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월 3일 오스틴에서 열린 테슬라 사이버캡 공개 행사. 금빛 차체에 핸들도 페달도 없는 2인승 무인택시가 초대된 참석자들 앞에 섰다. 그런데 정작 업계가 난리가 난 건 행사장이 아니었다.
같은 날, 테슬라 홈페이지에 조용히 올라온 한 장짜리 온라인 양식. 거기 쓰인 문구는 간단했다. "사이버캡 차량 구매에 관심 있으신가요? 모빌리티 허브 운영하시나요?" 옵션 몇 개 체크하고 연락처 남기면 끝이었다.
그게 뭐 어떻다고? 업계는 알았다. 테슬라가 수년간 고집해온 '독점 운영' 카드를 내려놓았다는 걸.
■ 혼자 하겠다던 머스크, 결국 문 열었다
일론 머스크가 처음 로보택시 이야기를 꺼낸 건 2016년이다. 당시 그의 비전은 명확했다. 테슬라 차주들이 FSD(완전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장착한 자기 차를 앱에 올려놓으면, 알아서 손님 태우고 돈 벌어온다는 구상. 우버처럼 개인 차량 공유하는 거였다.
2019년엔 한술 더 떴다. "내년엔 로보택시 운행될 겁니다. 규제 승인 안 나는 일부 지역 빼고요." 2020년 발언이다. 그 '내년'은 오지 않았다.
대신 테슬라는 방향을 틀었다. 모델 Y 개조해서 자체 운영하기 시작했고, 아예 전용 차량인 사이버캡 만드는 쪽으로 갔다. 지난 몇 년간 텍사스에서 차근차근 테스트 차량 늘려왔다. 9월 초 기준으로 오스틴, 댈러스, 휴스턴에서 안전요원 없이 굴리는 차량만 200대 가까이 된다. 3주 전만 해도 7분의 1 수준이었다.
그런데 이번 양식 공개는 다른 이야기다. "우리만 안 합니다. 같이 하실 분?" 메시지가 명확하다. 시장 빨리 키우려면 혼자선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 아프리카 핀테크가 웨이모 차 굴린다?
테슬라만 움직이는 게 아니다. 무인택시 업계엔 이미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들어와 있다.
무브(Moove). 원래 나이지리아 라고스에서 시작한 회사다. 우버 기사들한테 차량 금융 제공하는 게 주 사업이었다. 그런데 지난 7월, 이 회사가 2억 5,000만 달러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기업 가치는 21억 달러. 아부다비 국부펀드 무바달라(Mubadala)가 주도하고, 도요타 성장펀드인 우븐 캐피탈(Woven Capital)이 함께 들어갔다.

무브는 지금 피닉스, 마이애미, 라스베이거스에서 웨이모 차량 관리를 맡고 있다. 차는 웨이모 소유지만, 충전소 세우고 정비소 돌리고 차량 배차하는 건 무브가 한다. 런던 진출도 확정됐다.
무브 같은 회사가 또 있다. 아보모, 뉴 호라이즌 같은 스타트업부터 에이비스, 허츠 같은 렌터카 대기업까지. 우버는 이들과 손잡고 로보택시 시장에서 자리 잡으려 한다. 차량 소유와 운영을 분리하는 게 새 비즈니스 모델이 된 셈이다.
테슬라가 외부에 문 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역별로 작은 사업자들이 테슬라 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게 되면, 확산 속도는 빨라진다. 테슬라는 기술 개발에만 집중하고, 실제 운영은 각 지역 파트너들이 알아서 하는 구조.
■ 2월에 첫 차 나왔고, 4월부터 본격 생산
사이버캡은 올해 2월 텍사스 기가팩토리에서 첫 번째 차량이 나왔다. 핸들도 페달도 사이드미러도 없다. 카메라 몇 개와 AI 컴퓨터가 전부다.
본격 양산은 4월 21일부터 시작됐다. 10초에 한 대씩 뽑겠다는 게 목표다. 연간 200만 대 찍겠다는 얘기다. 가격은 3만 달러 미만, 머스크는 실제론 2만 5,000달러 정도 될 거라고 했다.
3월 초 기가팩토리 세 군데서 25대 정도 목격됐고, 7월엔 수백 대가 조립 라인 근처에 있었다. 빠르게 늘고 있다는 건 확실하다.
