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태평양 지역 Z세대에게 인공지능(AI)이 검색이나 학습을 돕는 도구를 넘어 일상적인 대화 상대로까지 자리 잡고 있다. AI 이용 빈도가 다른 세대보다 높은 데다, 사람에게 털어놓기 어려운 개인적인 문제까지 AI와 논의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AI 활용 범위가 넓어지는 속도에 비해 개인정보 보호와 답변 검증 등 안전한 사용 습관은 상대적으로 충분히 자리 잡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카스퍼스키가 공개한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 조사 결과에서 Z세대 응답자의 50%는 AI를 매일 또는 거의 매일 사용한다고 답했다. 전체 인구통계학적 그룹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이다. 주요 이용 목적은 정보 검색 57%, 공부 54%, 아이디어 도출 50% 순이었다.
이번 조사는 카스퍼스키 시장조사센터가 지난 3월 진행했다. 브라질과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등 18개국에서 총 7200명이 참여했다. 조사에서 Z세대는 1997년부터 2012년 사이 출생한 세대로 정의됐다.
검색·학습 넘어 대화 상대로…32% “AI를 친구처럼 사용”
주목할 부분은 이용 빈도뿐 아니라 AI와 관계를 맺는 방식이다. 아태지역 Z세대의 32%는 AI를 친구처럼 사용한다고 답했다. 인도네시아가 39%로 가장 높았고 베트남 35%, 태국 34%, 말레이시아 33%, 인도 32%가 뒤를 이었다.
AI를 이용하는 대화의 내용도 개인 영역으로 깊어지고 있다. 응답자의 34%는 다른 사람에게 공유하고 싶지 않은 개인적인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AI를 사용한다고 답했다. 국가별로는 베트남이 42%로 가장 높았고 인도 37%, 인도네시아 36% 순이었다.
AI가 특정 작업을 수행하는 도구에서 대화나 정서적 지원을 구하는 대상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AI와 나누는 대화를 사람과의 사적인 대화와 동일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게 카스퍼스키의 지적이다. AI가 부정확하거나 적절하지 않은 답변을 내놓을 수 있고, 친밀감을 느낄수록 사용자가 민감한 정보를 입력할 가능성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블라디슬라프 투시카노프 카스퍼스키 AI 기술 연구 센터 그룹 매니저는 “일부 젊은 사용자들이 AI를 친구처럼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사용자와 기술의 관계가 얼마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며 “개인적인 느낌을 주는 AI와의 상호작용을 사적이거나 완전히 신뢰할 수 있는 대화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AI에는 익숙하지만 보안은 엇갈려…51% “가끔만 주의”
AI 활용에 대한 높은 자신감이 곧 안전한 사용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아태지역 Z세대 응답자의 45%는 AI 서비스를 이용할 때 항상 보호 조치를 취한다고 답했지만, 51%는 가끔씩만 주의를 기울인다고 응답했다.
국가별 차이도 나타났다. 말레이시아에서는 54%가 AI를 사용할 때 가끔만 주의를 기울인다고 답했다. 중국의 60%에 이어 조사 대상 아태지역 국가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인도네시아는 43%로 가장 낮았다.
AI가 교육이나 커뮤니케이션, 개인적인 의사결정까지 파고들면서 잘못된 답변과 개인정보 노출 위험에 대한 주의도 필요해지고 있다. 특히 개인 문서나 비밀번호, 금융정보, 건강 관련 정보, 사적인 메시지 등을 AI 서비스에 입력할 경우 민감한 데이터가 외부 서비스로 전달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카스퍼스키는 AI와 나누는 대화가 개인적인 성격을 띨수록 서비스에 입력하는 정보를 비공개 정보로 간주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AI 플랫폼을 사용할 때 어떤 데이터를 수집하고 어떻게 처리·저장하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답변은 교차 확인하고 민감정보는 입력하지 않아야
안전한 AI 이용을 위해서는 생성된 답변 하나에만 의존하지 않고 중요한 정보를 신뢰할 수 있는 다른 출처와 비교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교육·금융·법률·의료처럼 잘못된 정보가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분야에서는 특히 주의가 요구된다.
비밀번호와 결제정보, 신분증 등 신원 확인 문서나 사적인 서신을 AI 서비스에 입력하지 않는 것도 기본적인 보안 수칙으로 제시됐다. AI 서비스를 사칭한 피싱 사이트나 악성 웹사이트, 가짜 AI 도구와 같은 외부 위협에도 유의해야 한다.
카스퍼스키는 관련 보안 교육 프로그램인 ‘사이버위생(Cyberhygiene)’ 과정과 Z세대를 대상으로 한 사이버 탐정 형식의 온라인 게임 ‘케이스 404(Case 404)’도 운영하고 있다. 케이스 404는 실제 디지털 위협에서 착안한 가상의 사건을 풀면서 사기와 피싱, 금융 사기 등을 식별하는 방식을 익히도록 구성됐다.
애드리안 히아 카스퍼스키 아시아태평양 총괄 사장은 “아태지역 Z세대 3명 중 1명이 이미 AI를 친구처럼 여기고 있다는 것은 AI가 단순한 도구 이상의 존재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AI와의 관계가 더욱 개인적인 영역으로 확대될수록 무엇을 신뢰하고, 무엇을 공유하며, 어디까지 선을 그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 안전하고 책임감 있게 활용하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