와 직결된 결정적 한 수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래전략 분석가는 "현대차가 확보한 피지컬 AI 역량은 유사시 국가 방위의 핵심 자산으로 전환될 수 있는 전략적 예비 전력"이라며 "하드웨어 주도권을 데이터와 인공지능 주도권으로 연결하는 로봇 안보 전략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세계 최상위권의 산업용 로봇 밀도를 보유하고 있다. 무인 감시 차량 등 하드웨어 기술은 충분히 축적됐다. 그러나 관건은 실제 전장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게 국방 체계에 흡수하느냐다. 피지컬 로봇은 전장 보급의 마지막 1km를 자동화하고, 지하 시설과 도심 잔해 등 고위험 지형에 선행 투입되며, 인간의 결정을 보조하는 원격 플랫폼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살상 무장 자체보다 시설과 환경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조작 기술에 집중 투자하고, 인간 통제와 안전성 검증에 대한 국제 규범을 선제적으로 제시해 동맹국 간 표준을 주도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한국이 육·해·공 통합형 다층 AI 요격드론 체계를 구축하고, 6개월 단위의 성능 개량과 신속 시범 획득 제도를 도입하며, AI 무인체계 인력 양성 전문센터를 설립해야 하는 이유다.
전쟁의 주인이 인간에서 알고리즘으로 넘어가는 시대, 기술의 속도는 윤리와 규범을 압도하고 있다. 누가 먼저 통제권을 놓느냐가 아니라, 누가 끝까지 통제권을 쥐고 있느냐가 승패를 가를 것이다. 그 답은 아직 아무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