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주자들 공공 택시앱 언급… ‘카카오 택시’는 동네 북인가?

[AI요약] 최근 양당 대선후보들이 동시다발로 꺼내 든 ‘공공 택시앱’ 발언과 함께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 택시’ 서비스 독과점 문제가 다시 소환되고 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카카오 택시 외에 택시 호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자체를 싸잡아 ‘과도한 수수료로 폭리를 취하는 집단’으로 매도하는 분위기다. 양당 후보의 공공 택시앱 발언은 택시 업계의 표를 의식한 공약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선거 때마다 표를 의식해 새롭게 등장한 서비스에 위기감을 느낀 기존 업계의 불만에 손을 들어주는 ‘포퓰리즘’이 과도할 경우 혁신을 저해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대선이 20일도 채 안 남은 상황에서 양당 대선후보들이 공공 택시앱을 언급하며 카카오 택시가 다시금 소환되고 있다. (이미지=픽사베이)

대선이 채 20일도 안 남은 상황에서 양당 대선후보들의 공약 경쟁이 치열하게 이어지고 있다. 경쟁이 과열되며 때로는 한쪽에서 특정 공약을 발표하면 다른 쪽에서도 그와 비슷한 공약을 내세우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정 이해관계집단의 표를 고려한 공약도 적지 않은데, 최근 양당 대선후보들이 동시다발로 꺼내 든 ‘공공 택시앱’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공공 택시앱과 함께 다시 소환된 것이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 택시’ 서비스라는 점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카카오 택시 외에 택시 호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자체를 싸잡아 ‘과도한 수수료로 폭리를 취하는 집단’으로 매도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카카오모빌리티 발 골목상권 침해와 갑질 논란이 이슈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한편으로 카카오 택시와 같은 플랫폼 서비스들이 각 분야에 존재했던 고질적인 문제들을 혁신적으로 해결한 점은 간과되고 있다.

카카오 택시 독과점 문제,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이재명 더불어 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16일 전국개인택시공제조합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공공 택시앱' 추진 입장을 밝혔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더불어 민주당 후보의 경우 지난 16일 전국개인택시공제조합에서 열린 ‘개인택시운송 발전을 위한 정책 협약식’에 참석해 “규모가 클수록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전국 단위 호출 앱을 공공이 책임지는 것이 마땅하다”며 집권 시 공공 택시앱 추진 입장을 밝혔다.

운석열 국민의힘 후보 역시 앞서 지난 8일 택시업계와 정책감담회를 연 자리에서 “택시 플랫폼 사업이 독점화 돼 이익의 엄청난 부분을 수수료로 받는 것은 대단히 불합리하고 국민의 상식에도 맞지 않다”며 “정부가 어느 정도 재정을 투입해 플랫폼을 만들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공통점은 두 후보 모두 카카오 택시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공공 택시앱과 관련한 양당 후보들의 발언을 살펴보면 조금은 결이 다른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 후보가 문제로 지적한 것은 “플랫폼 회사들이 플랫폼 중 잘되는 것을 골라 직접하는 것”이다. 이 후보는 이를 ‘불공정 경쟁’으로 지적했다. 택시 호출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직접 가맹 택시를 내세운 카카오모빌리티의 문제는 업계와 택시 기사들 사이에서도 지적된 문제다. 이른바 ‘중개자가 직접 플레이어’로 나서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 주도의 공공 택시앱 역시도 '중재자가 플레이어로 나서는' 딜레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 문제다.

윤석렬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택시업계와 정책간담회에서 '공공 택시앱'을 만드는 방식을 언급했다. (사진=국민의힘)

윤 후보의 경우는 카카오 택시의 과도한 수수료를 정조준했다. 하지만 ‘정부가 공공 택시앱 플랫폼을 만들면 된다’는 것은 엄연한 시장 개입이다. 이는 과거 서울시의 ‘제로페이’ 경기도의 ‘배달특급’ 등 공공앱이 시장 개입 행위라고 지적해 온 국민의힘 정책 노선과도 결이 다르다.

이렇듯 각각의 이유로 양당 후보의 공공 택시앱 발언은 택시 업계의 표를 의식한 공약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실, 카카오 택시의 독과점 문제는 지난해 4월 시행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 내용과 그에 따른 논란을 복기하면 정책적으로 해결이 가능한 여지를 발견할 수 있다.

당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의 의아한 부분은 플랫폼중개사업자에게 플랫폼 이용 요금을 자유롭게 결정하도록 한 것이다. 굳이 꼽자면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국토부)에 신고 하는 것 외에 별도 제한은 없었다.

지난해 카카오모빌리티는 개정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라 스마트 호출 요금제를 실시했지만, 엄청난 여론의 역풍을 맞으며 며칠 만에 이를 철회했다.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는 카카오모빌리티지만, 단초를 제공한 것은 법과 제도였다. (이미지=카카오모빌리티, 픽사베이)

결국 이를 근거로 카카오는 지난해 6월 국토부에 변경된 요금제를 신고한 뒤 논란이 된 ‘스마트 호출’ 요금제를 시행했다.

당시 국토부는 개정안을 통해 이용자 선택권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고, 결국 카카오모빌리티는 ‘스마트 호출’ 요금제를 중단에 이어 골목상권 침해 역풍을 맞으며 위기에 몰렸다.

즉, 문제를 일으킨 주체는 카카오모빌리티지만, 단초를 제공한 것은 법과 제도의 무신경함 이었던 셈이다.

