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통신업계, ‘망 이용료’ 압박… 넷플릭스 입장 변화 있을까?

[AI요약]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고 있는 ‘MWC 2022’에서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가 이사회를 통해 콘텐츠사업자(CP)의 망 투자 분담안 관련 보고서를 승인했다. ‘통신망 분담’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하지만 사실상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논란이 일고 이는 ‘망 이용료’ 관련, 글로벌 1위 CP인 넷플릭스를 정조준한 보고서다. 글로벌통신사업자들는 그간 직접적으로 CP를 압박하는 방식을 버리고 정부를 우군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망 이용료’ 혹은 ‘망 사용료’ 등으로 분쟁을 이어왔던 방식에서도 벗어나 CP로 하여금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유도하는 ‘투자분담’ 방식을 제안한 상황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고 있는 ‘MWC 2022’에서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가 이사회를 통해 콘텐츠사업자(CP)의 망 투자 분담안 관련 보고서를 승인했다.

이와 같은 사실은 MWC에 참석하고 있는 구현모 KT 대표가 지난 1일(현지시간)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혔다.

‘통신망 분담’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하지만 사실상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논란이 일고 이는 ‘망 이용료’ 관련, 글로벌 1위 CP인 넷플릭스를 정조준한 보고서다.

국내 유일한 GSMA 이사이자 의장사로서 나선 구현모 KT 대표가 밝힌 바에 따르면 글로벌통신사업자들는 그간 직접적으로 CP를 압박하는 방식을 버리고 정부를 우군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망 이용료’ 혹은 ‘망 사용료’ 등으로 분쟁을 이어왔던 방식에서도 벗어나 CP로 하여금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유도하는 ‘투자분담’ 방식을 제안한 상황이다.

GSMA가 ‘망 이용료’ 대신 ‘투자분담’으로 용어 변경한 이유는?

구현모 KT 대표는 1일(현지 시간) MWC가 개최되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GSMA 이사 자격으로 망 이용대가 표현의 정정과 함께 정부가 주도하는 통신 망 투자 관련 펀드 조성 방안을 설명했다. (사진=KT)

우선 이번 GSMA 이사회에서 강조된 내용은 용어의 변경이다. 그간 CP와 통신사업자 간 분쟁에 주요 쟁점으로 언급된 ‘망 이용료’는 정확한 표현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구 대표는 “망 이용대가라는 표현이 마치 통신사가 일반 이용자와 CP 모두에게 돈을 받으려 하는 듯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지금까지 통신사들이 이용자들에게 요금을 받아 홀로 망 투자에 나섰지만, CP들이 차지하는 트래픽이 큰 만큼 향후 이를 분담하라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이는 그간 통신사들이 ‘망 이용료’를 둘러싼 법적공방 등에서 소비자들로부터 “일반 소비자에게 통신비를 받으면서 왜 CP들에게도 망 이용료를 받으려고 하는가”라는 비판에 일부 전문가들이 ‘양면시장’ 등의 논리를 제시하며 더 큰 반발을 부른 상황을 바꾸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망 이용료 분쟁’으로 대표되는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법적 공방은 1심에서 넷플릭스가 패소 후 2심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지난해 국회에서 열린 망 이용료 관련 간담회에서 관련 이야기가 나오며 언급된 것이 ‘양면 시장’ 개념이다. 이는 판매자가 구매자만을 직접 상대하며 비용을 받는 단면 시장과는 반대되는 개념으로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와 소송에서 ‘신용카드’를 대표적인 양면시장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양면시장은 양면 네트워크(two-sided network)로도 불리며, 두 개의 개별 사용자 집단을 가지고 각 집단에 네트워크 혜택(network benefit)을 제공하는 중개 경제 플랫폼(intermediary economic platform) 비즈니스를 의미한다. 앞서 넷플릭스와 '망 이용료' 분쟁에서 통신사업자들은 이 논리를 적용하기도 했다. (이미지=픽사베이)

즉 신용카드사가 카드 이용자에게 가입료와 수수료를 청구하면서 가맹 업체에게도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 통신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이다.

