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겨냥한 인텔의 승부수...'22.6조 투자 美공장'·'파운드리 재진출'

'과거의 인텔이 아니다'라는 평가를 받으며 반도체 시장에서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인텔이 승부수를 띄웠다. 

최근 수년간 AMD의 추격에 CPU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고,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과 같은 주요 고객사들이 독자칩 개발을 천명한 뒤 휘청거리던 인텔이다. 또한 TSMC와 삼성전자에 경쟁력이 한참 떨어진 상태. 이들 경쟁사는 14나노미터 칩에서 7나노에서 5나노 수준까지 진격했지만, 인텔은 10나노 칩으로 공정 전환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고, 이제서야 7나노 공정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다. 

위기에 봉착해 있지만 인텔은 여전히 세계 최대 종합반도체업체(IDM)이다. 24일 인텔은 온라인 글로벌 미디어 브리핑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팻 겔싱어 인텔 CEO는 200억달러(한화 약 22조 6000억원)을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또 TSMC와 삼성전자가 주도하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진출을 알렸다. 

겔싱어 CEO는 "인텔은 프로세서 기술 개발 뿐 아니라, 반도체 제조 및 실리콘공급 분야 선두 주자"라면서, "앞으로도 이런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인텔의 전략이 담긴 'IDM 2.0' 비전의 핵심은 파운드리 사업의 재진출이다. 지난 2016년 파운드리 시장 진출 후 2년 만에 철수한 전력이 있다. 이번 계획에 따르면 인텔은 파운드리 자회사인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를 통해 시장에 재진출한다. 현재 파운드리 시장 1위인 대만 TSMC와 2위 삼성전자를 겨냥한 것이다. 

파운드리 고객사로 인텔이 찍은 업체는 아마존, 구글, MS, 애플 등 미국 기업이다. 이들은 TSMC와 삼성전자의 주고객이기도 하다. 인텔은 경쟁사에서 자국의 기업고객을 빼앗아 오기 위해 전력을 다할 계획이다. 이날 행사에 사티아 나델라 MS CEO가 등장한 것도 의미가 크다. 잠재 고객사이자 미국 기업으로서의 동반자 인식을 강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텔은 200억달러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2개의 반도체 공장을 신설하고, 파운드리 역량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모바일 기기에서 쓰이는 ARM 기술 기반의 칩을 비롯한 다양한 칩 생산을 강화한다. 

겔싱어 CEO는 "현재 아시아에 집중된 반도체 제조시설을 미국과 유럽에서도 확보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신규 애리노나주 공장을 통해 미국-유럽 지역에서 아시아 반도체의 대체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인텔은 대규모 공장 증설과 이를 통한 제조 능력의 확장, 파운드리 사업의 진출 뿐 아니라 CPU 자체 생산 의지도 밝혔다. 이러한 IDM 2.0의 반도체 로드맵은 인텔이 자체 생산으로 방향을 설정했음을 잘 보여준다. 

美 정부, 미국 반도체 제조산업 살리기 나서

여기에 더해 미국 정부가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현재의 반도체 품귀 현상을 해결하고자 미국 반도체 생산 확대를 주문하고 있다. 전세계 반도체 물량 부족 사태는 전자 및 자동차 업계에 영향을 끼치고 있고, 특히 미국이 반도체 제조산업에서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인텔의 대규모 투자도 이러한 기조에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미 정부는 미국 반도체 생산 확대를 위한 정부의 지원과 정책을 검토 중이므로, 인텔에 세제 지원 등의 혜택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김효정 기자

hjkim@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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