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구매에도 AI 활용 확산… 한국 소비자 53% AI 이용하지만 최종 선택은 ‘직접’

국내 가전 구매자 77%, 제품 검색부터 구매 결정까지 일주일 이상 고민
판매량 3% 늘었지만 매출은 6% 감소… 소형·실용 가전 중심 소비 변화
AI 추천 영향력 확대 속 직접 비교 선호… 온·오프라인 넘나드는 구매 행태 뚜렷

인공지능(AI)이 가전 및 전자제품 구매 과정에서 새로운 정보 탐색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 소비자 절반 이상이 제품을 고를 때 AI를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최종 구매 단계에서는 여러 제품을 직접 비교하고 판단하려는 성향이 여전히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글로벌 커머스 플랫폼 크리테오(Criteo)가 8일 공개한 '2026 가전 및 전자제품 소비 트렌드(Consumer Electronics Pulse 2026)'에 따르면 국내 가전 및 전자제품 구매자의 53%가 구매 과정에서 AI 챗봇이나 AI 어시스턴트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글로벌 평균인 48%보다 5%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AI가 제품 선택에 미치는 영향도 확인됐다. 국내 AI 이용자 가운데 58%는 AI가 소개하거나 추천한 제품이 구매 결정에 영향을 줬다고 응답했다. 글로벌 평균인 61%와 비교하면 3%포인트 낮은 수치다.

그러나 AI 추천이 소비자의 직접적인 탐색 활동을 대체하지는 못했다. 국내 응답자의 41%는 다양한 상품을 살펴본 뒤 자신이 원하는 조건에 맞춰 직접 선택지를 좁히는 방식을 선호했다. 개인화된 추천을 선호하는 비율은 28%, 전문가가 선정한 제품 목록을 선호하는 비율은 23%였다.

이러한 결과는 AI가 새로운 상품을 발견하고 구매 후보를 검토하는 데 활용되고 있지만, 구매 판단의 주도권은 여전히 소비자에게 있음을 보여준다.

구매 결정까지 걸리는 시간 역시 길었다. 국내 소비자의 77%는 처음 제품을 검색한 이후 구매할 상품을 결정하기까지 최소 일주일을 사용했다. 온라인에서 정보를 찾기 시작한 뒤 실제 구매까지 2주 이상 소요된 비율도 46%로, 글로벌 평균인 39%를 웃돌았다. 검색 당일 구매를 마친 소비자는 5%에 그쳤다.

이러한 구매 행태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웹사이트를 함께 활용할 때 더욱 두드러졌다.

글로벌 커머스 데이터에서 앱과 웹을 오가는 구매 과정은 평균 32일이 소요됐다. 웹사이트에서만 구매를 진행한 경우보다 2배 이상 긴 기간이다. 앱과 웹을 함께 사용하는 소비자는 평균 2.7개 브랜드의 상품 10개를 확인했지만, 웹만 이용하는 소비자는 평균 1.9개 브랜드에서 상품 6개를 살펴봤다.

소비자가 이용하는 판매 채널도 다양했다. 국내 구매자 가운데 온라인 채널만 이용한 비율은 56%, 오프라인 매장만 이용한 비율은 31%였으며, 두 채널을 모두 이용한 소비자는 13%로 집계됐다.

세부적으로는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이용률이 62%로 나타났으며, 브랜드 공식 웹사이트와 브랜드 직영 매장 이용률은 각각 31%였다.

구매 방식뿐 아니라 실제 소비 품목에서도 변화가 감지됐다.

크리테오가 분석한 2026년 2분기 국내 가전 및 전자제품 커머스 데이터에서는 전년 동기 대비 방문 트래픽이 4% 줄었지만, 구매 전환율은 7% 상승했다. 판매량 역시 3% 증가했다.

반면 평균 주문 금액(AOV)은 9% 감소했고 전체 매출도 6% 줄었다. 구매 건수와 판매량이 증가하는 상황에서도 주문당 지출 규모가 줄어든 셈이다. 크리테오는 소비가 상대적으로 실용적인 제품이나 부품·소모품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실제로 품목별 판매 변화에서는 차이가 확인됐다. 1구 휴대용 인덕션과 블렌더 판매는 각각 42%, 37% 증가한 반면, 데스크톱 컴퓨터와 TV는 각각 49%, 26% 감소했다.

상품 종류에 따라 판매가 집중되는 시점도 달랐다. 조사에서 가전 및 전자제품 전체 판매의 시즌 증가율은 11월 3일에 10월 기준점 대비 39%를 기록했다. 그러나 정수기 및 필터는 11월 11일 485%, 가습기는 11월 3일 426%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이는 동일한 가전 및 전자제품 시장에서도 제품 특성에 따라 수요가 집중되는 시기가 다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크리테오는 이번 분석을 위해 전 세계 수백 개 브랜드와 유통사의 커머스 데이터, 글로벌 소비자 6,2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활용했다.

김도윤 크리테오 코리아 대표는 국내 소비자들이 여러 판매 채널을 이동하며 정보를 비교하고, AI까지 활용해 구매 후보를 검토하는 등 구매 과정이 복잡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소비자가 AI를 적극 활용하면서도 "최종 선택은 직접 내리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브랜드 역시 개별 판매 채널의 성과만 살피는 데 그치지 않고, 커머스 데이터를 활용한 크로스채널 및 풀퍼널(Full-funnel) 전략을 통해 제품 탐색부터 구매까지 이어지는 전체 과정을 연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재엽 기자

anihil@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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