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열대로 향하는 제주 바다…물고기 지도부터 바뀌었다

한반도 바다가 빠르게 데워지면서 제주 연안 일부 해역에서는 조사에서 확인된 어종 가운데 아열대종 비율이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에 온 상어가 던진 질문이다

바다의 변화를 실감하게 한 장면은 최근 부산에서도 펼쳐졌다. 지난 9월 부산 북항 친수공원 인공수로에 나타난 흑상어 '부캉이'는 한 달 넘게 화제의 중심에 섰다. 10월 21일 세 번째 외해 유도 작업 뒤에도 수로 쪽으로 되돌아왔지만, 24일과 25일에는 수로 입구에서 약 1.8㎞ 떨어진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인근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외상이나 유영 상태에 특이점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어 한 마리의 행방보다 더 큰 질문이 남는다. 한반도 바다는 지금 얼마나 달라졌을까.

제주 바다, 물고기 지도가 바뀌었다

그 답은 제주에서 먼저 드러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문대림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3~2023년 제주 신흥 해역 조사에서 출현 어종 가운데 아열대종 비율은 47.2~81.8%였다. 같은 기간 사계 해역은 50.0~66.7%, 신창 해역은 45.2~58.5%로 집계됐다.

속도는 북촌리 장기 조사에서 뚜렷하다. 2015년 확인된 32종 가운데 10종(31.3%)이던 아열대종은 2022년 42종 가운데 22종(52.4%)으로 늘었다. 7년 사이 21.1%포인트 오른 셈이다. 아홉동가리·호박돔·독가시치 같은 따뜻한 바다 어종도 반복해 기록됐다. 다만 이 수치는 개체 수가 아닌 종 수 기준이며, 해류·먹이·조사 강도 역시 기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바다가 데워지는 속도가 빨라졌다

한반도 인근 표층 수온상승률 (출처=국립수산과학원 보고서 캡쳐)

배경에는 수온 상승이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의 '해양수산분야 기후변화 영향 브리핑 북 2026'에 따르면 1968~2025년 한국 연근해 표층 수온은 약 1.6도 올랐다. 같은 기간 전 지구 평균 상승폭(0.76도)의 2배를 웃돈다. 오르는 속도도 가팔라졌다. 장기 평균은 연 0.0276도였지만, 최근 10년(2016~2025년)은 연 0.09도로 약 3배 빨라졌다.

제주 남쪽 바다도 예외가 아니다. KIOST가 2004년부터 20년간 이어도 해양과학기지 관측 자료를 분석한 결과, 표층 평균 수온은 1.1도 올랐다. 올여름(7~9월) 우리 바다 평균 표층 수온은 26.95도로 역대 두 번째로 높았다.

바닷속 숲이 무너진다

바닷속 풍경도 바뀌고 있다.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은 지난 8월 서귀포 문섬·범섬 일대에서 뼈대가 부드러운 산호인 연산호가 녹아내리듯 무너지는 '주저앉음' 현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범섬과 문섬의 일부 조사 지점에서는 면적의 50% 이상에서 이 현상이 나타났다. 파란은 고수온과 저염분수를 가능한 원인으로 꼽으면서도,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바다를 떠다니는 생물의 분포도 넓어지고 있다. 올해 해파리 특보는 6월 제주 등에서 시작해 7월 부산·울산, 8월 동해와 남해 등으로 확대됐다.

식탁과 어업의 문제로 번진다

생태계의 변화는 곧 먹거리 문제다. 국립수산과학원 자료를 보면 멸치 어획량은 2000년대까지 꾸준히 늘어 정점기 연평균 약 25만 톤에 달했지만, 최근에는 15만 톤 수준으로 줄었다. 반면 전갱이·삼치·방어 같은 난류성 어종의 어획량은 지난 40년간 유지되거나 늘었다. 수과원은 수온 상승으로 이들 어종의 서식 범위가 넓어진 것을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제주도 해양수산연구원도 올해 5~6월 연안 표층 수온이 전년보다 1~1.5도 높게 관측되자 고수온과 저염분수에 대비한 관측·예찰을 강화했다.

AI가 바다를 미리 읽는다

문제는 이런 변화 대부분을 일이 벌어진 뒤에야 확인한다는 점이다. 인공지능(AI)으로 바다를 미리 읽으려는 시도가 늘어나는 이유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위성 수온 자료에 AI를 결합한 수온 예측 알고리즘을 운영하고 있다. 수과원 발표 기준으로 지난해 예측 정확도는 94%였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올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한 ‘KIST-오션(KIST-Ocean)’은 수심 600m까지의 전 지구 해양 상태를 5일 간격으로 계산해 약 200일치 예측 결과를 내놓는다. 슈퍼컴퓨터가 아닌 GPU 한 대로 몇 초면 충분하다. 통영시는 바다 관측 지점 29곳의 자료를 분석해 양식 어가에 고수온 가능성을 미리 알려주는 AI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문대림 의원은 축적된 해양생물 자료와 수중영상·음향·환경 정보를 AI와 결합해 바다의 변화를 상시 진단하고 이상 징후를 미리 예측하는 '해양 AX(AI 전환)'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바다의 아열대화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시나리오가 아니다. 바다가 보내는 신호를 데이터로 먼저 읽어내는 능력이 어민의 생계와 연안 생태계를 지키는 힘이 되고 있다. 부산에 나타난 상어 한 마리는 달라지는 한반도 바다를 다시 들여다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정재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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