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제재’의 반사이익은 누구에게 갈 것인가?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들이 화웨이 제재를 본격화하고 있다. 주요국의 화웨이 배제 움직임으로 어느 기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인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블룸버그,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30일(현지시간) 중국기업 화웨이와 ZTE 등을 ‘미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공식 지정했다. 이러한 조치는 83억달러 규모의 미 정부 기금을 중국의 두 거대 통신기업에서 장비나 유지보수, 서비스 등을 구매하는데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화웨이와 ZTE 두 기업이 중국 공산당, 중국 군사기구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중국 공산당이 네트워크 취약점을 악용하고 중요한 통신 인프라를 훼손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고, 허용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게 미 연방통신위원회의 입장이다.

영국도 5G 이동통신망 구축사업에서 중국 화웨이를 배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BBC방송에 따르면 올리버 다우든 디지털문화미디어체육부 장관은 이날 의회 국방위에 출석해 화웨이가 자국 5G 사업에 기술을 공급하는 것을 허용해 논란을 불러온 기존의 결정에서 ‘유턴’할 수 있음을 밝혔다.

당초 영국은 미국의 화웨이 강경 자세에도 불구하고 지난 1월 자국의 5G 사업에 화웨이의 참여를 허용할 방침이라고 발표한 바 있으나, 중국이 홍콩 반환시 약속한 ‘일국양제’ 원칙을 사실상 폐기 수순에 들어가는 등의 문제로 갈등을 빚으면서 자국 사업에서 화웨이 참여를 배제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중국과 국경에서 유혈 충돌을 빚은 인도 정부도 5G 네트워크 구축사업에서 화웨이와 ZTE 등 중국 기업을 배제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화웨이 제재의 수혜자는 삼성?

글로벌 스마트폰 수요가 회복세에 진입한 가운데, 삼성전자의 경우 중국 화웨이에 대한 미국 제재의 수혜를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9일 “6월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7.4% 감소한 1억1002만대로 전년대비 감소폭을 줄였다”며 “전월 보다는 32.7% 늘어 4월을 저점으로 확연한 수요 반등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료=NH투자증권)
(자료=NH투자증권)

이 연구원은 “7월 판매는 6월과 비슷하거나 소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코로나19 확대가 여전히 변수지만 삼성전자의 경우 점유율 회복 추세와 주요 업체들의 하반기 신제품 출시 일정을 고려해 여전히 휴대폰·IT부품 업종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유지한다”고 분석했다.

지역별로는 인도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8.3%, 전월보다는 254.1% 늘어난 1473만대를 기록해 전년대비 기준으로는 넉 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고, 미국도 작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전년대비 증가세를 달성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중국은 전년 대비 감소 추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연구원은 “업체별로는 삼성전자의 6월 판매량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10.6% 줄어들었지만 전월대비 40.1% 늘어난 2326만대를 판매했다”며 “점유율도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그는 “인도에서 중국제품 불매 운동으로 삼성전자 점유율이 5월 17.5%에서 6월 26.2%로 개선된 것이 주된 원인으로 판단된다”며 “최대 경쟁사 화웨이에 대해 미국의 제재도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진정한 수혜자는 삼성이 아닌 샤오미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터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5월 유럽과 독립 국가 연합(CIS) 지역에서 삼성전자는 32%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 자리에 올랐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1%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1위 자리를 지키기는 했지만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본격화되면서 삼성전자가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시장 점유율은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는 분석이다.

유럽 스마트폰 시장의 점유율 변화(자료=카운터포인트리서치)
유럽 스마트폰 시장의 점유율 변화(자료=카운터포인트리서치)

같은 기간 화웨이의 점유율은 23%에서 17%로 줄었으며, 이 빈 자리는 같은 중국 업체들이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샤오미와 오포가 화웨이의 점유율을 가져갔는데, 특히 샤오미는 전년동기대비 점유율이 2배 이상 상승하며 올해 5월 12%의 점유율로 3위에 랭크됐다.

오포도 0%에 가깝던 유럽시장의 점유율을 3%까지 늘렸다. 미국 제재로 인해 화웨이가 해외 시장에서의 부진을 중국 내에서 만회하려는 전략을 펼치며 자국 시장에 집중하는 사이 샤오미, 오포 등 중국 업체들은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럽과 CIS 시장에서는 100달러와 300달러 사이 가격대의 중저가 스마트폰의 판매량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점도 샤오미는와 오포가 선전할 수 있었던 이유다. 샤오미는 이 가격대를 적극 공략하며 시장 점유율을 확대시킬 수 있었다.

강민수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화웨이에 대한 제재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화웨이의 점유율은 점차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러한 공백 상태를 차지하기 위한 중국업체들의 유럽 시장 진출은 더 공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효정 기자

hjkim@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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