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석 달 만에 8만달러 돌파…이번 주가 분수령

비트코인이 석 달여 만에 8만달러선을 다시 넘어섰다.

미국 국채 바이백 확대에 백악관의 친(親)가상자산 행보까지 겹치며 일주일 새 20% 넘게 급등했다. 다만 이번 주 예정된 미국 경제지표와 연준 의장의 잭슨홀 연설이 다음 방향을 가를 변수로 꼽힌다.

25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오후 4시37분 기준 8만611달러에 거래됐다. 8만달러를 넘어선 건 지난 5월 13일 이후 처음이다. 비트코인은 6만4000달러 박스권에 머물다 19일 이후 단기간에 급등했다. 8월 23일까지 일주일간 상승률은 23%에 달했다. 약 3년 만에 가장 강한 주간 상승세다.

랠리는 비트코인에 그치지 않는다. 이더리움과 솔라나, 리플, 도지코인 등 주요 알트코인도 함께 상승했다. 솔라나는 최근 7일간 26% 넘게, 도지코인은 32% 넘게 올랐다. 비트코인 중심으로 유입된 자금이 이더리움과 리플을 거쳐 알트코인 전반으로 확산되는 흐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최근 며칠은 비트코인보다 알트코인 쪽 매수세가 더 강하다. 8월 23일 하루 동안 비트코인이 0.2% 오르는 데 그친 반면 이더리움은 1.2%, 솔라나는 2.4% 상승했다. 다만 리플은 8월 24일 장중 급등했다가 상승폭 상당 부분을 반납하는 등, 알트코인 안에서도 온도 차가 나타나고 있다.

24일에는 8만달러 돌파를 두 차례 시도했지만 모두 매도 물량에 막혔다. 7만8000달러대까지 밀렸다가 7만9000달러선을 다시 회복했다. 등락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2025년 10월 기록한 사상 최고가 약 12만6000달러에는 아직 크게 못 미친다.

상승 배경 1순위는 미 재무부의 국채 바이백 확대다. 재무부는 10~30년 만기 국채 유동성 지원용 바이백 규모를 회당 20억달러에서 최소 40억달러로 두 배 늘렸다. 미 30년물 국채금리가 19년여 만에 최고치인 5.337%까지 치솟은 가운데 나온 조치다. 월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가상자산 육성 정책과 재무부의 국채 전략이 맞물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늘어날수록 국채 수요도 커지는 구조다.

비슷한 시기 겹친 정치적 재료도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18일 새 가상자산 가이드라인(규정제정예고안)을 발표했다. 바로 다음 날인 19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코인베이스, 리플, 제미니, 로빈후드 등 주요 가상자산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폴 앳킨스 SEC 위원장, 마이클 셀리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 등을 불러 '크립토 서밋'을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미국 정부 차원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상당한 규모"로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규모나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의회를 향해 클래리티법의 "공정한 버전"을 통과시켜 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서밋이 상승세의 최초 방아쇠라기보다는, 이미 국채 바이백 발표로 시작된 상승 흐름 위에 추가로 얹힌 재료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정작 트럼프 대통령이 통과를 촉구한 클래리티법 자체는 진통을 겪고 있다. 미 상원은 이 법을 8월 휴회 전 처리하려 했으나 통과에 필요한 60표를 확보하지 못해 무산됐다. 상원 원내대표가 무제한 토론을 강제 종료하는 절차를 밟으면서 법안 폐기 위기는 넘겼지만, 본회의 표결은 9월 15일로 다시 잡혔다. 통과가 확정된 건 아니다. 예측시장 폴리마켓이 집계하는 연내 통과 확률은 2월 최고 82%에서 8월 초 31%까지 떨어진 상태다.

기관 자금 유입도 뚜렷하다. 가상자산 정보업체 소소밸류에 따르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는 최근 5거래일간 19억달러 넘는 자금이 순유입됐다. 블룸버그 데이터로도 미국 상장 ETF 13개에 지난주 19억2000만달러가 몰렸다. 지난해 10월 이후 최대 규모다.

투자심리를 나타내는 '가상자산 공포와 탐욕 지수'는 83까지 올라 '극도의 탐욕' 단계에 진입했다. 세계 최대 비트코인 보유 기업 스트래티지는 최근 2주간 추가 매입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가격이 올랐다. ETF 수요만으로 상승 동력이 유지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소셜미디어에서는 랠리 지속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진다. 일부 트레이더는 추가 조정 뒤 저점을 다지고 재상승할 가능성을 제시한다. 반면 온체인 분석가들은 지지선이 무너질 경우 4만달러 선까지 급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관건은 이번 주다. 26일 미국 7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와 2분기 국내총생산(GDP) 수정치가 발표된다. 28일에는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잭슨홀 연설이 예정돼 있다.

워시 의장은 인준 과정에서 여러 크립토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 내역을 공개했다. 연준 윤리규정에 따라 매각을 서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 6월 17일 첫 FOMC 회의에서 매파적 기조를 보이자 비트코인은 6만4000달러대로 밀렸다. 관련 ETF에서는 1억1100만달러가 순유출됐다.

그의 발언 하나하나가 시장에 직접적인 변동성을 줬던 셈이다. 완화적 메시지가 확인되면 랠리가 이어질 수 있다. 매파적 기조가 재확인되거나 규제 불확실성이 다시 부각되면 상승분을 반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재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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