공약과 혁신을 저해하는 포퓰리즘은 달라

양당 대선후보들이 공히 지적하는 또 다른 문제는 카카오 등 플랫폼에 종속된 택시 기사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그간 카카오를 비롯한 플랫폼 서비스가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장악하며 기존 업계 종사자들과 마찰을 빚어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양당 후보들이 주장하는 플랫폼 종속에 따른 택시 기사들의 어려움은 주체만 다를 뿐 플랫폼이 등장하기 이전부터 존재했다. 이른바 과도한 사납금 문제다. 택시 회사에 종속된 기사들이 사납금을 채우기 위해 승차거부, 승객 골라 태우기 등을 해 왔다는 것은 오래도록 제기됐지만 해결되지 않은 문제였다. 개인택시 역시 수익을 높이기 위해 장거리 고객을 골라 태우거나 빈차로 돌아와야 하는 목적지 고객을 태우지 않는 등의 편법을 쓰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카카오 등 플랫폼 서비스가 등장한 이후였다. 택시는 무작정 기다리고 오는 것을 잡아타는 것, 승차거부를 해도 어쩔 수 없고 때론 ‘따블’ ‘따따블’을 외쳐서라도 탈 수밖에 없는 것이라는 고객들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 불편을 느끼는 부분) 해결한 것은 카카오의 택시 호출 서비스였다.

지난해 '타다 금지법'을 주제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 '타다 금지법'은 스타트업의 혁신을 좌절시킨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되고 있다.

선거 때마다 표를 의식해 새롭게 등장한 서비스에 위기감을 느낀 기존 업계의 불만에 손을 들어주는 ‘포퓰리즘’이 과도할 경우 혁신을 저해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2020년 국회에서 통과된 ‘타다 금지법’을 들 수 있다. 아이러니 한 것은 현재 양당 대선 주자들이 주장하는 카카오 택시의 과도한 시장 지배 상황, 그로 인해 불거진 수수료 문제 등은 ‘타다 금지법’으로 어쩌면 카카오 택시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었던 타다 서비스가 중단 된 영향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공공 택시앱, 정부가 하면 잘 될까?

카카오 택시의 시장 점유율은 최근 90%가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항해 티맵모빌리티의 ‘우티’ 서비스, ‘타다 금지법’ 이후 ‘타다 넥스트’로 새롭게 도전하고 있는 VCNC 등의 사업자들이 있지만, 이미 막강한 카카오 택시 락인(rock-in) 효과에 맥을 못 추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양당 대선 후보들의 ‘카카오 때리기’는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 문제는 공공 택시앱의 성공 가능성이다. 플랫폼 서비스는 강력한 마케팅과 홍보, 서비스 개선을 위한 지속적인 고민, 종사자 관리 및 고객 관리가 동시에 이뤄져야하는 복잡한 사업이다.

게다가 이미 부산, 수원, 진주, 인천 등 지자체 주도의 공공 택시앱이 다수 운영 중이지만, 자동결제 시스템 미비와 낮은 경쟁력으로 큰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들 공공 택시앱을 비롯해 앞서 언급된 서울시의 ‘제로페이’, 경기도의 ‘배달특급’의 공공 앱은 일부 소기의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민간 서비스와 경쟁이 안될 뿐 아니라 지자체나 정부가 직접 운영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결과적으로 사업자를 선정해 대행하는 시스템을 적용해야 한다. 결국 특혜 시비가 일어날 여지가 크다. 또한 적자가 날 시에는 세금으로 보전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기존 산업과 마찰을 빚고 있는 신사업계에서는 “정부는 본연의 역할인 공정한 시장 환경 조성을 위한 관리·감독과 지원을 잘 해주기만 하면 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어느 후보의 말처럼 ‘공정’하고 ‘자유’로운 시장 질서만 제대로 확립한다면, 지금 제기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의 상당 부분은 해소될 것이다.

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저작권자 © Tech42 - Tech Journalism by AI 테크42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CATL “주행거리 1000km 리튬인산철배터리” 공개···초당 1km 충전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업체인 중국 CATL이 초당 1km씩 충전해 10여분 만에 총 1000km를 달리게 해 주는 전기차용 초고속 충전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내놓았다. 10분만 충전하면 600km를 달릴 수 있다. CATL은 10여분 충전으로 중국 북부 베이징에서 남부 난징까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AI 엑스포 2024 현장, '본격화된 생성형 AI 시대'… 온디바이스 AI, 디지털 문서, 영상인식까지

챗GPT, 제미나이, 라마 등 대화형으로 시작된 생성형 AI 기술은 이제 다양한 분야와 접목돼 놀라운 상용화 서비스로 선보이고 있는 상황. 올해 AI 엑스포 2024에서는 이 혁신의 중심에 선 관련 국내외 생성 AI 플랫폼들의 서비스 경쟁이 특히 많은 주목을 받았다.

‘챗GPT’ 능가한다니! 아이폰과 챗봇 ‘클로드’의 만남

오픈AI의 전 직원 그룹이 세운 앤스로픽의 챗봇 클로드가 애플의 아이폰과 만나면서 챗GPT의 대항마로 떠올랐다. 클로드는 챗봇 테스트 사이트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GPT-4를 무너뜨린 최초의 AI가 된 시스템으로 평가받고 있다.

[인터뷰] 김민성 아드리엘 부대표 “글로벌 디지털 마케팅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한국의 B2B SaaS 솔루션으로 인정받게 할 겁니다”

글로벌 시장 확대를 본격화하고 있는 아드리엘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달 김민성 부대표의 합류는 아드리엘의 글로벌 시장 공략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취임의 변을 통해 김 부대표는 아드리엘을 “글로벌 마케팅 분석 및 시각과 솔루션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는 최고의 SaaS 기업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서울 종로구 아드리엘 본사에서 진행된 김 부대표와의 인터뷰는 이와 관련된 질문으로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