이는 국제 통신 규범에 의거해 광의의 ‘이용자’ 개념을 적용한 것으로, 통신 이용자는 개인이나 가정, 기업 뿐 아니라 CP도 포함되는 것으로 간주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를 ‘이용료’라는 개념으로 강조할 경우 딜레마는 또 있다. 각각의 CP가 직접적으로 통신사업자와 계약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용료를 납부하는 근거가 미약할 뿐더러, CP가 제공한 콘텐츠가 특정 국가들에서 과도한 트래픽을 일으키는 모든 사항에 대해 CP의 책임을 묻게 된다면 각 국가의 통신사업자에게 모두 개별적인 이용료를 납부해야 한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즉 GSMA에서 ‘망 이용료’가 아닌 ‘투자분담’으로 선회한 것은 CP에게는 입장 변화의 명분을 주면서도 소비자들에게는 더 이상 이중과금 오해를 일으키는 여지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인 셈이다.

정부를 중재자로 만들어 공공성 확보

GSMA를 통해 통신사업자들이 내세운 두 번째 명분은 CP들이 제공한 ‘투자 분담금’을 이용료처럼 직접 납부 받지 않고, 정부가 주도하는 망 구축 투자금을 모으는 펀드를 구성해 여기에 CP들이 투자 분담금을 내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는 그간 통신사업자들이 지속적으로 토로해 온 어려움 중 하나인 ‘망 투자비용’을 CP들이 함께 분담하자는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방식은 ‘이용료 납부’가 아닌 정부가 관리·감독하는 펀드 투자로 진행하자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방식은 글로벌 통신사업자 협의체인 GSMA가 CP에게 망 이용료를 강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법을 만드는 규제 기관을 관리자로 끌어들이며 통신망의 공공성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분석되고 있다.

GSMA의 이와 같은 제안은 꽤 설득력을 담고 있어, 향후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에서 진행되는 관련 분쟁과 입법 과정에서 더 구체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두고 “그간 개별 기업 간 분쟁으로 치부됐던 ‘망 이용료’ 관련 논란을 해결할 수있는 방향성을 GSMA가 제시한 것”이라며 “공공성을 앞세운다면 정부가 CP를 압박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기는 셈”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대선 주자들 앞다퉈 ‘K-OTT’ 육성 공약… 넷플릭스 압박 수위 높아질 듯

GSMA를 통해 나온 이번 제안으로 인해 향후 세계 각국에서는 넷플릭스를 비롯한 CP를 대상으로 압박의 수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당장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법적 공방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넷플릭스로서는 통신사업자들의 압박과 별개로 우리나라의 토종 OTT 육성 방침에도 직면한 상황이다. 최근 각 대선 주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K-OTT’ 산업 육성을 앞다퉈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각 후보 별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동일한 것은 글로벌 OTT와 역차별 해소를 위한 법·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부분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경우 토종 OTT대상 정책자금, 세제 지원과 더불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펀드 조성과 함께 글로벌 OTT가 국내 통신사업자에게 망 이용료를 내도록 하는 법적 근거 마련, 국내 수익에 대한 합당한 세금 유도를 언급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경우는 전담기구인 ‘미디어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켜 정부부처의 규제와 시장의 이해를 조율하겠다는 방침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비슷한 상황은 프랑스에서도 진행 중이다. 최근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통신연맹(FFT)는 오는 4월 프랑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대선 후보자들에게 총 15개의 정책이 담긴 ‘정책제안문’을 보냈다. 이중 넷플릭스에 대한 망 이용 대사 지불을 강제하는 정책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도이치텔레콤, 보다폰 등 유럽 주요 통신사들로 구성된 유럽통신네트워크 사업자협회(ETNO) 역시 “미국 빅테크 기업이 유럽 통신 네트워크 개발 비용의 일부를 부담해야 한다”는 공동 성명을 내기도 했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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