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 바빠" 탈통신 가속화에 역량 쏟는 SKT·KT

"요즘 너무 바빠서 죽을 지경입니다. 회사에 이슈가 많으니 홍보팀 입장에서는 좀처럼 여유가 없습니다."

최근 기자와 만난 한 이동통신사업자(이하 통신사) 홍보 담당자의 첫 마디다. 특정 업체 담당자의 말이 아닌, 통신 3사 각 담당자의 공통된 뉘앙스다. 

통신3사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비대면' 트랜드에 직면했고, 올해 탈통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통적인 통신 서비스 기반 사업에서 벗어나, '플랫폼' 기반의 강력한 플레이어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 핵심이다. 

SK텔레콤.

SK텔레콤의 경우, 지배구조 개편 이슈까지 겹쳐서 특히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얼마 전 주주총회를 통해 지배구조 개편 의지를 강하게 피력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9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이르면 다음주 SK텔레콤의 지주사 전환 작업을 공식화한다. SK텔레콤은 중간지주사인 투자회사와 기존 통신사업을 담당하는 사업회사로 분할하는 것이 골자다. 이는 과거 SK(주)와 SK C&C 합병 때 처럼, 추후 SK그룹의 신의 한수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SK(주) 아래에 분할된 SK텔레콤(투자회사, 사업회사)이 위치하고, SK텔레콤 투자회사 아래에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를 두는 방식이 유력하다. 결국 SK(주)는 SK텔레콤 투자회사의 지분을 늘린 뒤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격상시킬 가능성이 높다. SK그룹 계열사 중 시총 100조원을 돌파하는 등 핵심으로 떠오른 SK하이닉스의 투자 효율성을 높이고, 공정거래법상 지분 확보 이슈 등 경영적 측면에서 우선 처리해야 할 당위성이 존재한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또한 SK텔레콤에서 분사한 티맵 모빌리티가 우버와 합작법인 우티(UT)를 출범해 카카오 모빌리티와의 경쟁에 뛰어들었다. 분사 과정에서 나온 구성원의 불만 등 여러 이슈를 SK텔레콤에서 교통정리하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는 후문이다.

여기에 SK텔레콤은 탈통신을 통해 통신3사 중 가장 높은 외형 성장이 기대되는 회사다. 특히 SK브로드밴드 중심의 미디어 콘텐츠 사업의 경우 연매출 4조 규모를 형성하며, OTT 플랫폼 웨이브와 음원 플랫폼인 플로를 육성하고 있다. 이를 SK텔레콤의 이동통신 사업과 연계하며 사업을 키우고 있다. 

SK텔레콤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분야에도 상당한 힘을 분배하고 있다. 박정호 사장이 주총에서 이커머스 사업 의지를 분명하게 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SK텔레콤은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그룹 차원에서 볼 때 계륵과 같은 존재인 11번가의 경쟁력 및 이커머스-통신 융합 강화 차원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네이버와 쿠팡에 버금가는 플랫폼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아마존과의 협력으로 플랫폼 경쟁력 강화에 나선 것의 연장선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올해 추진하는 다양한 사업과 이슈가 '포스트 SK텔레콤'의 사업모델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각각의 주된 요소인 만큼, 역량을 최대한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KT. 

KT의 경우 지난해 말 홍보실 조직을 개편했다. 홍보실 내에 기업가치팀을 신설해 자본시장과 주가 변동 이슈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구현모 KT 대표는 저평가 된 KT의 가치를 재고하고, KT 기업가치를 상승시킬 사업 부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히 KT는 구현모 대표 체제 아래에서 조직의 재구성에 착수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KT가 사업 부문의 물적 분할을 통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구현모 KT 대표

조직 재구성의 일환으로 KT가 힘을 실어주는 대표적인 사업은 콘텐츠다. KT는 지난달 온오프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콘텐츠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통신사업자의 영역에서 벗어나 디지털플랫폼기업(디지코)으로 변화를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구 대표는 "KT 그룹은 1300만 가입자 유료방송 서비스 기반의 미디어플랫폼을 갖추고 있다"며, 3조 2000억원에 달하는 미디어 콘텐츠 매출과 콘텐츠 제작/유통 역량 및 IP(지식재산) 자회사 등을 갖춘 종합 미디어 그룹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KT그룹의 역량을 미디어 콘텐츠 분야에 총 동원해 플랫폼을 넘는 메타플랫폼 시대를 열겠다는 전략이다.  

구 대표는 "미디어는 고객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가장 중요한 축이며, KT가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는 사업 영역으로 디지코 KT의 가장 강력한 성장 엔진이다"라며 "KT그룹 역량을 미디어 콘텐츠로 집결해 무한한 가치를 창출해내며 K-콘텐츠 중심의 글로벌 시장 판도 변화에 가속도를 붙이겠다"고 설명했다. 

KT 관계자는 "과거 공기업에서 출범한 KT가 최근 내부적으로도 MZ 세대 구성원과의 적극적인 업무 소통으로 변화하고 있다"면서, "KT의 비즈니스적인 변화가 내부 문화의 변화와 긴밀하게 연계돼 움직이고 있어 어느 때보다 기대되는 시기"라고 전했다. 

김효정 기자

hjkim@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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