제조 방식도 파격적이다. '언박스드 공정'이라고 부르는데, 기존처럼 차체 하나 끌고 다니면서 부품 하나씩 붙이는 게 아니다. 앞부분, 뒷부분, 배터리팩, 좌우 측면을 따로따로 만든 다음, 마지막에 로봇이 레이저로 붙인다. 그게 끝이다.
이렇게 하면 공장 면적 40%, 인건비 30% 줄어든다고 한다. 사이버캡 부품 수는 모델 3 절반 수준이라고.
가장 놀라운 건 도색 공장이 없다는 거다. 사이버캡은 색깔을 뿌리는 게 아니라, 차체 패널 만들 때 색소를 몰딩 과정에서 구워 넣는다. 독성 물질도 안 나오고, 거대한 건조 설비도 필요 없다. 사이버트럭에서 시작한 방식을 사이버캡까지 가져온 것이다.
■ 규제가 제일 큰 변수다
그런데 핸들 없는 차는 지금 미국 대부분 지역에서 합법적으로 못 굴린다. 2026년 셀프 드라이브 법안이 의회에 계류 중이긴 한데, 아직 통과 안 됐다.
테슬라 이사회 의장 로빈 덴홀름은 "필요하면 핸들 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규제 승인 나오는 속도가 생산 속도랑 비슷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규제가 느리면, 테슬라는 합법적으로 손님 못 태우는 차만 계속 찍어내게 된다. 빠르면, 경쟁사들이 가격으로 못 따라오는 차량 플리트에서 선두 차지한다.
■ 웨이모는 이미 2,500대 돌린다
경쟁 구도는 간단하다. 웨이모는 이미 약 2,500대로 피닉스, 샌프란시스코, LA, 오스틴, 애틀랜타, 마이애미에서 상업 서비스 중이다. 기존 차량 개조한 거지만, 몇 년치 무인 주행 데이터랑 규제 승인은 이미 확보했다.
테슬라 강점은 가격이다. 사이버캡 목표가는 웨이모 차량 비용의 3분의 1 수준이다. 테슬라는 69억 마일 FSD 데이터 갖고 있고, 안전 지표에서 인간 운전자보다 낫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완전 무인 주행 경험에선 웨이모가 앞서 있다.
샌프란시스코서 두 서비스 다 써본 사람 얘기가 재밌다. "웨이모는 성숙하고 일관적이다. 테슬라는 친숙하고 싸다." 웨이모는 아직 가격대가 높지만 무인 주행 경험이 일관적이다. 테슬라는 앞좌석에 안전요원 타지만, 우버나 리프트보다 확실히 싸다.
■ 수익 모델은 2027년 이후 이야기
제조 혁신은 실재한다. 차도 실재한다. 문제는 머스크가 약속한 수익 구조가 실현될지다.
모건 스탠리 애덤 조나스 애널리스트는 테슬라에 낙관적이면서도, 수익성 있는 로보택시 네트워크까지 가는 길이 머스크 말보다 길고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2026년 생산 시작했다고 2026년 상업 배치 되는 게 아니다. 사이버캡 만드는 것과 그걸로 수익 내는 건 다른 문제다.
테슬라는 올해 1분기 35만 8,000대 인도했다. 반등이긴 한데 애널리스트 전망엔 못 미쳤다. 4월 초 기준 안 팔린 재고가 5만 대 쌓였다. 모델 3, 모델 Y는 이미 성숙 단계고 중국 제조사들한테 밀린다. 사이버캡과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가 성장 베팅의 중심이다.
단기적으로 봐야 할 건 세 가지다. 사이버캡 생산이 4월 수십 대에서 연말 주당 5,000대까지 실제로 늘어나는지. 셀프 드라이브 법안 통과되고 연방 규제당국이 핸들 없는 차 승인하는지. 테슬라가 상업 규모로 지속 가능한 무감독 자율주행 입증하는지.
2026년 테슬라 주가는 이 세 개 변수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 제조 혁신은 실재한다. 차량도 실재한다. 하지만 수익 모델 실현 여부는 2027~2028년 얘기다.
그 이야기의 시작점은, 9월 3일 오스틴에서 공개된 온라인 양식 한 장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