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쓴 폰, 오후 3시면 방전"…배터리 수명,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 온도 40도만 넘어도 내부 격자 구조 손상
  • 전고체 배터리는 2027년부터 웨어러블 먼저
스마트폰을 오래 쓰면 뜨겁다. 게임을 하거나 동영상을 계속 틀어놓으면 기기 온도가 올라가는데, 이게 배터리 수명에 직격탄을 날린다.
외출 시, 보조배터리의 지잠은 이제 필수가 됐다. (사진=생성형 AI)

직장인 박모(40)씨는 요즘 보조배터리 없이는 외출을 못한다. 2년 전 산 스마트폰이 아침 7시 풀충전해도 오후 3시쯤이면 20%대로 떨어진다. "처음엔 괜찮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하루에 서너 번 충전기 찾게 됐어요."

박씨처럼 배터리 수명 때문에 불편을 겪는 사용자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업계에선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기술이 생각보다 빨리 다가온다고 본다. 2027년부터 전고체 배터리가 웨어러블 기기를 시작으로 양산에 들어가면서다.

■ 게임 좀 하면 뜨거워지는 폰…40도 환경이 배터리 '격자' 무너뜨린다

스마트폰을 오래 쓰면 뜨겁다. 게임을 하거나 동영상을 계속 틀어놓으면 기기 온도가 올라가는데, 이게 배터리 수명에 직격탄을 날린다.

기초과학연구원 연구팀이 배터리 열화 과정을 분자 단위로 들여다본 결과가 흥미롭다. 원래는 충전할 때 리튬이온이 음극으로 이동하면서 이산화티타늄과 반응해 1차 상변화만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상온에서 20~30도만 올라가도 1차 상변화 후 2차 상변화까지 추가로 일어난다는 걸 확인했다.

전자기기를 쓸 때 생기는 40도 정도의 온도에서도 예상 밖의 변화가 발생하는 셈이다. 2차 상변화가 진행되면 에너지 장벽이 높아져서 전극 안에서 리튬이온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다. 충·방전을 반복하면 전극 격자 구조에 결함이 생기고, 이건 되돌릴 수 없는 손상이다.

IBS 성영은 부연구단장은 "열이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으면 용량도 크고 안정적이면서 오래 쓸 수 있는 차세대 배터리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 "고속충전하면 배터리 망가진다"는 속설…진짜 범인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고속충전 기능을 아예 끄고 쓰는 사람들이 있다. "20와트 넘으면 배터리 상한다"는 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다른 얘기를 한다. 충전 속도 자체보다 충전할 때 환경이 더 중요하다는 것.

충전 속도에 따른 성능 저하 차이를 보면 32암페어 펄스를 120초간 가할 경우 250회 충전 후 22% 성능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100% 충전 상태에서 100% 방전을 반복하면 956회 만에 수명이 다하지만, 80% 충전 상태로만 쓰면 수명이 훨씬 길어진다는 데이터도 있다.

고속충전은 열을 많이 만들고, 전극이 변형되거나 가스 주머니가 생기는 구조적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다만 삼성전자의 적응형 고속충전이나 애플의 최적화된 배터리 충전처럼 제조사들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충전 속도를 조절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서 정품 충전기를 쓰면 안전하다.

문제는 따로 있다. 고온에서 오래 충전하거나 자는 동안 충전기를 계속 꽂아두는 습관, 비정품 충전기 사용 같은 게 배터리를 더 빨리 망친다.

■ 아이폰, 500회에서 1000회로 두 배 늘렸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보통 300~1000회 충전하면 성능이 떨어진다. 3.7볼트 리튬이온 전지의 수명이 대개 2~3년 또는 300~1000회 정도다.

아이폰14까지는 500번 충전했을 때 원래 용량의 80%를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그런데 아이폰15부터는 1000번 충전해도 80% 용량을 지킨다. 설계 수명이 두 배가 된 것이다.

전기차 배터리는 이미 3875 사이클을 기록하고 있고, 하루에 한 번 충·방전하면 10년 넘게 쓸 수 있는 수준이다.

다만 실제로는 사용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과충전하거나 극한 온도에 노출되거나 전류를 많이 쓰는 작업을 하면 배터리에 무리가 간다. 휴대폰 배터리가 일반적으로 2~3년 가는 이유도 사용 빈도, 충전 습관, 온도 같은 요인들 때문이다.

■ 2027년 양산 목표…한·중·일 배터리 전쟁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뛰어든 주요 기업들은 2027~2030년을 양산 목표로 잡았다.

한·중·일 배터리 전쟁이 시작됐다. (사진=생성형 AI)

삼성SDI는 2027년 황화물계 배터리 양산 계획을 세웠다. 수원 R&D센터에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만들어서 시제품을 만들고 기술을 검증하는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9년 흑연 음극 기반 배터리를 내놓고, 2030년엔 무음극 구조 배터리를 상용화한다는 전략이다. SK온은 미국 솔리드파워와 손잡고 2029년 상용화를 노린다.

일본 도요타는 2027~2028년 안에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실은 전기차를 내놓겠다는 목표다. 중국 CATL은 2027년 소규모 생산을 거쳐 2030년 대량 생산 체제로 간다. BYD도 2027년 소량 생산을 시작해서 고급 모델에 적용할 계획이다.

지식재산처 자료를 보면 2004~2023년 전고체 배터리 특허 출원 누적 건수는 일본이 1위고, 연평균 증가율은 중국이 1위다. 한국은 누적 건수 3위, 증가율 2위를 기록했다.

한국 정부는 전고체 배터리를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지정하고 2029년까지 2800억원을 쏟아붓는다. 일본 정부는 민관 협력으로 기술력을 키우는 중이고, 중국은 2025년 12월 국가 기술 표준 초안을 내놓으며 글로벌 룰 메이커가 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 스마트폰엔 언제 들어갈까…웨어러블부터 시작

전고체 배터리를 '꿈의 배터리'라고 부르는 건 안전하고 에너지밀도가 높아서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계면 저항이다. 고체 전해질과 양극, 고체 전해질과 음극 사이의 저항이 전해액을 쓸 때보다 높고 이온 전도도가 떨어진다. 지금 가장 유망한 황화물계도 이온 전도도가 0.01~0.001 지멘스퍼센티미터 수준으로, 기존 전해액(0.1 지멘스퍼센티미터)보다 낮다.

덴드라이트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충전할 때 리튬이온이 음극 표면에 불규칙하게 쌓여서 결정체가 만들어지는데, 이게 전해질의 미세한 틈을 파고들면 배터리 수명과 안전성이 떨어진다.

업계는 특수 코팅이나 압착 기술로 계면 저항을 낮추고, 덴드라이트 생성을 막는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2024년 9월 웨어러블 기기용 소형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에너지밀도는 200Wh/kg 수준으로 당시 업계 최고였다. 2026년 말까지 갤럭시 워치와 갤럭시 링 같은 웨어러블 기기에 넣어서 대량 생산하는 게 목표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건 그 다음이다. 웨어러블 양산이 잘 풀리면 빠르면 2027년 초 스마트폰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갤럭시 S26엔 어렵고 S27 정도는 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박씨가 하루에 서너 번 충전기를 찾는 일은 몇 년 안에 옛날 얘기가 될지 모른다.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되면 배터리 수명이 지금보다 훨씬 길어지고, 충전 속도도 몇 분이나 심지어 수십 초 단위로 줄어들 수 있다.

김광우 기자

kimnoba@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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